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웃음과 꿈을 선사하는 이야기꾼들
아이들에게 웃음과 꿈을 선사하는 이야기꾼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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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어린이들에게 꿈을 준다. 끝이 없는 상상력과 희망을 안긴다. 도깨비가 돼 못된 아이를 혼내주고, 할아버지.할머니가 돼 옛날 이야기를 해준다. 때론 토끼와 돼지로 변해 아이들을 웃기고 울린다. 엄마없는 외로운 아이들에겐 엄마이기도 한 '아줌마'들.

"우리들의 작은 수고가 어린이들에게 감동을 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아이들이 웃고 울면서 이기적인 마음을 버리고 풍부한 감성을 지녔으면 좋겠어요. 어린이 집 등에 있는 외로운 아이들에겐 문화적 체험이 됐으면 더욱 좋고요". 대표를 맡고 있는 이금숙씨(41)의 말이다.

전문 인형극단이 전무한 광주에 이씨가 '각시탈' 둥지를 튼 지 벌써 16년이 흘렀다. 대학시절 유아교육에 관심이 많던 이씨는 이책, 저책 뒤져가며 인형극에 대해 연구하고 집에 직접 조롱박을 심어 인형을 만들면서 하나 하나 배워갔다.

불문학을 전공했던 이씨는 졸업 후 고등학교 교사를 했으나 1년만에 교직생활을 중단하고 사무실을 차려 인형과의 인생을 시작했다. "처음엔 부모님부터 무척 반대하셨죠. 시집갈 나이에 잘 다니던 직장 그만두고 어릴 때는 좋아하지도 않던 인형을 만지작 거리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공연을 시작하면서 아이들이 즐거워 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씨는 힘을 얻었다. 점점 모여든 단원들 덕분에 이제 각시탈 식구는 8명으로 늘어났다.

풍부한 감성 선물하고자 인형극 시작
때론 토끼와 돼지로, 때론 엄마가 되어
온 가족 즐기고 생각할 수 있는 공연으로


집에서는 엄마이자 아내이고 며느리들로서 바쁜 시간을 보내는 이들. 그러나 인형극에 쓰일 모든 소품을 직접 만든다. 손에 인형을 끼워 공연하는 장갑인형극을 선보이는 이들은 우선 버려진 옷들을 자르고 바느질하고 염색해 인형을 만든다. 인형의 눈은 음료수 페트병을 이용하는 식이다. 또 대본도 교육적 효과가 있는 전래동화를 직접 각색하고, 나무.집 등 각종 무대 장치와 효과 음악 등도 직접 만든다.

30여분의 공연을 위해 이들은 자신의 모든 시간을 투자한다. 물론 공연 날짜가 잡히면 매일 땀을 흘린다. 이씨는 첫 애를 낳기 이틀 전까지도 무대에서 공연을 했고, 아이를 낳은 후에도 젖을 물리면서 공연을 했을 정도로 이 일에 열정을 쏟아 부었다.

"인형극은 아이들만 보는 것도 아니고 저학년만 즐기는 것은 더더욱 아니예요. 연극의 한 개념이죠. 가족이 함께 즐기고 행복한 상상을 할 수 있는 거예요"

이씨는 직접 대본을 쓰지만 획일화된 주제는 없다고 말한다. "아이들 사고가 무궁무진한데 흑백으로 나누고, 선악으로 나누면 안되죠" 되도록 여운을 많이 주는 인형극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에서 인형극은 사람들 관심 밖의 대상이다. 일본이나 프랑스는 해외로 공연을 나가면 귀빈 대접을 받지만 한국 인형극단이 해외를 나가면 대사관에서 본체 만체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그럴수록 이씨는 "우리가 여기서 힘들다고 그만 두면 누가 하겠어요"라는 사명감에 공연을 계속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는 이씨 스스로 당당해지려고 애쓰는 모습이기도 하다.

그런 노력 덕분에 이제 해마다 4월이 되면 궁전제과엔 이들을 보기위한 아이들로 북적인다. 12년 전부터 궁전제과와 함께 한달동안 정기공연을 열고 있는 것.

"처음엔 인형극이 과연 될까 싶었는데 이젠 2월이면 유치원이나 단체 관람 예약이 끝날 정도로 인기가 많아졌어요" 그래서 이씨는 인형탈 때문에 땀으로 목욕을 해도 웃음이 가시지 않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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