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경선제로 민심 반영할 수 있을까
시민경선제로 민심 반영할 수 있을까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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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정동채 광주시지부장은 구랍 28일 광주시내 한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당심과 민심이 일치하는 후보, 본선 경쟁력이 있는 후보를 뽑기 위해 6천명 이상의 대규모 선거인단을 구성, 후보를 선출하는 시민경선제를 도입키로 했다고 기자간담회에서 밝혔다. 참 좋은 일이다. 미국 민주당처럼 개방된 예비경선은 아니지만 당원과 비당원을 50대 50으로 하고 청년과 여성을 30%이상 배치하는 선거인단을 구성하겠다고 하니, 그동안 지구당위원장이 후보를 지명하여 박수로 통과시키거나 불과 280명의 시지부 대의원만으로 경선하던 관행에 비춰보면 획기적인 사건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이렇게 좋은 일을 이제야 하겠다는 건가? 좀더 일찍 민주정당, 정책정당으로 탈바꿈하여 시민들의 호응을 얻을 수는 없었는가? 더욱이 2000년 총선시민연대가 낙천낙선운동을 하며 정치권의 각성을 촉구한 바 있지만 지역정당에 자만한 민주당 등 3당은 민심을 외면한 채 각종비리에 얼룩지고 정쟁은 갈수록 심화되었다. 이를 보다 못한 시민단체들이 '참여, 자치, 분권/희망의 연대'라는 기치를 걸고 전국적으로 지방자치개혁연대와 이곳 광주전남자치연대를 결성하여 일만인 선거인단으로 시장후보를 내겠다고 하자 민주당도 비로소 민심을 반영하는 시민경선제를 하겠다고 한다. 왜일까? 그것은 독점기업이 좋은 제품을 생산하지 못해 국제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처럼 20년 가까이 지역정당에 자만한 민주당이 기득권세력과 유착한 채 민심이반을 자초하다가 광주전남자치연대라는 대안세력이 등장하자 형식적으로라도 민심을 반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상무소각장 문제도 마찬가지다. 다섯달이 넘도록 나홀로 시위를 계속하고 있는데도 민주당 서구지구당은 시민측 중재위원이 탈퇴한 중재위원회의 의견에만 따르겠다며 나 몰라라 하고 있다가 상무소각장 폐쇄를 위한 시민연대회의가 광주서구자치연대에 참여하여 2002년 4대지방선거에 시민후보를 내겠다고 하자, 모 시의원이 대표를 찾아와 고시장이 당초 약속한 대로 독일TUV사의 용역결과에 대한 보완사항이행점검을 국내기관이 아닌 독일TUV사가 시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표명하였다고 한다. 참 한심한 일이다.



상무지구 주민들의 염원은 소각장폐쇄이지만 이미 다 지어진 소각장이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공인받는 기관에 '안전도 성능검사와 환경상 영향조사'를 받도록 하여 주민의 안전을 보장해 달라는 주민의 정당한 권리찾기운동을 주민의 대표라는 시의원과 국회의원이 외면해온 것도 문제이지만, 광주서구자치연대와 힘을 합쳐 우리 일꾼은 우리가 뽑겠다고 하자 그때서야 소각장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의지를 표명했다니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그 동안 문제점이 무엇인지 몰라서 이제야 찾아왔단 말인가? 말 그대로 모르고 있었다면 주민의 대표로서의 자격도 없다고 보아야 한다. 하지만 알고도 모른 체 하고 있었다면 이는 정말 가증스러운 일일 것이다. 더욱 기가 찰 일은 상무지구 주민들이 우리 일꾼을 우리 손으로 뽑겠다고 나서자 호들갑을 떨며 민주당에서 해결하겠다고 나섰다는 점이다.



일당 지배구조의 폐해는 비단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상무소각장 중재위원들의 로비사실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이지만 지역 기득권세력과 유착한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의 비리가 연일 끊이질 않고, 경쟁력이 없는 의원들의 자질시비가 민심이반을 재촉해왔다. 경쟁상대가 없는 일당지배구조는 지역의 앞날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 상무소각장문제만 봐도 그렇고, 지하철건설 강행과 서방지하상가 문제 등 주민들의 항의를 무력으로 짓밟고 시재정은 빚더미에 눌려 있다. 일당에 몰표를 몰아주어 우리 대통령을 만들었고 지방자치시대가 되었지만 시민들은 갈수록 살기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일당지배구조가 사라지지 않는 한 경쟁력 있는 좋은 후보가 시민의 일꾼으로 나올 수는 없다. 오랜만에 향유하고 있는 여당권력과 기득권세력과의 유착을 벗어나는 길은 주민 스스로가 시민후보를 내어 우리 일꾼을 뽑는 것이다. 우리는 지난 20년 동안 몰표를 몰아주면서도 정직하고 봉사하는 후보를 낼 수 있도록 때로는 질타를 하면서 충분한 비판을 하여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도 꿈쩍도 않고 있다가 이제 상무주민들이 시민후보를 내겠다고 하자 주민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안전한 소각장이 지어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하는데, 선거때만 되면 주민을 위한다고 외쳐대는 말로 들릴 뿐 아니라 양치기 소년의 우화처럼 여전히 믿을 수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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