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의 터 닦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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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10.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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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실업자종합지원센터 '희망의 집수리'>

지난 23일 오후 광주시 서구 서창동에 사는 편공순(여. 53)씨 집에선 화장실 수리공사가 한창이었다. 겨우 비가림 정도만 하던 낡은 재래식 화장실이 갑자기 쓰러진 건 한달 전. 하지만 편씨는 돈 들여 화장실을 고칠 수 없었다.

"남편은 3년전에 세상을 떠났고, 애들은 아직 벌이를 못해요. 저도 몸이 안좋아, 돈도 없고 힘도 없다보니 불편하지만 화장실 고칠 엄두를 못냈죠."

한달 동안 이웃집 화장실을 빌려쓰던 편씨에게 갑자기 한무리의 일꾼들이 나타나 화장실은 물론이고 세탁기가 들어설 창고까지 새로 짓겠다고 했다. 인건비는 필요 없고, 자재비의 일부만 부담하면 된다는 얘기에 편씨는 선뜻 공사를 시작한 것이다.

이날 편씨의 집수리에는 목수, 미장, 도배, 설비기공 등의 기술자 12명이 나섰다. 이들은 광주실업자종합지원센터(대표 윤영민)가 지난 7월부터 시작한 '희망의 집수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팀.

실업자지원센터는 실업극복국민운동위원회로부터 기금을 지원받아 일자리 없는 이에겐 일자리를 마련해주고, 집수리를 필요로 하는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등 저소득층 가구에 도움을 주는 사업을 해오고 있다.

"희망의 집수리 사업은 99년 이후 공공근로사업으로 몇 차례 시도됐지만 지금은 민간 기금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민간이 벌이는 사회안전망 역할인 셈이지요."

실업자지원센터의 성 인 사무국장은 직접 시내 17개 사회복지관이나 동사무소를 찾아다니면서 해당가구의 신청이나 추천을 받는다. 현장 실사를 통해 지원대상이 되는지 확인하고, 수리하는데 자재비가 10만원이 넘으면 집주인이 부담하는 것으로 하고 작업에 들어간다.

일자리 만들고 불우이웃 집도 고치고
지난 7월부터 미장.도배기술자 등 활동
독거노인.소년소녀가장 60여 가구 혜택


99년 초기부터 이 사업에 참여해온 '작업반장' 박일태(63)씨.
"우리야 나이가 많은데도 일을 계속 할 수 있어서 좋지요. 하지만 일을 다녀보니 참 눈물나는 집도 많습디다. 대부분이 몸도 아프고, 돈도 없는 사람들이예요. 10만원 자재비로는 사실 방 두칸 도배와 장판비용 정도밖에 안돼요. 그 돈도 없어 공사를 제대로 못마치고 나오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땐 너무 안타까워요..."

현장 목수경력 30년이 넘었다는 박수병(61)씨도 "큰 돈 욕심 안내고 좋은 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좋은 사업이 끊이지 않고 계속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7월부터 시작한 희망의 집수리 사업은 10월 현재 60가구에서 작업을 마쳤고, 내년 6월까지 모두 250가구를 대상으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성국장은 "실업의 문제는 이 사회에서 완전히 사라질 수 없는 문제"라며 "앞으로도 실업자들에게 안정적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구조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지속적이고 가능성 있는 사업을 계속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통계청 전남사무소는 9월 중 광주시의 실업자 수는 2만3천명으로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1월 3만 4천명 비해 1만 여명이 줄었다고 발표했다.

희망의 집수리 문의 및 신청 : 062) 228-1410 광주실업자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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