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질 소리에 마음이 즐거워진다
가위질 소리에 마음이 즐거워진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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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실 '헤어월드' 운영하는 이문환씨>
늘 웃음기가 담겨 있는 잔잔한 눈매 때문일까. 나지막한 소리로 안부를 묻곤 하는 다정함 때문일까. 아마도 춤추듯 가볍게 움직이며 멋진 헤어스타일을 만들어내는 솜씨 때문이겠지. 광주 북구 일곡동 '이문환 헤어월드'를 운영하고 있는 이문환씨(41)에게는 10년 이상의 인연을 맺고 있는 단골이 많다. "나에게 가장 어울리는 헤어스타일이 뭔지 원장선생님은 아시거든요" 미용실 장소를 옮겨도 손님이 바뀌지 않는 이유다.

그렇다면 그 '솜씨'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전국 미용사들 중 남자는 7%선.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이 직업 자체가 그다지 인정받는 직업이 아니었고 더구나 남성이 미용일을 한다면 집안 망신으로 여겨질 정도였다. 이씨의 상황도 예외는 아니었다. "엄격한 집안이었는데 아들이 '~쟁이'라고 불리는 게 싫으셨던 거죠" 처음엔 이런 부모의 마음을 거절하지 못해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자연스러운 아름다움 창조하고 싶어
'금남'의 길에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그는 단 한번의 인생을 딱딱한 책상과 문서들에 파묻혀 보내고 싶진 않았다. 항상 눈여겨봤던 아름다움 창조를 위해 그는 자신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일'을 찾고 싶었다.
그래서 삶의 밑그림을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노래 잘 부르면 하루 아침에 스타가 되고 얼굴만 예뻐도 금방 주인공이 되지만 미용인의 세계에서 재능이 있다고 하루 아침에 인정받는 일은 불가능하다. 미용학원에서 자격증을 따는 것은 통과의례일 뿐 일반 미장원에 취직, 엄격한 견습생활을 거치면서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 청소, 손님 머리 감겨드리기, 수건과 가운 빨래 등 혹독한 훈련 기간을 거쳐야 한다.

이씨는 이 과정을 즐겼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즐거움과 만족을 느끼는 걸 '천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게다가 그는 좀 더 체계적인 이론과 실력을 찾아 일본과 프랑스 등을 오가며 그 갈증을 해소하는 일종의 '매니아'이기도 했다

이런 열정 덕분이었을까. 아들의 인사조차도 안받을 정도로 오랜 세월 이씨의 일을 반대하셨던 부모님 때문에 가슴아파 했고 가까운 친구들에게도 자신의 일을 떳떳하게 말하지 못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 그는 '이문환' 이름 앞에 당당하다.

요즘은 대학 강단에 서면서 자신의 미래보다 후배들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 그들이 희망을 갖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가를 더 많이 생각한다. "목표 설정만 뚜렷하다면 어디서 무엇을 하든 성공하고 행복해 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 과정이 있어야만 이씨가 최고의 아름다움으로 삼는 "은은하면서도 고객에게 어울리는 자연스러운 멋"도 탄생할 수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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