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226)- 추야(秋夜)
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226)- 추야(秋夜)
  •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 승인 2021.05.31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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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문은 닫혀있고 시골 삽살개까지도 쉬는구나 : 秋夜 / 개암 강익

봄은 희망과 용기를 주지만 가을은 소소함을 낳게 한다. 봄은 새로운 활기를 불어 넣어 주지만 가을은 믿음직스러움이면서도 다가올 겨울에 차가움을 느끼게 한다. 오리와 기러기 떼가 가을 하늘을 갈지자(之)를 그리면서 남으로 향하는 모습을 보면 또 한 해가 저물어가는 생각하게 된다. 그런 늦가을의 소묘랄까 가을은 그랬다. 대숲 바람은 불지 않고 동산은 고요한데, 하늘엔 밝은 달을 보며 사람은 창에 기대어 있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秋夜(추야) / 개암 강익

맑게 갠 하늘에는 멀리에서 강물소리

사립문 닫혀 있고 삽살개가 쉬는구나

댓 숲에 고요한 동산 하늘에는 밝은 달.

碧落秋晴響遠江 柴扉撑掩息村狵

벽락추청향원강 시비탱엄식촌방

竹風不動小園靜 明月在天人倚窓

죽풍불동소원정 명월재천인의창

사립문 닫혀있고 시골 삽살개까지도 쉬는구나(秋夜)로 제목을 붙여본 칠언절구다. 작자는 개암(介庵) 강익(姜翼:1523~1567)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파란 잎 떨어지고 맑게 갠 가을하늘, 멀리엔 강물소리 / 사립문은 닫혀있고 시골 삽살개까지도 쉬는구나 // 대숲 바람은 불지 않고 동산은 고요한데 / 하늘엔 밝은 달을 보며 사람은 창에 기대어 있다]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깊어가는 가을밤]으로 번역된다. 추위가 엄습해 오는 깊어가는 가을밤은 점점 스산해 진다. 고운 단풍잎도 떨어지고 멀리서 시냇물 소리가 아련하게 들려온다. 삽살개는 누구의 종종 걸음마 발자국 소리를 들었는지 쉬지 않고 들렸다가 그친다. 마실 나간 아내는 돌아올 시간이 아직도 멀었는지 인기척 없이 고요하게 잠든 지 오래다. 깊어가는 가을의 한 모습이다. 시인은 맑은 가을 하늘에 취하여 멋진 시상을 일구어 보려는 생각을 가졌던 것으로 생각된다. 맑게 갠 가을하늘인데 멀리서 강물소리가 들리고 사립문은 닫혀있는데 시골 삽살개도 쉬고 있다는 시상을 이끌어냈다. 인기척이 없는데 삽살개가 짖을 리 없다. 그도 또한 단잠이 들어 푹 쉬어야겠으니. 시인은 이런 시골의 묘사까지 해내고 있다. 화자는 깊어가는 가을밤의 단상을 조용하게 그려내더니만 고요한 동산의 그림 한 폭 속에 할 일없는 가을의 소묘까지 엮어내고 있다. 대숲에서는 바람이 불지 않고 동산은 고요하기만 한데 하늘에는 밝은 달이 비치는데 한가한 농부는 우두커니 창에 기대어 있다는 시상의 그림 한 폭을 곱게 그려내었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가을 하늘 강물 소리 삽살개도 쉬는구나, 댓잎 바람 고요한데 달을 보며 창 기대네’라는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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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개암(介庵) 강익(姜翼:1523~1567)으로 조선 중기의 학자이다. 다른 호는 송암(松庵)이다. 아버지는 강근우이며, 어머니는 남원양씨로 양응기의 딸로 알려진다. 효성이 지극하여 어머니가 이질에 걸렸는데, 변을 맛보아 가면서 북극성에 기도하였다고 전해질 정도였다고 한다.

【한자와 어구】

碧落: 푸른 잎 떨어지다. 秋晴: 맑게 갠 가을. 響遠江: 멀리 강물 소리 들린다. 柴扉: 사립문. 撑掩: 닫아놓다. 息村狵: 시골 삽삽개도 쉰다. // 竹風: 대숲 바람. 不動: 불지 않고. 小園靜: 동산은 고요하다. 明月: 밝은 달. 在天: 하늘에 있다. 人倚窓: 사람은 창에 기대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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