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이 내 아이디어 도용했다”
“육군이 내 아이디어 도용했다”
  • 정인서 광주 서구문화원장
  • 승인 2018.12.27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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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선 철조망 이용 예술작품 이미 국방부, 육군에 요청
정인서 광주 서구문화원장
정인서 광주 서구문화원장

우리 육군이 국가방위에 노력하는 줄 알았더니 휴전선 GP철조망으로 작품을 만들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에게 선물했다는 뉴스를 듣고 깜짝 놀랐다.

육군이 9월 19일 남북 군사합의에 따라 완전 파괴된 경계초소(GP) 잔해물을 보존하라는 국방부 지침을 어기고 경계 철조망 파편인 철조망 일부를 관련 사진과 함께 액자로 만들어 여당 국회의원들에게 선물했다는 것이다.

휴전선 철조망을 이용해 지역 작가들과 함께 <휴전선, 분단 70년을 넘어>라는 기획으로 휴전선 철조망 작품을 만들어 평화의 노래를 부르겠다는 요청에는 아랑곳 않고 이러한 아이디어를 육군이 도용했다는 사실이 경악스럽다.

이는 분명 육군이 지역작가들의 순수한 작품 아이디어를 알고도 도용한 것으로 보여 저작권법 위반이 아닌가 싶다. 이는 명백히 저작권법 제4조 1항 등의 저작물 규정을 위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육군에 따르면 지난 18일 윤호중 사무총장을 단장으로 접경지역 주민들의 어려움을 살피는 더불어민주당 ‘청책(聽策)투어팀’ 9명이 059 GP 파괴 현장을 방문했다. 이 과정에서 전방 제7보병사단은 지난 11일 시범철수 때 뜯은 GP 철조망 조각이 들어있는 액자를 국회의원들에게 선물로 줬다.

액자에는 GP 철조망 잔해를 7㎝ 크기로 잘라 액자에 넣고 관련 사진과 함께 “이 철조망은 전군 최초로 실시한 GP 철거 작전 시 7사단 GP에서 사용하던 것입니다. 사단 전 장병은 한반도의 평화수호를 다짐하며, 7사단을 방문하신 OOO의원님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그런데 국방부는 앞서 지난 4일 GP 시범철수와 연관된 육군 전 부대에 “잔해물을 양호한 상태로 보존하고 별도의 지침이 있을 때까지 GP 잔해물을 훼손하는 행위(폐기물 처리 등)를 중단하라.”는 내용의 ‘철수 GP 잔해물 처리 지침’을 내려보낸 바 있다는 사실이다.

당시 국방부는 통일부, 문화체육관광부와 GP 잔해물 처리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려 통일독일의 베를린 장벽 사례 등을 검토하여 휴전선 철조망 등에 대한 기념물 내지는 작품으로 만들어 전시하는 방안 등 여러가지 처리 방안을 협의 중이었다.

하지만 7사단장 박원호 소장은 이 같은 ‘철거 GP 잔해물 보존 지침’을 깡그리 무시하고 기념품을 제작해 여당 국회의원들에게 증정했다. 무슨 덕 좀 보려 했던 일인지도 모르겠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논란이 된 여당 국회의원들은 윤 사무총장 지시로 이를 반납 조치했다. 육군 관계자는 “임의로 철조망 조각을 자른 것이 아니라 떨어진 파편을 재활용한 것”이라는 어쭙잖은 해명을 했다.

광주 서구문화원은 지난 8월 16일부터 20일까지 광주시청 1층 특별전시공간에서 ‘휴전선’ 철조망을 소재로 정인서 총괄기획, 주홍, 신창우 작가 등이 참여하는 남북 분단 극복을 염원한 작가-관객 소통의 작품 전시회를 가진 바 있다.

‘휴전선, 분단 70년을 넘어’는 ‘분단을 넘어 평화를 부르다’라는 주제로 열린 전시회이다. 휴전선 철조망을 대신한 실물 크기의 철조망을 설치, 작가와 관객의 소통 공간을 마련하고 관객이 직접 참여하여 평화의 염원을 바라는 디지털 미술 작품을 선보였다.

이 전시는 당초 155마일 휴전선에 나온 일부 폐철조망을 구해 실제 작품 소재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했다. 철조망을 이용한 액자 작품과 설치작품 등을 만든다는 것이었다.

지난 3월 작업구상을 시작한 이래 서울의 언론사, 전방부대 장교 출신 등 여러 경로를 통해 휴전선 철조망 확보를 위한 경로확인에 나섰다.

그러던 차에 4월 27일 역사적인 2018 제1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이 작품구상을 실현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갖게 만들었다. 이어 5월 21일 국방부로 공문을 보내 휴전선 철조망 사용에 관한 협조요청을 했다.

육군본부 담당자로부터 여러차례 전화가 걸려왔고 휴전선 철조망 사용과 작품의 의도를 확인했다. 전화 답변을 통해 일부 철조망을 제공해주면 액자 형태로 작품을 만들거나 설치작품으로 휴전선이 갖고 있는 분단의 아픔을 평화의 물결을 만들겠다고 했다.

육군본부 담당 소령은 아쉽게도 올해는 폐철조망을 거둔 게 없어 협력할 수는 없으나 폐철조망이 나오는 대로 알선해줄 것을 약속받았다. 이후 육군참모총장 명의로 7월 9일 보낸 공문을 통해 “휴전선 폐기 철조망을 예술작품으로 활용하기 위해 철조망 제공을 요청한 것에 대해 현재 양도 가능한 물량을 보유하지 않고 있다.”는 답변을 했다.

휴전선 철조망을 이용한 예술작품 제작에 관한 사전 정보를 인지하고서도 일선 부대에서 이같은 일이 벌어진 데다 국방부, 통일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T/P를 만들어 논의를 하고 있는 것은 아이디어 도용에 버금갈 수 있어 이에 대한 명확한 답변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육군이 서구문화원의 휴전선을 이용한 예술작품 전시기획 등의 내용에 대해 현재는 물량이 없어 제공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공문을 지난 7월 보내왔다.
육군이 서구문화원의 휴전선을 이용한 예술작품 전시기획 등의 내용에 대해 현재는 물량이 없어 제공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공문을 지난 7월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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