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게 ‘예쁘다’고도 하지 말라
여성에게 ‘예쁘다’고도 하지 말라
  • 문틈 시인
  • 승인 2018.02.26 18: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 사회를 휩쓸고 있는 ‘미투 운동’을 보며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다. 가부장적 사회의 오랜 전통 아래 길들여진 남성 위주의 사회 구조가 붕괴되면서 성평등을 부르짖는 여성의 외침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이는 정당하며 마땅히 존중되어야 한다. 성평등 사회의 구현은 정의롭고 공정한 일이며 우리가 소망하는 세상이다.

어느 특정인이 과거 누구를 어떻게 했다는 성희롱 폭로가 잇따르고 있는데 이는 우리에게 성평등 시대를 열기 위한 성장통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과거 성추행을 저지른 것으로 지목된 모모 시인, 극작가, 영화배우, 감독, 교수, 검사, 신부들이 여론의 치도곤을 맞고 있다. 물론 그들도 반성해야 하지만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이 운동의 진행에 참여해야 한다.

언론에서 돌을 맞고 있는 인사들만 성추행의 이력을 지닌 것일까. 뒤져보면 구석구석에 이런 일들이 곰팡이처럼 슬어 있을 것이다. 심하게 말하면 우리 사회의 남성 역사의 상당 부분은 성추행으로 얼룩져 있다고 봐야 한다.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의 개념이 딱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당하는 쪽이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면 그것은 성추행이다. 다소 과격한 말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 생각지 않으면 미투 운동은 한때의 떠들썩한 이벤트로 지나가 버릴 수도 있다.

수원의 한 성당에서는 주교 명의의 사과문 성격의 사목 서한을 공개하고도 신도들에게 6일간 미사가 없고 3일만 지나면 잊혀진다고 하는 긴급공지문자를 보내 ‘사과의 진실성’에 논란이 일고 있다. 이참에 우리 사회가 집단 지성을 발휘해 성평등 운동으로 힘있게 밀고 가야 한다.

미투 운동을 두고 여러 말들이 있다. 특정한 목적이 있어서 폭로한 것이 아니냐, 명예훼손을 하는 것이 아니냐, 좌파를 분열시키기 위한 공작 아니냐, 말도 안 되는 소리들이다. 다른 한 쪽에서는 어려서부터 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무슨 일이 터지면 매사가 교육탓으로 돌리는데 나는 무엇보다 엄격한 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런 폭로가 현행법으로는 명예훼손죄에 걸릴 수도 있게 되어 있단다. 개헌을 한다면 성평등 조항이 담겨야 한다. 그리고 성추행을 한 사람은 지금의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 청와대의 탁 누군가 하는 사람도 예외일 수 없다. 그것이 산 교육이다.

미투 운동과 관련해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우선 언론부터 성평등 관점에서 기사를 쓰거나 카메라를 들이대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언론의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보라. “화보를 보고 네티즌들은 그녀의 S라인과 육감적인 몸매를 보고 극찬했다.” 이런 식의 기사가 차고 넘친다. ’하의실종‘ ’남자는 순간 숨이 막힌다.‘ ’늘씬한 각선미‘ ’보일락 말락‘ 대체 이런 기사가 무엇이란 말인가. 음란 그 자체다. 그야말로 19금에 해당할만한 표현들이 눈을 어지럽힌다.

뿐인가. 노출이 심한 여자 탤런트의 사진을 올려놓는 것은 다반사다. 여성을 상품처럼 취급하는 이런 행태에 아무도 입을 벙긋하지 않는다. 그런 표현, 그런 야한 사진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실려 있다. 이런 보도를 ’성추행‘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과연 관음증을 자극하는 언론이 미투 운동을 끌고 갈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우리 사회가 도적적으로 아주 높은 수준의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공론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기에 에로 잡지 ‘플레이보이’지와의 인터뷰에서 “결혼한 뒤에도 예쁜 여자를 보는 순간 욕정을 느꼈다. 마음의 간음도 여러 차례 저질렀다.”고 고백했었다.

송도삼절로 꼽히는 서화담 같은 분이 아니라면 남성은 그 본성으로 볼진대 대개 이성을 보고 야릇한 마음이 들게끔 되어 있다. 옛날에 ‘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 말이 괜히 나왔겠는가. 문제는 마음에 숨어 있는 말이나 손버릇을 여성에게 함부로 표현하는 행동이다.

최근 어디선가 여성을 보고 함부로 ’예쁘다‘고 말해도 성추행이 될 수 있다는 글을 보았다. 거기까지는 판단이 잘 안 서지만 여성을 자신과 똑같은 인격체로 인식해야 한다는 점에서 공감한다. 무시하고 반말하고 비하, 외모 지적 같은 일이 함부로 일어나는 풍토에서는 성평등은 요원하다. 국회의원, 관료 같은 이른바 지배계급의 여성 진출은 가뭄에 콩나듯 하다. 미투 운동은 사회변혁을 부르짖는 ’촛불‘로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다.

사정이 이런 데도 성평등 사회를 지향한 몸부림을 지원하고 격려해야 할 정부 부서나 흔한 여성단체, 성추행범이 소속된 협회 같은 데서 똑 부러진 코멘트 한 마디 없다. 심지어는 해당 인물을 두고 어느 문인 단체에서는 ’경미하다‘는 뒷공론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과서에서 당연히 그런 문인들의 작품들은 빼야 한다. 학생들이 성추행범의 작품을 읽고 무엇을 느낄까. 공자가 시(詩)를 두고 사무사(思無邪)라고 한 깊은 뜻을 학생들이 알면 안 된단 말인가. 미투 운동이 우리 사회를 성평등의 세계를 여는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