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화가들, '국토의 역사'를 기록한다
광주화가들, '국토의 역사'를 기록한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9.0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한민국 국도 1호선은 목포에서 신의주까지. 총 길이는 939km. 남과 북을 잇는 국토 종단 1호로 명명된 이 길은 1953년 7월 휴전협정 이후 판문점에서 허리가 끊겨 지금은 절반밖에 왕래가 안 된다.

반세기 가까이 묻혀 온 비극의 현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남북 분단 비극의 현주소다. 남북이 하나되어 그 현장을 서로 왕래하는 염원 또한 누구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그럴 수 있는 날이 언제 올까. 광주 출신 화가 그룹이 그 염원을 실현하고자 현장을 화폭에 담는 작업을 시작했다. 예술로부터의 시도가 시작된 것이다.

광주 순수미술 그룹 '새벽'(회장 황순칠)이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아 '남북의 길-국도 1호선' 주제전을 기획, 1차 현장 답사 스케치여행을 지난달 23일부터 25일까지 3일간 다녀왔다.


미술그룹 '새벽'-'남북의 길' 주제전 준비

이 주제전은 그룹 새벽의 지향점과 맞닿아 있다. 주체적 미의식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다는 것. 미술도 사회성과 대중성을 겸비해야 한다는 명제 아래, 작가 개인의 개성을 표출하는 창작 행위에 머무르지 않고 대중이 추구하는 예술로 발전하기 위해 하나의 주제로 통일되는 그룹예술을 만들어간다는 취지로 24명 회원이 하나로 뭉쳐 출발한 것이다.

매년 가져온 그룹전에서 계속 추구해온 이 같은 취지를 이번 창립 10주년을 기해 국토 종단이라는 프로그램으로 확대, 과거 고난의 역사를 되돌아보면서 한반도 분단의 아픔을 되풀이하지 말자는 각오를 그림으로 다져보겠다는 뜻을 함께 모았다.


허리 잘린 국도 1호선 종단…아픈 과거 흔적 예술로 기록

이에 따라 목포를 기점으로 신의주까지 이어지는 국도 1호선의 절반 470km를 종단, 스케치여행을 한 것이다.

첫째 날 목포역에서 출발, 광주 전남도청앞 5·18민주광장, 망월묘역, 정읍 고부 동학혁명 근원지, 익산 왕궁리 미륵사지, 천안 독립기념관, 서울 용산 미군부대와 이태원 풍광, 경의선 철도 중단지점, 통일전망대, 임진각, 판문점까지 1호선 주변 역사의 현장을 스케치하고, 카메라에 담으면서 지낸 3일.

황회장은 "짧은 일정으로 비록 반쪽 종단이었지만 그 현장에 발을 딛으면서 역사의 아픔, 약한 민족성을 다시 깨달았고, 판문점에 도착해서는 분단의 현실을 새삼 확인했다"며 화폭에 담아낼 소재의 풍부한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있는 그대로의 풍경화가 아니다. 현대사를 조명하는 주제에 맞게, 달라진 오늘의 모습에서 당시 역사의 흔적을 기록해내는 데 예술로서의 몫을 해 내겠다"는 것이 스케치여행을 다녀온 뒤 회원들 모두의 각오다.

목포시 유달동에는 목포가 출발지임을 알리는 도로원표(도로 거리의 기준점)가 있다. '국도 1호선 목포∼신의주' '국도 2호선 목포∼부산'이라는 도로원표를 확인하면서 회원들은 장기적으로 2호선을 따라가는 국도 횡단 스케치여행도 떠올렸다.

회원들은 남겨두고 온 판문점 북쪽 절반의 스케치 여행은 내년 1월 중 다시 시도할 계획으로 현재 1차 여행 결과물에 대한 작업 구상으로 분주하다. 참여한 회원은 고근호 김성식 김유섭 김해성 문인상 박광구 박은수 박흥수 서병옥 유상국 이기원 이존립 임종두 전범수 정용규 정철홍 조강훈 조근호 채종기 최병구 최재영 하영술 한희원 황순칠 등 24명 전원.

올 1월부터 준비에 들어간 '남북의 길' 주제전 작업은 2002년 11월에 서울 공평아트센터에서 대규모 전시회로 선보일 예정이어서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다져낸, 본격 순수미술과 역사현장의 접합물로 기대가 모아진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