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Q CQ 여긴 장성입니다"
"CQ CQ 여긴 장성입니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4.0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성 아마추어 무선동호회

"여기는 장성 홍길동 축제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해마다 장성 각종 축제가 열릴 때면 방송국이나 신문사보다 더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장성 아마추어 무선동호회. 취미활동을 위해 무선 자격증을 취득한 이들은 '장성'에 연고를 두고 있는 사람들로 고향을 위해 작은 봉사를 해보고자 모였다.

"무선은 시간과 언어의 장벽을 초월해 언제 어디서나 전세계 누구와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큰 장점을 갖고 있죠" 동호회 김상규 부회장은 이 동호회가 전국적으로 8만여명, 세계적으로 450만 회원이 교신을 하고 있는 거대한 조직이라고 설명한다.

이에 장성 축제가 열릴 때면 40여명의 회원들은 만사를 제쳐두고 장성으로 달려가 축제의 이모저모를 알리기에 정신없다. "모두들 취미로 하는 일이라 함께 모이는 일이 힘들지만 전세계 사람들에게 '장성'을 말할 수 있다는 게 뿌듯한걸요"

20대부터 50대까지 그 연령층도 다양하지만 무선 교신만은 나이를 초월한 경쟁이기도 하다. "무선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들은 어렵지 않냐는 질문을 많이 해요" 김 부회장은 무선 교신에서의 정해진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그럴 염려는 전혀 없다고. 오히려 외국인과 대화를 하면서도 서로 공통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언어장애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한다.

무선 통신은 재해 때 그 진가를 발휘하곤 한다. "매력이요? 천재지변과 같은 위급한 현장에서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된다는 점이겠죠"라고 입모아 이야기하는 이들에겐 통신장애라는 장벽이 없다. 88년 올림픽 등 국가적인 행사시 대외적인 홍보활동이나 대구가스폭발이나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시 통신지원 활동 및 홍수 등 각종 자연재해시 현장에서의 통신을 통한 구조 활동은 이들이 말을 다시한번 실감케 하고 있다.

장성 축제 전세계 알리기 봉사활동
취미생활로 시작, 곳곳에서 진가 발휘
시간과 언어의 장벽 초월한 교류 가능


그런가 하면 취미생활로 시작한 것인만큼 회원들끼리 출퇴근시나 여행중 교통상황 정보도 주고 받곤 한다. "요즘 핸드폰이나 인터넷이 많이 발달되긴 했지만 이것만은 못하죠" 특히 교신시 가장 중요한 규칙인 상대방에 대한 에티켓은 인터넷 채팅의 불신을 극복한 점이기도 하다. 2개국 교신시 불쑬 끼어들지 말아야 하는 것은 기본적인 예의.

또, 교신 후 교신에 응해줘서 고맙다는 증표로 주고 받는 교신확인증은 회원들의 소중한 추억이기도 하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보내지는 교신증은 자신이 직접 만들어 보내고 또 이국인으로부터 색다른 카드를 받는 일은 동호인들의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란다.

김 부회장은 최근 퇴근 길에 핸드폰 대신 휴대용 무선을 이용해 가족들과 대화하는 데 푹 빠져 산다. "가족 간에도 무선할 때는 서로 존대말을 하거든요. 애들 교육에도 좋은 것 같아요" 그래서 아들도 최근 자격증 시험에 도전하고 있다고.

가끔 회원들은 즐거운 상상도 한다. 영화 '동감'처럼 통신장애로 20여년전 첫사랑과 다시 만난다면 무슨 말부터 꺼낼까 하는 기대감을 안고.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