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린 축제, 남은 것은 제대로된 평가
막내린 축제, 남은 것은 제대로된 평가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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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는 끝났다.
기대와 우려 속에 홍역을 앓듯 치러진 광주국제영상축제가 14일 막을 내렸다. 한편에서는 평소 접하기 힘든 142편의 국내외 영화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현실화했다. 하지만 부산이나 전주 등 타 영화제와 차별화된 정체성, 추진주체의 문제 등으로 당초 예상됐던 우려들 또한 눈앞에 펼쳐지고 말았다.

그리고 이변은 없었다. 굳이 찾는다면 개봉당시 일반관객들에게 외면당했던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부라더스'가 이번 영화제에서는 만원사례를 이뤘다는 정도.

그러나 시내 택시기사들도 모르는 영화제, 영화산업을 위한 이벤트임에도 썰렁한 객석, 관객들에게 아무런 통보도 없이 상영일정이 바뀌거나, 기계조작 미숙으로 상영시간이 지체되는 등 얼룩은 곳곳에 남았다.

행사 운영상의 미숙에 대해 조직위원회측은 "처음 치르는 행사이니 이해해달라, 부산이나 전주국제영화제도 경험이 쌓이면서 나아진 것이다"라며 영화제의 시작 전부터 일관된 레파토리를 반복했다.

그러면서도 "이 정도의 적은 예산으로 이만한 작품을 모았다는 데 영화계 인사들 모두 놀라더라"며 운영상의 부족분을 애써 메우려는 모습이다.

물론 광주처럼 영화관련 인적·물적 기반이 적은 곳에서 그나마 주최측의 의지가 있었기에 이만한 규모의 행사가 가능한 것이었다. 그리고 행사기간 내내 밤새워 고생한 행사관련자들의 노력도 평가받아야 마땅하다.


'처음이니까'라는 양해 요구보다
시민과 함께 내년을 기약할 수 있는
컨셉, 홍보, 운영 등 세밀한 평가작업 필요


하지만 이러한 의지와 노력이 온당히 평가를 받고 내년을 기약하려면 행사일정보다 더 중요한 마무리일정 하나가 남아있다.

영화제에 대한 평가가 그것이다. 이 영화제를 내년에도 정말 열어야 할 것인가부터, 2회 영화제를 연다면 올해의 규모와 컨셉, 그리고 운영방법 등을 반복할 것인가 등등 세심하게 따져봐야한다. 그리고 이러한 평가는 조직위원회차원의 내부평가가 아닌 시민 모두가 투명하고 주인된 자세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현재 조직위원회에서 가지고 있는 평가일정은 이런 바람들과 다소 거리가 있어보인다. 조직위원회는 자체 영상평가위원회(위원장 양형일)를 가동한다는 계획은 있지만 아직 위원회 구성조차 제대로 돼 있지 않은 상태이며, 시민과 함께 평가할 구체적 일정을 밝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처음이니까'라는 변명은 행사일정이 끝난 이상 더 이상 통하기 어렵다. 평가는 다음을 기약하는 첫 출발이기 때문이다. 광주국제영화제를 진정 살리고자 한다면 평가에 대한 지금의 우려가 또 다시 현실로 반복되지 않도록 주최측의 마지막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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