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가 하고 싶은 말 한다는데 잘못됐습니까"
"유권자가 하고 싶은 말 한다는데 잘못됐습니까"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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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지지' 광고냈다 선관위 조사받은 김수복씨

"저는 전라도 광주에 사는 쉰 아홉 살 먹은 평범한 시민입니다. 어눌해서도 그랬을테지만, 3년 동안 육체노동자 버금가게 힘든 번역노동을 하고 사는 노동자입니다…"
이렇게 시작된 장문의 글이 한겨레신문 2월 28일자 광고란에 실렸다. 김수복 씨(59·광주시 북구 문흥동)가 전국민에게 '아름다운 바보' 노무현 지지를 호소한 것.

해방이후 50년이 넘도록 수많은 사람이 감옥에 갇히고 두들겨 맞고 죽임을 당하면서 어렵게 어렵게 지켜온 민주주의가 수구기득권 세력에 의해 다시 20년, 아니 30년 전으로 되돌아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느낀 김씨. 그는 "세상이 자꾸만 뒷걸음질 칠 것만 같아 보여서 밤잠까지 설쳤다"며 고심 끝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믿음직스럽고 호감 가는 노무현"을 밀어줘야겠다고 결심했다.

김씨는 광고를 통해 일관성 있게 정도만을 걸었던 노무현이야말로 "우리나라에서 패거리 정치가 아닌 진정 '국민을 위한' 정치가 무엇인지 선명하게 보여 줄 수 있는 지도자, 자기네 기득권과 특권 지키기에 급급한 세력에 맞서 전체 국민의 공동선을 구현할 수 있는 정치인"이라고 강조했다.

수구기득권 세력에 무너져 가는 정치 안타까워
선관위,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 조치


속내를 드러내 정치인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풍토가 아직 익숙치 못한 국민들에게 김씨의 행동은 '당돌함' 그 이상이었다. 광고 게재 후 전국에서 수백통의 메일과 편지가 왔다. 특히 김씨가 전라도 사람이라는 점에 경상도에서 많은 격려가 쏟아졌다고. '구구절절 일점일획에 감동해 눈물을 흘렸다'는 사람을 비롯해 '생각만 하고 말도 못하고 행동도 못하는 우리가 부끄럽다'는 등의 솔직한 심정들이 이번엔 김씨를 감동시켰다.

반면 선거관리위원회의 눈엔 김씨의 행동이 '일탈'이었다. 특정 후보 지지 광고를 냈다는 이유만으로 그는 광주시 선거관리위원회에 불려가 조사를 받아야했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선거법 위반 신문광고 중지촉구 공문도 받았다.

"선거는 국민들이 하는 건데 피 선거권자들만 이야기 하고 국민은 수동적으로 듣고만 있을 순 없잖아요" 그는 헌법에 분명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허용하고 있는데도 선거법으로 국민들의 입을 막는 것은 부당하다고 전한다. "우리나라를 위해 일할 정치인을 뽑는데 국민들 간에 의사소통 나눌 수 있는 통로를 싹 막고 있으니 뭐가 제대로 되겠습니까" 선거법부터 바뀌어야 나라가 살 수 있단다.

그는 노무현을사랑하는사람들의모임(이하 노사모) 회원도 아니다. 가톨릭신학대를 졸업하고 해방 신학 관련 서적들을 우리말로 번역하는 평범한 '노동자'일 뿐이다. 하지만 올바른 정치를 위한 열정만은 정치인들과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뜨겁다. 그리고 30여년동안 모았던 쌈짓돈을 털어 광고를 낼 만큼 정치에 바라는 마음이 순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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