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예술이야?-보는 사람 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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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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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야기-마르셀 뒤샹의 '샘물(1917)'>

어쩌다 큰 맘 먹고 아무 화랑이나 덥석 문 밀고 들어갔다가 이거 뭐 잘못 들어온 거 아닌가 하고 어리둥절했던 적 없으신지요? .

에에 그거 뭐 별거 아니네, 변기 하나 덜썩 가져다 놓구 예술이라니, 그건 나도 하겠다.

아마 여러분 중 누군가가 마르셀 뒤샹(1887-1968)이란 작가의 '샘물'이라는 작품 앞에 서 있다면 분명 했을 소리입니다. 그럼 뒤샹은 이렇게 말하겠지요. 너는 이렇게 할 생각이나 했느냐 라구요.

이른바 뒤샹이 말하는 예술은 이제 자연주의라는 거대한 품을 떠나는 신호탄으로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자연을 어떻게 묘사할까라는 것은 미술사의 영원한 숙제였지요. 더 멋있게 비율을 정해놓고 묘사하는 것이 그리스 로마에 이어지는 고대 정신이라면, 바로크는 더 웅장하고 거대하고 리듬있게 묘사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을 거구요.

사실주의자들은 일체의 주관을 배제한, 정말 객관적인 상황 설정과 묘사를 목적으로 했겠지요. 표현주의자들은 당연히 대상을 묘사하면서 그 안에 그리는 이, 혹은 감상하는 이의 내면적 욕구를 실었을 거구요. 아무튼 이 모든 미술 행위는 대상을, 혹은 자연을(그 자연 속에는 인간도 속하지요) 어떻게 묘사할까 라는 것이 그 주된 관심이었다는 얘기죠.

그러나 뒤샹은 그 베끼기라는 작업을 포기합니다. 그리곤 이미 만들어진 변기를 턱하니 화랑에 걸어둡니다. 이른바 레디메이드(기성품)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집에 널려 있는 빈깡통도 화랑의 한 자리에 잘 걸어두면 예술이다. 라는 게 뒤샹의 생각이었다는 군요. 즉 다시 말하면, 이젠 예술이 더 이상 인물이나 풍경을 손으로 다시 재편해내는 것이 아니다라는 소리죠.

첨에 이 작품은 참가비 6달러만 내면 어떤 작품도 전시할 수 있다는 뉴욕의 앙데팡전에 출품했답니다. 주최측은 이걸 세워서 걸어야 하나, 뉘어 놓아야 하나, 아니, 이걸 대체 작품이라고 걸어야 하나 별별 고민 다 하다가 결국 전시를 포기했다는군요.

나중에 뒤샹은 왜 내 작품 "샘물"을 참가비도 내었는데 거부하느냐고 거세게 항의 했구요.

생각하면 우스운 노릇입니다. 집에서는 변기지만, 그게 집을 혹은 공공 화장실을 떠나 화랑에 걸리면 엄연한 예술이 된다는 것이.

그의 그 기발한 발상은 현대 작가들에게 더 기발해지기를 강요하기 시작했구요. 다들 미친 듯이 기발한 것만 찾아내느라 가끔 너무 심하게 미술의 범위가 넓어지는 폐단도 가져왔지요.

그러나 나무그림은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예술이란 것은, 그것을 만드는, 혹은 행위하는 자보다는 그것을 예술이라고 인정할 줄 아는 자들에 의해 유지되는 건지도 모른다구요.

파리의 에펠탑. 처음에 설치하려할 때, 고색 창연한 도시에 그 시커먼 철골을! 하면서 반대가 심했다더군요. 그러나, 그것이 예술임을 알아본 파리의 시민들은 에펠을 인정했고, 그 인정받고 우뚝 선 에펠은 자신을 보기 위해 몰려든 수많은 관광객들의 주머니를 가볍게 하고 있지요.

자, 남편들에게 큰 소리 한 번 치시지요. 그 쌀 때 조준 좀 잘하셔. 그 변기도 나가면 예술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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