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들에게 따뜻한 언니로 남고 싶습니다
미혼모들에게 따뜻한 언니로 남고 싶습니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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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야, 나 엄마야. 널 보고싶어 하는 엄마. 엄마라고 하니 조금은 쑥스럽구나.
하지만 어쩌겠니. 엄마는 엄만걸. 아가는 어떻게 생겼을까. 너무 궁금하구나. 정말 니가 그리워 너와 함께 보내고 싶은 마음 행복하던 모습을 회상하며 아름다움이 가득한 우리들의 앞날을 꿈꾸며 그렇게 하루가 지나갔다.

처음에는 널 가졌다는 마음에 정말 죽고 싶어서 어쩔 줄 몰라했단다. 한심하지. 나쁜 생각하면 너에게 좋지 않은 것을 알면서 이런 생각한 내가 정말 미워. 너에게 너무 미안하구.
이젠 너에 대한 느낌, 이 설레임 너를 만남으로 해서 오는 커다란 기쁨 행복 가득한 세상에서 우리의 사랑과 모정을 조금씩 키워나가자꾸나.
-미혼모 생활수기 글 중에서-'

이혜선(미혼모쉼터 '우리들의 집' 사회복지사)

가끔 TV에선 학교 화장실에서 아이를 낳은 미혼모의 이야기가 뉴스로 보도되곤 한다. 그러나 이는 순간의 화제거리일 뿐 미혼모에게 지속적으로 따뜻한 관심을 갖아주는 사람들은 드물다.
그래서 대한사회복지회에 미혼모 쉼터인 '우리들의 집'이 더욱 절실히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한순간의 실수로 덜컥 임신하게 된 미혼모들. 두려움이 앞선 이들은 열달동안 주변의 눈을 의식하며 배를 움켜쥐고 살아가고 있다.

"만일 학교에서 알기라도 하는 날엔 퇴학당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니까요" 하지만 사회복지사 이혜선씨(25)는 "무조건 색안경 끼고 본다면 이들은 학교나 사회 어느 곳에서도 설 자리를 잃게 된다"며 이곳을 찾아온 미혼모들의 가슴아픈 심정을 대신 전한다.

아직은 덜 성숙된 사회 인식이 이들을 더욱 불행으로 몰아넣고 있다. 여관에서 혼자 아기를 낳고 면도칼로 탯줄을 잘라버린 미혼모, 중학생의 몸으로 미혼모가 되어 아기와 하룻밤만 자게 해달라는 16살의 학생. 이외에도 이씨가 도움을 주고 싶은 미혼모들은 수없이 많다.

"무조건 색안경 끼고 보는 편견 때문에
미혼모들은 설 곳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사회가 이제는 이들을 끌어 안을 수 있는
포용력을 발휘했으면…"


이씨가 그들에게 줄 수 있는 건 '희망'이다. 처음엔 두려움과 절망에 빠져 이곳을 찾지만 곧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고 떠난다고 한다.
이씨는 미혼모들과 함께 생활하며 건강한 출산은 물론, 새 출발을 위해 황폐해진 심신을 회복하도록 도와주고 있다. 낙태를 하지 않고 생명을 선택한 용기 있는 이들을 격려하고 있다.

비록 기를 수 없어 입양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뱃속에서 열 달 동안 자라고 있는 아기의 심장박동을 느끼며, 태어난 아기의 맑은 눈을 보며 생명의 소중함과 애틋한 모정을 느끼도록 따뜻한 언니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하지만 이는 분명 한계가 있다. 이곳에서 머무는 시간은 고작 2-3개월. 이후 미혼모들은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 이곳을 떠난 후에도 끊임없이 아이의 안부를 물어오는 전화를 받게 되는 이씨의 마음은 결코 편하지 않다.

하지만 희망을 배워나가기 때문에 보람된 일들도 많다고. "미혼모의 벽을 뛰어넘어 예전보다 더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데요" 다방해서 일했던 여성이 이곳을 거쳐 간후 수협에 취직했다며 이씨에게 전화를 한 적도 있었단다.

이씨는 이런 기쁨이 있기에 앞으로 자신의 결혼을 좀 더 늦추면서라도 오래 오래 이들과 함께 지내고 싶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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