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처럼, 손사래처럼 친근한 무안연꽃축제 플래카드
엽서처럼, 손사래처럼 친근한 무안연꽃축제 플래카드
  • 김호균
  • 승인 2001.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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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차이란 크고 거창한 데에서 오는 것이라기보다는 아주 사소한 방식의 차이에서 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안내표지판 하나, 좌석 배치 하나, 안내원들의 사소한 표정과 말투에서도 그 차이가 느껴지는 것이 문화 현장인 것이다. 지난 8월 25일∼28일까지 마지막 여름의 따가운 햇살 아래 펼쳐진 제5회 무안 연꽃대축제는 그런 사소한 차이를 활용할 줄 아는 세심함이 돋보이는 축제로 기록될 만하다.

거대한 세상의 진창에서 피어오른 순백색의 연꽃을 만나러 가는 길목에 도열된 플래카드는 작은 엽서처럼, 오는 이들을 향하여 흔드는 손사래처럼 정겹고 다정해서 교통체증으로 인한 짜증과 무료함을 아주 신선하게 날려주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느 축제 현장에서 볼 수 있는 플래카드는 "제5회 무안연꽃 대축제" 정도의 규격화된 문구에 날짜, 장소가 드러나는 것뿐이다.

하지만 연꽃 방죽 가는 길목인 무안읍에서 회산 백련지까지 도열한 플래카드 퍼레이드는 참으로 신선한 구석이 있었다. 지역 이미지와 특산물에 대한 홍보를 곁들이면서도 관람객을 정서적으로 유도하려는 서정적 문구가 눈길을 끌었던 것이다.

무안군의 각종 기관과 사회단체가 머리를 맞대 써놓은 것인데, 우선 문안 자체가 도식적이지 않고, 획일적이지 않아서 혹 교통 정체구간에 이르렀을 때에도 심심풀이 읽을거리로서도 충분하였다.

수백 개의 플래카드 중에 기억에 남은 플래카드 몇 개가 있다. 회산 백련지에 접근하는 곳에는 "백련의 향기 속에 초의선사 자비가 담겨있습니다" "그윽한 백련의 향기 속에 아름다운 사랑을 만드세요" "품바의 고장 무안에서 너랑! 나랑! 연이랑!" "연이랑, 양파랑, 황토랑 우리 함께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요" 등등이다.

그리고 회산 백련지에서 나올 때는 "하얀 연꽃 순결함으로 당신을 기다리겠습니다" "무안에서 맺은 인연 백련과 함께 영원히" 등 갖가지의 문구가 물결친다. 어쨌든 이 플래카드는 무안에 대한 애정과 자긍심이 베어 있어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 어떤 힘이 느껴졌던 것이다.

제 5회에 이르러 무안군의 연꽃축제는 축제에 대한 매력 요인 하나를 더 만든 셈이다. 이밖에도 무안연꽃축제가 돋보이는 것은 들뜨고 요란하지 않은 가운데 치러진 점이다. 생태축제를 표방하고 있다면 앞으로도 더욱 고려해야 할 대목이다. 세파에 시달리는 도시인들이 백련이 빼곡이 들어찬 회산 방죽을 찾는 것은 시끌벅적한 공연 때문이 아니라, 진흙탕 물 속에서 꿋꿋이 솟아나는 백련을 통해 부처님의 보리심을 배우기를 기대할 것이고, 10만평을 가득 메운 연잎을 통해 인생에 대한 한아름의 사색을 느끼기를 바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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