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공동체 팔걷고 일굴 소중한 인연 기다립니다
생태공동체 팔걷고 일굴 소중한 인연 기다립니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9.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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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위기니 생태위기니 하는 말의 끝에는 늘 '귀농'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말하자면, 지금의 사회 시스템에서 자본의 생리나 기계문명의 폐해를 극복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도 실질적인 방법은 바로, 도시를 떠나 자연 안에서 검소하고 소박하게 사는 것이라는 말이다. 실제로 나의 주변에도 생태적 삶을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귀농을 실천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천관산 자락의 김일환 목사

전국적으로 보더라도 귀농운동이라는 것이 또 하나의 시민운동으로 자리잡았고, 정기적인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 귀농학교도 여러 곳에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귀농'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꼭 곱지만은 않아 '이렇게 험한 세상에서 저 혼자만 잘 살려한다'는 비아냥을 듣기도 한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한사람의 귀농은 결코 '혼자'하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의 결심과 실천까지에는 여러 사람이 영향을 미쳤고, 그 사람의 삶의 변화는 주위에 영향을 미쳐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을 보게 하지 않던가.

바로 그들은 이 시대의 개척자가 된다. 모름지기 개척자라는 것은 한 톨의 씨앗이 되어 바람을 맞고, 비도 맞고, 햇빛도 받다가 언 땅을 녹이며 싹이 '불끈', 나타나게 하지 않던가.

이렇게 앞서서 생각하고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개척자들이 세상에는 있다. 나는 그들을 '혁명가'라고 부르고 싶다. 내 안의 혁명, 세상 속에서의 혁명. 거대한 댐을 무너뜨리는 것은 정작 다이너마이트가 아닌 자잘한 금들이 아닐까. 그 작은 금, 공간들. 그 틈이 많아져야 하지 않을까.

고요하던 장흥 관산에 그 혁명의 기운이 꿈틀거린다. 천관산이 감싸고 있는 이곳은 전형적인 우리네 농촌마을이다. 농사가 주업이고 관행농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는, 그러면서도 정부의 쌀 정책을 몹시 걱정스러워 하는(아니, 할 수밖에 없는...) 그런 소박한 우리의 농촌이다.

생태문화건강센터의 장이 될 공간.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지켜볼 일이다.
우렁이 농법으로 귀농학교 이끈
8년여 한마음공동체 생활 접고
천관산 거북바위 이끌림에 장흥으로


5년 전, 우연히 들렀던 천관산을 보고 이유도 알 수 없는 끌림을 당해 천관산을 볼 수 있는 곳에서 살려고 마음먹었다는 김일환(44) 목사. 8년 동안의 장성 한마음공동체의 생활을 접고 이곳으로 들어왔다.

15년여 동안 목회를 통해 농촌을 접해왔다. 농촌에 대한 그의 인연과 애정은 참 깊다. 7년간의 곡성 농민회 활동, 그 후 이어진 장성 한마음공동체, 한마음 자연학교 생활.

열혈청년이라 불릴 정도로 그는 한가지 일에 몰두하면 매우 정열적이다. 혈기왕성하던 대학시절, 민주화운동을 열심히 했다. 다혈질이고 정의파인 그가 할 수밖에 없는 일이기도 하다. 신학대학을 졸업한 것이 신기하다는 주위의 말이 있었다. 그 후, 선배의 권유로 알게된 농촌공동체. 이 시절, 한마음공동체에서 일하며 우렁이만 생각했다. 우리나라에는 식용우렁이로 수입된 브라질산 우렁이가 뜻밖에 탁월한 제초효과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서는 우렁이 농법을 개발했다. 제초제를 전혀 치지 않아도 우렁이만 풀어놓으면 풀을 볼 수 없었다.

오리농법과 더불어 유기농법의 대표적인 방법이다. 이 우렁이 양식이 그의 몫이었다. 당시 그는 만나는 사람마다 우렁이 얘기로 꽃을 피웠고, 어떤 경우에도 우렁이 밥 줄 시간이 되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사람들은 그를 우렁이 아빠라고 불렀다. 아이 돌보듯 우렁이를 돌보았다.


97%정도의 제초효과를 지닌 우렁이 양식농장. 자식을 키우듯 우렁이를 돌본다.
2000년, 한마음 자연학교에서는 귀농학교를 이끌어갔다. 도시생활을 접고 시골로 내려가려는 사람들에게 농사의 가능성과 희망을 제시해주고 좋은 인연을 서로서로 맺어주었다.

그러나 어느정도 안정된 한마음공동체가 그 같은 혁명가에게는 무료했을 것이다. 그는 끊임없이 새로운 일을 해야한다. 개척자의 운명인가. 또 하나의 생태공동체를 개척하러 떠난다. 올해 3월, 천관산이 내려다보는 장흥 관산으로 들어왔다.

천연염색 도자기 대체의학 등
건강 숨쉬는 자연학교 만들고파


천관산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집을 마련하고 늘 그곳을 올려다본다. 천관산이 왜 그를 불렀을까... 천관산 봉우리에는 그가 좋아하는 바위가 있다. 거북바위. 밝을 때 보면 영락없이 거북이가 기어다니는 모습이란다. 엉금엉금 기는 모양의 거북바위를 보며, 거북이처럼 천천히 생태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싶어한다.

지금은 폐교가 된 북 초등학교. 이 곳을 기점으로 생태문화건강이 숨쉬는 공동체를 만들고자 하는 구상이다. 천연염색, 도자기, 전통가옥, 대체의학을 한데 모은 자연학교에, 지역민이 중심이 되고 그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유기농법의 특화사업, 그리고 도시 소비자가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가지는 포괄적인 생태공동체를 일구고 싶어한다.

그는 소중한 인연을 기다린다. 생태적 삶을 함께 할 인연, 함께 만들어갈 인연.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기다리면서 일을 할 것이다. 거북이처럼...
그를 보니 고집쟁이 농사꾼 전우익 선생의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라는 말이 생각난다. 농촌에 살다보니 힘들고 어려운 점도 있지만 좋은 점도 많았을 것이다. 필요하고 꼭 해야하는 일이라는 생각도 했을테다. 그것을 혼자만이 아닌 여러사람과 함께 하고 또 나누고 싶어하는 것이다. 이런 모습에서 사람에 대한 진한 애정을 느낄 수 있다.

개척자로, 혁명가로, 늘 앞을 내다보며 좋은 '판'을 만들고자 하는 그의 모습이 아름답다. 천관산의 미소가 보이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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