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없는 영화 관람 어떠세요?"
"필름 없는 영화 관람 어떠세요?"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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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날레 프로젝트 3 '집행유예'에서 상영될 '광주탈출'

솔이 : "아빠! 오일팔 광주 민주화 운동이 뭐예요?"
영후 : "응!(가슴이 답답해서 숨이 막히는 소리로...)그건! 말이야!"
대학동창 결혼식 피로연 자리에서 벌어진 토론. 학생운동 단체의 선후배이기도 한 이들의 토론은 우리들 마음속에 서서히 식어가는 광주의 기억과 기념의 형식에 관한 열띤 토론으로 변해간다.

2002년, 비엔날레 기간(3월 29일-6월 29일) 5·18 자유공원 헌병대식당에서 상영될 자운영 감독의 영화'광주탈출' 줄거리다.
상무대 옛 헌병대 건물중 복원된 헌병대 식당에서 장기상영에 돌입하는 이 영화는 80년 오월 광주의 상황을 가장 사실적으로 다룬 인권 영화다. 자운영 감독은 당시 헌병대 소속 제대말년 허병장과 이곳 상무대 영창에 강제 연행되어 폭도라는 누명을 쓴 재단사 정씨 등 당시를 회상하며 오열할 수 밖에 없는 이들의 감동의 비망록을 이 영화에 담고 있다.

이미 비엔날레 주변을 비롯해 광주시내 곳곳에 전단지가 뿌려지고 홍보 선전이 한창이 이 영화는 흥행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필름이 없다. 금방이라도 영화를 상영할 분위기이지만 영화는 없다. 단지 영화를 선전하는 간판과 전단지만이 있을 뿐이다.

누가 이런 엄청난 일을 낸 것일까. 그는 다름아닌 박태규씨다. 그는 "80년 5월에 대해 많은 평가가 이뤄졌고 기념 사업도 크게 벌이고 있지만 몇몇 관계자들만 참여하고 있다"는 안타까움을 갖고 있었다. 그러던 중 2002광주비엔날레 내용 중 '집행유예'라는 프로젝트가 선정됐고 박씨는 이 안에서 누군든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영화를 만든 것이다. 광주탈출은 도망가자는 의미가 아니다. "현실에서 벗어서 광주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는 의도다.

또, 5·18 자유공원처럼 역사가 담긴 건물은 허물고 보기 좋게 복원하는 등 알맹이가 빠진 기념사업에 대한 반성의 기회이기도 하다. "5·18을 신격화 하는 데 주력하기 보다 광주 시민 나아가 전 세계가 함께 공감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게 박씨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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