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문화도시 외치지 말자
말로만 문화도시 외치지 말자
  • 정인서 광주 서구문화원장
  • 승인 2018.10.11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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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광주시가 타이완의 타이난(臺南)시와 교류를 맺은 지 50년이 되는 해이다. 1968년 9월 17일 자매결연을 맺었다. 광주시가 외국 도시와 자매결연 한 5개국 6개 도시 가운데 타이난시는 제1호로 기록된다. 그만큼 우리로서는 의미있는 도시이다. 자매결연 기념으로 타이난시 명칭을 따서 남광주 4거리~농성지하도 구간을 ‘대남로’로 명명하였고, 타이난시에도 ‘광주로’가 있다.

타이난시는 과거 타이완의 수도였던 도시이다. 16세기 이전에는 평지 원주민인 평포족(平埔族)의 땅이었고, 16세기 초 중국의 푸젠성(福建省)에서 건너온 한족들에 의해 타이완의 근대사가 시작된 후, 17세기에는 네덜란드인들이 들어와 식민 정책의 본거지로 삼았다.

명나라 정성공(鄭成功)이 네덜란드인들을 물리치고 난 후 200여 년 동안 타이난은 타이완의 중심 도시로 번영을 누렸다. 타이완 발전의 초석이 된 역사의 고장이다. 도시 규모는 2,191㎢이며 37개 구로 구성되었고 인구는 190만명에 이른다. 광주의 501㎢에 비해 4배가 넓기 때문에 각 행정구 간에 이동거리가 긴 편이다.

이밖에 광주시와 우호협력을 맺은 곳은 2002년 이탈리아의 토리노시 등 9개국 16개 도시이며, 교류MOU를 체결한 곳은 2006년 중국 옌타이 등 12개국 18개 도시에 이른다. 자매결연 등 국제교류를 하는 목적은 국제회의의 적극적 유치, 외자유치의 확대 등의 국제교류 활동을 통해 21세기 국제도시로서의 위상을 높이려는 것이다.

타이난시 초청으로 임방울국악진흥회는 타이난시에서 개최된 ‘2018남영국제민속예술제’에 참가했다. 7일간의 일정으로 참가한 이번 공연단은 정식 공연 5번과 초등학교 초청 교류행사에서 갑작스럽게 마련된 공연 등 모두 6차례가 진행됐다.

임방울국악제 수상자들로 구성된 25명의 단원들은 오전 호텔에서 출발해 매번 1시간 이상씩의 이동과 리허설 준비, 저녁공연 등이 끝나고 숙소로 돌아오면 저녁 10시가 넘는 강행군을 했다. 우리 단원들은 이런 일정에도 불구하고 늘 웃는 얼굴로 서로를 격려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일에 나섰다. 지켜보는 필자로서는 참으로 대견하다 싶었다.

이번에 각 구마다 순방 공연을 하는 까닭에 장소마다 무대 크기와 음향, 조명 등이 다르다는 점이 좀 아쉬웠다. 어떤 경우는 무대가 너무 비좁아 공연의 동선을 다시 짜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다.

우리의 경우 상설로 구성된 전문공연단이 아니라 매년 임방울국악제 수상자들로 공연단을 구성하고 몇 번 정도 호흡만 맞춰보고 참가하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는 해외공연을 갈 경우 전체적인 흐름을 잡아줄 수 있는 연출감독이 별도로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한 번은 한 초등학교의 초청으로 교류행사를 가졌다. 미리 준비된 학생들의 피리 연주가 있었다. 그들은 아리랑을 불렀다. 그리고 대만 민속음악도 연주했다. 우리로서는 보답을 해야 했다. 600여명의 학생들을 위해 우리 공연단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화장을 하고 의상을 입는 등 오후에 깜짝 공연을 펼쳤다.

초등학생들은 부채춤과 농악놀이 등 우리 공연을 볼 때마다 함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어린 시기에 본 좋은 기억은 평생을 간다고 한다. 임방울국악진흥회 김중채 이사장은 “어른들보다 아이들에게 보인 공연이 이번 해외공연의 큰 성과일 것이다”고 말할 정도였다.

필자는 국악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국악을 자주 접하는 일이 많다. 우선은 사무실이 빛고을국악전수관에 있다 보니 그렇고 이런저런 국악공연을 보는 경우도 있다. 우리 판소리를 비롯하여 강강술래, 남사당놀이 등 14개가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 등재되어 세계무형문화유산 보유국가 3위를 기록한다는 자부심도 있다.

광주에서 임방울국악제가 열리는 것은 우리의 전통문화 가운데 하나인 판소리, 농악, 민요 등 국악 분야를 진흥하려는 취지이다. 하지만 갈수록 지역의 인재양성이 더디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초등학교 때부터 우리 민속음악을 보고 배울 수 있는 교육 기회가 부족한 때문이라 여겨진다.

광주는 문화도시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참여할 수 있는 정밀한 문화예술교육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들이 전문 예술가는 아닐지라도 제대로 즐길 줄 알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광주시가 시교육청과 협의하여 문화도시다운 명성을 내놓을 수 있는 교육시스템을 마련하길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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