"나를 밟고 농촌으로 가시오"
"나를 밟고 농촌으로 가시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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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자연학습원 송진요씨 모임자리에서 처음 본 그이는 듣던 대로 진지한 이였다. 쉽게 말하지 않고 늘 생각에 잠겨있어 말 붙이기가 어려운, 자기의 생각을 큰 소리로 말하던 그곳 분위기에서도 그는 말없이 앉아있었다. 그로부터 오랜 후, 그의 전화한통을 받게 되었다. 가진 것이라고는 섬진강 밖에 없는, 하지만 다른 곳에 없는 굽이굽이 골짝이 있는 곡성에 자연학교를 만들게 되었다고, 함께 일할 날을 기대한다고... 그것이 어느새 3년 전 일이다.



곡성에 자연학교가 있는지 그곳을 지날 때마다 묻곤 했다. 건강이 안 좋다는 말을 전해들은 터라 저으기 걱정도 되었다. 학교 운영에 도움이 필요하다는 그의 전화를 받기 전까지 그의 근황은 알 수 없는 것이었다. '섬진강 자연학습원'이라고 했다. 누구에게나 고향을 느끼게 하는 '섬진강'을 그는 내세우고 있었다. 물이 살아야 흙을 살릴 수 있고, 그래야 세상을 살린다고 생각하던 그 아닌가.

송진요 광록회 부회장(66). 환경단체 회장은 여성이어야 한다며 부회장직을 고수하던 답답하리만치 올곧은 사람. 농약 투성 관행농 정책을 그냥 볼 수 없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물 살리고 땅 살려 세상을 살려내고자 가시밭길 뛰어든 무모한 사람. 이제는 도시인이 변해야 세상이 변한다며 그들을 위한 학교를 만들었다. 농업의 소중함을 깨닫고 농촌을 바로 보는 것이 환경운동의 시작이라고 생각하는 그의 철학이 구체화되는 모습이다.




골짝마을(곡성군), 좋은 과일이 있고(옥과면), 지천이 서로 만나(합강리) 섬진강을 만들어내는 곳에 자리잡는 섬진강 자연학습원. 그곳에는 연잎이 참 많다. 수생식물을 이용한 수질정화야 말로 환경보호와 쉼터제공, 주민의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일 터. 연잎차를 본적 있는가.

다른 차와는 다른 새로운 맛과 효과가 있다. 도자기 작업실과 흙 공예실. 수련의 향기 가득한 연못, 온갖 수생식물을 볼 수 있는 정원, 그 옛날 고려장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산책로, 마음놓고 뛰어 놀 수 있는 운동장이 있어 도시인의 자연체험장으로 적합하다. 3년여 동안 그가 쏟아 부었을 땀과 눈물이 짐작된다.

어린시절, 그의 어머니는 늘 개척교회를 다녔다고 한다. 어느정도 안정되면 새로운 교회로, 그곳에서 일하고 일하고.... 그렇게 어머니는 하느님의 말씀을 알리셨던 모양이다. 어머니가 개척교회를 일구셨듯, 그는 학교를 만들었다. 어머니가 황무지에서 개척교회를 만든 것과, 아무것도 없는 폐교에 자연학교 만든 것과 무어 다를 바 있을까. 그의 모습에서 어머니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듯하다.

세상을 살리는 방법은 무척 다양하다. 자기 몫에 맞는 자기 역할. 성경에서는 그것을 '달란트'라 하던가. 송진요님. 그이는 도시인들에게 기꺼이 자신의 몸을 내놓았다. 농촌으로 가는데 밟고 가라고. 그래서 도시가 변하고 농촌이 살아난다면 그것으로 임무는 다했다는 듯. 그는 온 힘을 자연학습원에 쏟고 있다.

섬진강 자연학습원 : 061-363-2582, 011-625-5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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