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오늘]성적 자유권과 간통죄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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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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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 광주신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남녀에 대한 이중적인 성윤리는 남성의 외도를 부추길 뿐만 아니라 평등한 부부관계나 건전한 일부일처제 가정의 유지를 어렵게 만든다

최근 또다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간통죄 폐지 논쟁을 지켜보면서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다시 한번 실감한다. 간통을 형법상의 범죄로 규정하여 처벌하는 것은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므로 위헌이라는 것이 간통죄 폐지론자들의 주장이다. 간통죄는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에 위배되는 것이 사실이며 궁극적으로는 폐지되는 것이 이상적이다.

그러나 현실은 판이하게 다르다. 결혼의 계약을 깨뜨리고 혼외의 관계에서 성적, 정서적 만족을 추구하는 경향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것은 근본적으로는 결혼이나 성행위를 종족을 유지하기 위한 단순한 생식행위로 보기보다는 애정과 쾌락의 행위로 보는 현대인의 성의식의 변화와 관련되어 있다.

어떤 학자들은 이러한 성의 개방과 성적인 자유의 확대를 '성의 혁명'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애정이 결혼의 목적인 한, '애정 없는 결혼'을 파기하는 외도와 이혼은 늘 수밖에 없다.

그런데 냉혹한 사실은 성적인 자유이든, 결혼계약의 주요 내용 중의 하나인 정조를 지킬 의무이든 그것이 남녀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과거에 비해 여성에게도 성적 욕망을 표현하고 충족할 권리가 주어졌고, 남성들만의 전유물이었던 매매춘이나 간통에 이제는 일부 여성들까지 가담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일탈적인 성행위의 발생빈도에 있어서나 그에 대한 제재에 있어서는 여전히 성차별이 크게 나타난다. 한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전체 남성 중 20.2%, 즉 5명 중 1명 꼴로 간통의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비해 전체여성 중 2.9%만이 간통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난다.

성적 일탈에 대한 사회적인 제재 또한 남녀에게 다르다. 남성의 간통은 있을 수 있는 바람끼나 외도로 관용되는데 비해 여성의 간통은 가정을 버리는 부도덕한 행위로 비난받는다. 남성의 간통은 그의 아내가 이혼을 작정하고 형법에 의해 고소하지 않는 한 '외도'에 불과하지만, 여성의 간통행위가 알려지면 그녀의 가족성원에게나 사회에서나 용서받을 수 없는 심각한 범죄로 낙인지워 진다.

이러한 남녀에 대한 이중적인 성윤리는 남성의 외도를 부추길 뿐만 아니라 평등한 부부관계나 건전한 일부일처제 가정의 유지를 어렵게 만든다.

남편의 외도가 우리사회에 만연하여도 경제적으로나 권력관계에서 약자의 처지에 있는 아내들은 법에 호소하기보다는 이혼 후의 불이익이나 자녀들이 겪을 피해 때문에 참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참을 수 없는 경우, 최후의 수단인 법에 의지하게 된다. 남편의 간통으로 버림받은 여성들을 어느 정도 구제해온 것이 지금까지 간통죄 처벌의 실제 효력이었다.

현실이 이러할진대 간통죄를 폐지한다면 기혼남성의 외도는 더욱 늘어날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불평등한 부부관계가 존재하고, 남성에게는 성적 자유가 허용되는 반면 여성에게만 정조를 요구하는 이중모럴이 사라지지 않는 한 간통죄는 존재해야 한다.

남녀가 진정하게 평등한 조건 속에서 결혼의 계약을 맺고 평등한 부부관계가 우리 사회에 보편화될 때 즉, 법이 보호해야 할 힘없는 여성들이 사라질 때 간통죄의 폐지를 주장하는 이상주의자들의 생각이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이다.

/안진 광주신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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