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는 빵이다
아파트는 빵이다
  • 문틈 시인
  • 승인 2020.12.03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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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내 친구가 들려준 이야기다. 시집 간 딸이 서울 아파트를 5억원에 팔았는데 팔고나서 그 집이 넉 달 만에 두 배가 되었단다. 딸은 집을 팔아 돈을 더 보태 큰집을 알아보는 중에 새 집도 몇 억이 올라 구하지 못하고 졸지에 집 없는 난민 신세가 되어버렸다.

딸은 매도한 집이 올라서 손해, 새집을 못자서 손해, 속을 끓이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에서는 여섯 달 만에, 1년 만에 집값이 두 배로 껑충 뛴 사례가 부지기수다. 무엇인가 아주 잘못되어 가고 있다. 이렇게 미친 듯 상승하다 보니 1000만명이 산다는 서울의 아파트 중간 가격이 10억원에 이르렀다고 한다.

지난 3년 어간에 벌어진 끔찍한 사태다. 서울은 온통 아파트값 폭등으로 난리가 아니다. 아파트 시장에 전에 보지 못한 역대급 대혼란이 일고 있다. 이 통에 사람들은 속병이 날 지경이고, 집을 팔았거나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아파트 블루’를 앓고 있다.

여기서 강력하게 의문이 드는 것은 왜 정부당국은 해결책을 내놓지 않느냐는 것. 주무장관은 ‘아파트가 빵이라면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다’고 한다. 나는 말한다. 아파트는 빵이다라고. 그러니 밤을 새워서 만들어 달라고. 의식주는 이제 주식의로 그 중요도의 순서가 바뀌었다. 아파트는 먹는 것 이상이다.

이 틈에 요령 좋은 사람들은 ‘영끌’을 해서 집을 사자마자 집값이 수억이 올라 ‘인생역전’의 기회를 잡았다. 사실 장관은 얼마 전에 ‘집은 충분하다’고 말했었다. 이제 와서 정부는 호텔, 빌라를 사들여 임대주택으로 활용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언 발에 오줌누기다. 그게 대책이 될 수 없다.

집 문제의 해결은 간단하다. 규제일변도, 부동산 관련 세금 중과를 접고 공급을 늘려주면 된다. 공급 쪽은 손을 대지 않고 아파트값 상승을 각종 규제와 징벌세로 억제하려고 하니 일이 풀릴 리 없다. 다주택자들이 집을 내놓도록 양도세를 일시적으로 낮추어주면 안될까. 다주택 소유자는 적폐이니 세금 맛을 보라고 옥죄기기보다는 그쪽이 더 나을 성싶은데.

한편으로는 이런 발칙한 생각도 든다. 정부당국이 전세도, 월세도, 새집도 구하기 어렵게 된 이 사태를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해결책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불난 집에서 콩 볶아 먹듯 아파트는 불이 붙었는데 끌 생각은 아니하고 세금 거두는 데에만 눈이 팔려 있을까. 혹시 세금 징수 말고 다른 무슨 꿍꿍이속이 있는 것은 아닐까.

정부당국이 아파트 대 혼란사태를 방치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말이다. 혹시 떠도는 말처럼 집 없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좌파 정권에 대한 지지가 늘어난다는 해괴한 생각을 하는 때문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좌파든 우파든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려고 집권한다고 나는 믿는다. 다만 그 방법이 다를 뿐이라고.

노태우 정부는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서울 주변에 200만호의 신도시를 건설했다. 일거에 집값이 잡혔다. 지금도 그 같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서울 강남 녹지대를 풀고 대량으로 공급하겠다고 말만 해도 집값은 폭등세를 멈출 것이다. 사실 부동산 문제는 잘 들여다보면 정부가 말한 대로 언젠가는 안정세를 찾아갈 것이라고 본다.

우선 중과세에 견뎌낼 재간이 없을 것 같다. 한두 해는 몰라도 10억 넘는 아파트에 부과되는 보유세는 어지간한 부자 아니고는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멀리 본다면 인구수가 줄어드는 데다 국회까지 세종시로 옮겨간다면 서울의 집값은 어쩔 수 없이 누그러질 것이다. 그런데 그때까지는 기다리기 벅차다.

단지 집이 서울에 있다는 이유로 자고 나니 1억씩 오른다면 대관절 지역 중소도시 사람들은 어쩌란 말인가. 눈앞에서 벌어지는 이 사태를 뒷짐 지고 천리만리 먼 나라 이야기로 볼 수 있을까. 광주처럼 집값이 어느 정도 오르긴 했지만 집값이 그대로인 중소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아닌 말로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왜 그런가 하면 광주를 비롯한 중소도시 사람의 부가 서울 집 주인한테로 이전되는 효과가 일어난 셈이기 때문이다. 서울 집값 오르는 폭만큼 광주 집값이 상승한 것도 아니고 대부분 그대로여서 심하게 말하면 눈 감자 코 베어 간 꼴이다.

값이 무턱대고 오르는 서울, 부산 지역에는 맨해튼처럼 100층 넘는 초고층 재건축 아파트를 지어 지정 층수 이상은 반의 반값으로 정부가 공공분양하고 그 아파트를 팔 때는 정부에 되파는 식의 분양을 나는 제안한다. 아파트를 점차 공공재로 만들어가는 과도기적 경로로서 고려해볼만하다. 아파트로 단번에 벼락부자가 되는 것은 사회악으로 간주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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