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도 난 아들을 속인다- 산타가 오는 날
올해에도 난 아들을 속인다- 산타가 오는 날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1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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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마다 색색이 반짝이는 불빛과 분주한 사람들의 발걸음에서 연말의 들썩한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징글벨 징글벨 흥겹게도 울려나오지만 징그러운지 어쩐지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일곱 살 난 아들 녀석은 산타할아버지를 기다리느라 목이 늘어지는 눈치다.

12월이 시작되는 어느 날인가
심각한 표정으로 아들녀석이 '아빠 난 올해 지은이도 많이 울리고 아빠 엄마 말도 잘 안듣고 그랬는데 산타할아버지가 나에게 올해는 선물은 안주면 어떻하지' 하면서 걱정이 태산이다.
이제라도 착한 일 많이 하면 선물 주실까? 하면서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한다.
출근길 아빠 신발을 닦는다. 엄마 도와준다면서 설거지도 한다.
어제는 엄마 도와준다면서 부엌에서 요리하다 칼에 손까지 다친 모양이다.

해마다 12월이면 007작전을 짜듯 어떻게 하면 아이가 전혀 의심하지 않고 산타할아버지를 받아 들일 수 있을까 하고 아내와 난 머리를 짜낸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사정이 달라졌다.
아들 녀석의 머리가 커진 탓인지 퇴근하고 돌아온 나에게 산타할아버지와 직접 통화를 할 테니 산타할아버지 전화번호를 달라고 한다.
늦은 시간이라 산타할아버지는 주무신다고 하니 선물 만드느라 바쁠 텐데 벌써 잠을 자느냐며 떼를 쓰는 아이를 달래서 잠을 재우고 다음날 가까운 형의 전화번호를 일러 주었더니, 통화를 한다.
두암동 사는 경현 이라면서 갖고 싶은 선물을 말하고 전화를 끊고 나서 영 석연치 않은 표정을 짓는다.

'이상하다 산타할아버지 목소리가 너무 젊다'
어쨌든 일곱 해 되는 아이의 산타할아버지는 살아났는데, 내년에도 믿어 줄지는 모르겠다.
거리에서 보는 산타할아버지 옷을 입은 가짜 산타를 보면서 아들놈은 '저 사람은 진짜가 아니고 가게에서 일하는 사람이'고 진짜 산타는 멀리 살고 계시고 이번에도 꼭 오실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 아이를 보면서 잠시 나 어릴 적 크리스마스로 돌아가 본다.

나 어릴 적이야 지금처럼 요란스럽지는 않았지만 전날이면 잠자기 전에 머리맡에 양말을 매달고 욕심 많은 누나는 어머니의 버선을 매달아 놓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뽀빠이 한 봉지가 들어 있고는 했었다.
그 뽀빠이가 지금이야 변두리 구멍가게에서나 볼 수 있는 맛없는 과자로 전락했지만
그때는 그 과자가 정말 고소하고 맛있었다.
그렇게 꽤 오랜 시간을 난 산타할아버지가 있다고 철떡 같이 믿었었다.
나중에야 그 양말 속의 뽀빠이는 아버지가 넣어준 것이란 걸 알게 되었다.
몸이 커지면서 난 산타할아버지는 동화 속의 이야기일 뿐이라고 생각 하게되었다.

그렇지만 내 아이에게는 오랫동안 머릿속에 산타할아버지가 살아 있기를 바란다.
비록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이나 주는 전령사 일지라도 그 설레이는 기다림을 오래 오래 간직하고 꿈과 희망을 키워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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