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는 광장이다
거리는 광장이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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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후문에서 국가대표 평가전부터 3/4위 터기전까지, 무려 9차례의 월드컵 거리응원전을 모난돌 회원들과 함께 주관한 뒤에 국가대표선수만큼이나 체력이 바닥났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7월 대학로 거리행사를 고민하고 있는데, 이번 거리응원전을 두고 정치권부터 언론,(진보)사회단체까지 말들이 많아 한 말씀 드리고자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거리응원전은 대단히 긍정적인 요소가 많은 '사건'이니 제발 진보라고 불리우는 사람들의 딴지는 이쯤에서 거두고 잘 활용하는데 머리와 손발을 굴렸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정부나 언론에서 떠들어대는 '태극전사'나 '온 국민의 대동한마당'이었다는 그런 말에 현혹될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까 그런 기우는 버리시고.

'놀 문화'의 민족성 회복

사실, 개인의 밀실(요즘의 방 문화, 피시방, 노래방, 비디오방, 자가용도 모두 개인의 방이다!)에 가두어진 요즘의 젊은이들이 '거리'라는 오픈된 공간에 모여 함께 응원하고 어깨를 걸고 눈물을 흘리고 아리랑을 부르며 길놀이를 했다는 것은 한국 국가대표가 월드컵 4강에 들었다는 것보다 100배 감격스럽고 기적 같은 일이었다. 왜냐고?

독재타도와 민주주의 쟁취를 위해 피로 물들인 자유의 광장을 소유했던 선배들의 역사적 체험과 달리 현 젊은이에게는 그 어떤 공동의 체험장이 있었는가?
이를 국가와 언론과 자본이 각자의 면밀한 이해관계에 따라 부추겼다고 해도 그들 또한 예상하지 못한 사람들의 거리메움이었고 열정의 표출이었으며 숨어있는 문화적 끼의 발산이었다.

"그동안 억눌렸던 '놀 문화'의 민족성 회복"이라고 말하는 신인철 붉은 악마의 회장의 말(한겨레신문)을 곰곰히 생각해보자. 자동차와 건물과 소음으로 가득 채워진 도심의 한복판에 광장문화, 거리문화가 생겨날 틈을 상상도 할 수 없었지만 이번 거리응원전이라는 사건은 사회단체가 주장하는 보행자 우선의 '걷고싶은 거리 만들기'를 훌쩍 뛰어넘어 삶의 질을 보장받는 문화의 광장을 요구하는 자연스러움까지 가져다줬다.

친환경적 문화 꺼리의 창조족 개발

이런 자연스러운 요구에 우리는 좀더 다양하고 좀더 소외된 이들과 함께 할 수 있고 또한 변방에만 머물던 문화컨텐츠를 접목을 시키도록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실천해야한다. 친환경적이며 덜 소비적이며 사람들의 자연발생적 '흥'을 유도하는 많은 문화적 '꺼리'들을 창조적으로 개발해야한다.

거리에 사람들이 떠난 뒤에 할 일이 더욱 많아졌다. 월드컵이 아닌 이제 문화적 힘으로 많은 시민과 젊은이들을 다시 모이게 하고 열광하게 해야한다. 단순히 동참하고 구경꾼이 아닌 주인으로 설 수 있도록 난장을 만들어야한다. 특히, 수능과 각종시험에 길들여진 우리 청소년들에게 몸 안에 가득 고여있는 자신만의 '끼'와 문화적 잠재력을 표출하게끔 '장학사업(이게 바로 진정한 인재양성 아닌가)'해야한다.

마지막으로 끝내기가 아쉬워 한 말씀만 더 드린다. 거리에 사람들이 떠난 뒤에 히딩크 거리네, 4강 거리네 현판이나 달고 조각상이나 세우는 그런 거리를 모독하는 짓은 제발 하지 말기를 부탁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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