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DJ때문에 외면하지 마십시오
개혁, DJ때문에 외면하지 마십시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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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옵는 지역의 선배·원로님들께!

한해가 마감되어 가는 요즘, 밖으로는 테러와 전쟁으로 얼룩져, 그토록 모두가 열망하는 남과 북의 화해 협력은 수구·냉전세력에 발목잡혀 있으며, 안으로는 국민의 정부와 함께 시작된 개혁의 기운이 퇴색되면서 개혁의 칼날은 무디어만 가고 있습니다.

평생을 이땅의 민주화와 평화를 위해 헌신해 오신 여러 선배·원로님들의 답답한 마음을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가려는 이때 어디서부터 문제를 풀어야할 것인가 깊은 사색의 시간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지난 16대 총선에 출사표를 던지며 '개혁의 출발은 정치개혁이며, 정치개혁은 정치독점 현상의 종식'이라는 소견을 밝혔습니다. 저의 이 생각이 옳았다는 것을 선거가 끝나고서 다시 확신할 수 있었고, 이후 1년여 동안 지방자치 정착을 위해 자치연대의 결성을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결국 지난달 28일 이 지역에서도 자치연대의 닻이 올랐습니다. 자치연대는 전국적으로 뜻 있는 풀뿌리 운동가들이 왜곡된 지방자치를 정착시키고자 나선 작은 노력입니다. 자치연대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저희는 많은 지역의 선배·원로님들께 함께 나서줄 것을 호소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선배·원로님들께서는 분명한 답을 주시지 않으셨습니다. 저는 혹시 그 이유가 85년 12대 총선때부터 시작된 민주당과의 '관계', 더 정확히 표현하면 DJ와의 '관계' 때문이 아닌가? 혹시라도 그 때문에 국민들의 목소리를 애써 외면하시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실로 염려될 따름입니다.

요즘 김대중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를 계기로 민주당은 정치개혁을 위한 방안 찾기에 나서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 기성정치에 대해 참담함을 느끼고 있는 저로서는, 비록 위기전환용이라 하더라도 진일보한 논의로서 환영하며 반드시 실현되기를 내심 기원하는 바입니다. 그러나 한편에서 밀려오는 불신의 그늘을 거둘 수 없는 것은 왜일까요?

그것은 매번 '그들만의 잔치'에 들러리를 서왔던 국민들 입장에서는 '새술을 담기 위해 새부대를 만들고 있는 인물들이 여전히 낡았다' 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바로 그들이 지난 세기동안 이 땅의 정치를 제멋대로 주물러 온 '낡은 정치꾼들' 이기에, 그들이 논의하고 있는 예비경선제 마저도 약간의 대의원 숫자 늘리기 등 과대포장과 줄서기, 매수의 연속이 될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조삼모사(朝三暮四)식 놀음에서 국민들을 여전히 권력의 들러리로 여기는 생각을 버리지 못할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지역의 여러 선배·원로님들!

외람된 추측입니다만 혹 이들에게 여전히 기대를 갖고 계신 것은 아니신지요? 그리하여 결과론적으로 기존 정치집단에 대한 불신으로 기권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또 한번 정치혐오증을 심어주시고자 하는 것은 아니신지요?

자치연대는 기권이 최대의 항변인 국민들에게 작으나마 희망을 전하고자 합니다. 비록 자치연대에 대한 일부의 선입견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치연대는 지방자치에 경쟁력을 불어넣어 '분권을 통한 자치의 실현'을 실천하고자 합니다. '지방선거에서의 정당공천제도의 폐지', 시민과의 계약을 통한 '생활정치 실현', '지방자치에 시민참여 보장을 위한 법·제도 개정'을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제 여러 선배·원로님들께서 나서주셔야 할 때입니다. 국민들의 요구도 요구이지만 평생을 민주화와 통일을 위해 살아오신 당신들의 삶이 그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동안 실천해오신 민주화와 통일의 민족적 과정에 더불어 정치독점타파라는 정치개혁의 과제를 넣어 주십사 하는 것이 저의 작은 바람일 따름입니다.



2001년 12월 자치연대 대변인 강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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