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공동육아를 통해 꿈꾸는 것들
내가 공동육아를 통해 꿈꾸는 것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4.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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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분기별로 한번씩 돌아오는 공동육아 어린이집 일일교사가 되는 날이다.
아침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딸아이 손을잡고 함께 어린이집에 등원했다.
아이들 한명 한명과 일일이 인사하고, 나들이 준비를 했다.
봄을 맞이하는 풀꽃들과의 아름다운 대화를 위해 오늘은 나들이를 특별히 담양쪽 들녘으로 택했다 한다.

풀밭에 드문드문 피어있기는 하지만, 자운영이랑,민들레,양지꽃 등등 꽃들을 구경하고 신기한 듯 만져보고 1시간여쯤 정신없이 뛰어놀고 다시 어린이집으로 돌아왔다.
당번 엄마들이 미리 준비해둔 잡곡밥에 유기농야채로 만든 김치며 반찬에 아이들은 정신없이 한그릇을 꼴깍 비웠다. 평소보다 나들이 장소가 조금 멀었던 탓에 무척 배가 고팠나 보다. 그래도 자기가 먹은 밥그릇은 꼬박꼬박 직접 씽크대에 갖다놓고 일어섰다.

식사후 마당에서 공가지고 노는 아이들, 텃밭에서 자기가 심어놓은 상추를 보살피는 아이, 방에서 놀이감가지고 노는 아이들, 아이들은 저마다 독특한 표정과 몸짓으로 자신의 활동에 몰입해 있다. 그리고 낮잠도 자고....
낮잠후 아이들은 각 방별로 일주일째 진행중인 프로젝트 수업을 선생님이랑 함께 진행한다.
내가 함께하는 6-7세아이들 방에서는 조금은 어려워보이는 '북녘동포와 하나되기'라는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중 7살 종학이는 첫날 북녘 이야기를 듣고 나더니, 북녘 친구에게 줘야겠다면서 직접 옥수수씨를 구해 달라고 조르더니 옥수수씨를 심어놓고 날마다 싹 돋아나고 자라는것만 줄곧 관찰하고 있단다.
6시에서 7시사이 부모들과 아이들이 한명씩 집으로 돌아가고, 교사들은 오늘 아이들과 지내면서 아이들의 행동 반응등에 대해서 또 선생님 자신의 생각에 대해서 하루 이야기를 나눴다.

양보와 미덕을 알고
사람과 자연의 소중한 가치를 알아가는,
그리고 그것이 어른들의 사회를 변화시켜
건강한 자주적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행복한 꿈을 꾸어본다


특별히 지시하고 가르치지는 않지만, 온종일 아이들 한명한명 일일이 관찰하고 이야기나누고 친구가 되어서 같이 놀아주고, 쉽지않은 어린이집 교사활동의 고충에 대한 이해와 아이들 말과 행동하나 하나에서 너무 많은 감동을 받은 나의 하루 소감으로 교사모임은 정리되었다.
그리고 나자 저녁식사를 마친 조합 이사들이 한명한명 모여 들었다.
다음주부터 진행될 '초등학교 예비 자녀를 둔 엄마,아빠교실'에 관한것과 이번주 일요일에 하기로 한 새봄아파트 주민들과의 체육대회 준비와 관련해서 이사회가 있기 때문에.

이사회에서는 덧붙여서 그동안 일일교사활동, 일일당번, 청소등 조합활동에 가장 성실하고 열성을 보여온 민혁이 엄마와 아빠, 이번에 초등학교 학부모가 되어서 학교 운영위원이 된 현진이 엄마에 대한 자그마한 칭찬과 격려계획을 세웠다.
또한 매월 마지막주 토요일에 있는 행복재활원 아이들과 함께하는 나들이때 조합원부모들만으로는 손이 부족하니 지역에서 관심있는 자원봉사자를 모집하자는 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누었다.
이사회까지 마치고 오니 저녁 10시가 다 되었다.

여태 안자고 아빠랑 책보고 놀고있는 딸아이랑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면서 너무나 행복한 꿈을 꾼다.
맨날 풀과 흙속에서 뒹구느라 새까맣게 타버린 얼굴이지만 아프지 않고 건강하고, 양보와 배려의 미덕을 알고 사람과 자연의 소중한 가치를 알아가는 밝고 명랑하기만한 내 딸아이의 모습이, 자라나는 모든 2세들에게서도 볼수 있는, 그리고 그것이 어른들의 사회를 변화시켜서 우리 온민족의 건강한 자주적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그런 것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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