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날레, 툭 터놓고 얘기합시다
비엔날레, 툭 터놓고 얘기합시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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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인과 함께 하는 비엔날레 오픈-카페'>

광주는 5·18이 전부인가. 전라도라는 지역의 농경문화를 외면한 광주가 있을 수 있는가….

세계미술문화축제로 광주에서 열리는 광주비엔날레의 항구적인 발전을 위해 지역 청년미술인들이 광주와 비엔날레를 접목시켜 광주비엔날레의 정체성, 나아가 광주 문화의 정체성을 논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재단법인 광주비엔날레가 제4회 비엔날레를 앞두고 '미술인과 함께 하는 비엔날레 오픈-카페'를 지난 21일 광주 중외공원 모정에서 열었다.

50여명 청년미술인들이 함께 모인 자리. 이들은 "과연 비엔날레가 광주 미술발전에, 광주 문화발전에 어떤 역할을 했고 또 도움을 주었나" 라는 등 광주 미술계 앞날을 걱정하면서 주최측 앞에서 모처럼 쓴소리(?)로 자유로운 의견을 나누었다.


지역 청년미술인 한자리 '비엔날레 쓴소리'
"왜 '광주=5·18'이어야 하나"


이날 화두는 5·18이었다. 박흥수(한국화가)씨는 "5·18이 광주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가. 그런 측면에서 비엔날레에 5·18이 꼭 등장해야 하는가 묻고 싶다"며 5·18 자유공원(옛 상무대) 전시장소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박문종(한국화가)씨도 "비엔날레가 상무대 영창이나 폐선부지 등 이미 만들어진 구조에서 편하게 끼어들기 하려는 것 아니냐"며 전시 내용의 창의성을 거론했다.

또 그는 광주란 전라도 농경문화를 외면하고 존재할 수 없음을 예로 들어, 전시 담당팀이 모두 외지인들이어서 광주 본래 정서를 제대로 알기보다 광주는 의례적으로 5·18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짓눌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했다.

외지인, 즉 세계 작가 중심으로 진행되는 비엔날레에 대한 지적은 지역 미술인들 공통된 견해다. 신철호(설치작가)씨는 "지금 비엔날레는 광주 땅을 외지인에게 빌려주는 전시가 되고 있다. 지역작가들은 들러리만 서고 있는 격이다"며 광주비엔날레를 통해 지역 작가가 세계로 진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지인 위한 비엔날레인가…지역작가는 들러리
광주 미술문화 발전 위한 토론 첫 걸음 의미


이에 대해 비엔날레 이근용 전시팀장은 "광주비엔날레는 광주 것만이 아니라 세계의 것이다. 세계를 겨냥해서 만들어져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상무대 영창은 광주라는 역사성이 갖는 장소적 특수성의 매력이 있다. 광주 5·18도 전시구성 요소의 하나로 보면 된다"고 답했다.

박만우 전시부장도 "5·18자유공원을 아는 광주 사람은 적었다. 하루 관람객도 5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광주에서, 광주시민에게는 5·18자유공원이 어떤 의미를 갖는가 의문도 들었다. 적막함의 공간. 그 공간은 해석하기에 따라 역사성을 간직한 신나고 힘나는 장소로, 시민들의 발걸음을 유도하는 장소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비엔날레를 준비하는 이들 외지인들(지역 미술인들의 지적 그대로)이 갖는 광주 관점은 달랐다. 광주비엔날레의 바람이고 지향이기도 하다.

이날 만남은 비엔날레 전시부가 2002행사 구성 및 준비상황을 소개하고 지역 미술인들의 비엔날레에 대한 관심과 의견을 듣고자 마련, 조촐한 다과회로 진행된 것으로 어떤 결론을 도출하는 자리는 아니었다. 주최측을 비롯한 참석자 모두 진정한 미술문화 발전을 위해 부담 느끼지 않고 심도 있는 의견을 주고받는, 첫 번째 시도였다는 데 의미를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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