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청색아파트를 지어라
정부는 청색아파트를 지어라
  • 문틈 시인
  • 승인 2020.12.23 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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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해 11월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고 언명한 바 있다. 하지만 1년여 만에 지금 온 나라가 부동산 문제로 난리다. 어떻게 된 셈인지 자고 나면 집값이 1억씩 오른다. 정부는 자신 있다고 했지만 서울 지역은 5억 가는 집이 10억으로 된 경우들이 허다하다.

게다가 전세난, 월세난으로 사람들은 다급한 지경에 처했다. 내 조카딸이 내년에 결혼을 할 참인데 전세값이 비싸서 서울에서 먼 지역으로 쫓겨나야 할 판이다. 직장은 서울에 있는데 신혼집을 수도권 먼 곳에 마련하면 직장을 그만두어야 한다는 소리다.

조카딸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에서 결혼하는 신혼부부들은 대부분 5억 이상 하는 전세를 마련할 수 없어 서울에서 벗어나야 한다. 어쩌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고 말았을까.

당초 여당은 임대차 3법을 위시한 각종 부동산 대책을 만들어 집없는 사람들을 돕겠다는 ‘따뜻한 입법’을 했는데 시장은 정반대로 반응했다. 집값은 역대 최대로 폭등하고, 전세는 집값의 70퍼센트를 넘고, 월세는 언감생심이다. 결과적으로 부동산 악법을 만든 꼴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스물 네 번이나 부동산 정책을 내놓았지만 어느 정책도 소용이 없었다. 선한 의도만 가지고 시장을 안정시킬 수 없음이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다. 문제가 무엇인지, 답이 무엇인지는 다들 알고 있다. 부동산 문제는 복잡하지 않을 뿐더러 그 해법도 무척 간단하다. 수요-공급의 원리를 좇으면 된다. 시장원리를 최대한 존중하는 것이다.

내가 보건대 정부는 집 가진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집 가진 사람들이 집을 가지고 부자되는 것을 막아보려고 안간힘을 다하는 것 같다. 나는 그런 생각이 그닥 나쁘지는 않다고 본다. 솔직히 부동산 가지고 벼락부자가 되는 것은 ‘부의 정당성’에서 볼 때 맞지 않기 때문이다.

땀 흘려 돈을 벌어야지 불로소득은 없이 사는 사람들에게 박탈감을 안겨준다. 아니 없는 사람들의 돈을 빼앗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취득세, 재산세, 양도세, 종부세를 엄청 올려놓고 다주택자들더러 집을 내놓으라고 한다. 그 사람들은 정부 정책에 등 돌리고 자식들에게 증여를 하는 쪽을 택한다.

다주택 가구수가 3백만 가구가 넘는다. 집을 사는 것도, 소유하는 것도, 매도하는 것도 어렵게 만들어 놓은 부동산 멈춤법에 시장은 역주행을 하고 있다. 정말로 정부가 집 문제를 안정시킬 뜻이 있다면 공급을 늘려야 한다. 공공임대든 분양주택이든 수요를 능가할 정도로 크게 늘려야 한다.

그것이 중장기적인 대책이라서 약발이 얼른 안듣는다면 정부가 가령 서울 어디에 언제까지 100만채 채를 짓겠다고 선언하는 것만으로도 집값 폭등은 진정시킬 수 있다. 나는 이 대목에서 ‘청색 아파트’를 제안하고 싶다.

가령 서울 강남의 재건축 대상을 모두 허용하고 용적률을 대폭 높여서 80층, 90층 초고층으로 짓는다. 이건 발상의 대전환이다. 대상 주민들이 들어갈 몫의 집은 제외하고 나머지는 공공아파트 개념으로 정부가 사들여 무주택자들에게 값싸게 분양하는 것이다.

물론 임대아파트가 아닌 분양아파트로 소유권은 분양받은 사람에게 준다. 옛날 청색전화가 백색전화를 밀어낸 경우를 생각해보면 살짝 이해가 된다. 청색 아파트가 대폭 늘어나면 집값 폭등도 잡을 수 있다. 교통혼잡은 현대 기술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그렇게 수십 만 채를 공급할 수 있다. 과감히 청색아파트 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재건축, 신축을 민간 시장에 맡기고 시장원리로 가야 한다. 서울 강남 같은 곳에 새로 아파트를 지으면 부자들이 돈을 벌게 되므로 안된다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엉뚱한 생각 가지고는 해법이 나올 수 없다. 지금 집을 가지고 돈을 못벌게 끔 엄중한 법을 거미줄처럼 엮어 놓고도 그런 생각을 하다니 이해할 수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부동산 말고는 꿀릴 것이 없다”고 했다. 개혁의 깃발을 높이 들었던 노무현 대통령조차 부동산에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지금 정부는 대체 어쩌려고 해법을 놔둔 채 집을 가지고 몸부림을 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집 없는 서민을 돕겠다는 정부가 거꾸로 부자는 더 부자 되게 하고(벼락부자), 서민은 집 장만을 더 어렵게 만들어 가난으로 내몰게 된(벼락거지) 형국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태어나서 평생 집 한 채 장만하다가 죽는다. 집 장만은 전 생애의 목표요, 성취요, 로망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이루어낸 자부심의 발로다. 이런 집에 대한 감정을 무시하고 ‘아파트 환상을 버려라’, ‘임대주택으로 가라’는 것은 결코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정책이라고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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