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사람은 만들어지기 보다 닮아 가는 것
바른 사람은 만들어지기 보다 닮아 가는 것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8.2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바른 사람, 바른 스승 밑에 바른 제자 나온다

한 스승이 평생 일관되게 걸어온 삶의 여정을, 그 제자들이 그대로 따라 걷겠다고 나섰다.

스승의 가르침은 어떠했길래, 또 이 가르침을 제자들은 어떻게 따른다는 것인가. '한 스승의 바른 사람 만들기'-바로 그 제자들의 표현이다. 이제 그 제자들은 '바른 사람 닮기'가 과제라고 한다.

스승은 이영의(76)선생이시다<본지 8월22일자 6면 보도>. 제자는 정종원(공무원), 안병희(변호사), 최석두(검사), 최성숙(주부)씨 등 10여명. 순천금당고, 광주서석고, 전남여중에서 선생과 만난 제자들이 주축을 이룬다. 이들은 모두 드러나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동참한 제자의 숫자도 분명히 밝히기를 꺼린다.


'바른 사람, 능력있는 사람, 일하는 사람 되라'
스승의 '바른 사람 가르침' 받아 제자들 책 엮어


이들이 모여 선생의 아홉번째 책 '이영의 선생의 바른 사람 만들기'를 엮어냈다. 그래서 이 책은 선생의 바른 사람 만들기 교육서이면서, 선생 주변의 동료, 제자들이 본 바른 사람관도 같이 담고 있다.

안병희씨는 광주서석고 3학년 재학 시절 막 부임해 온 이영의 교장 선생을 "나는 여러분을 믿습니다"라는 한 마디로 절제된 훈시로 기억한다. 그 말이 사회에 나와 더 절실히 다가왔다. 인간 관계에서 신뢰 없이는 아무 것도 되는 것이 없다.

안씨는 "사회생활에서 갈 길과 가지 않아야 할 길의 분기점에서 고민할 때, 근본과 원칙 속에서 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 있어야 할 곳과 떠나야 할 곳에 대한 진퇴를 분명히 하라"는 선생의 가르침을 떠올리며 해결한다.

정종원씨는 선생을 "언제나 닮고 싶은 은사님"이라 표현한다. 학생 때 '바른 사람, 능력 있는 사람, 일하는 사람'이 되라는 교장 선생의 가르침이 성인이 되고 나서 "나의 삶을 견인하는 지침이 되고 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최성숙씨는 "선생님이 주신 글을 읽고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가정교육의 지침서로 활용한 것이, 이제 내 아들과 선생님이 더 친해지는 사이가 되었다"고 말한다.

이렇게 제자들은 서로 다른 학교에서 각자 졸업 후 개인적으로 '스승과 제자'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런 관계가 선생을 중심에 두고 제자끼리의 모임으로 이어졌고, 이제 제자 가족간의 정기 만남으로까지 발전했다.

"바른 사람은 만들어지기 보다 바른 사람을 닮아 가는 것이다. 그래서 바른 사람이 있어야 하고 앞장서야 한다. 우리 앞서 선생님이 바른 길을 걸으셨다. 그리고 우리가 그 길을 따라가다 보니 조금씩 닮아 있다"는 것이 제자들 공통된 생각이다.


'바른 사람 닮기' 잇기 대물림할 터
우선 '사랑의 빵 나누기' 동참


이들은 스스로를, 선생의 바른 삶과 가르침을 바라보고 따라온 평범한 사람이라 표현한다. 그래서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교장 선생의 '바른 사람 만들기' 정신을 이어가고 키워 나가자는 뜻을 모아 책도 냈다.

책을 낸 뒤 선생의 사양을 무릅쓰고 조촐한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정종원씨는 그 자리를 "선생을 다시 알게 된 시간"이었다고 회고한다. 지극히 작은 인원이 모인 자리였는데, 제자 뿐 아니라 교단에서 가르침 받지 않은, 사회에서 만난 분들이 함께 한 면면을 보고 "책을 만들기 위해 모이고,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보다 책을 낸 후에 '선생의 잔잔한 인간미를 다시 본 것'이 더 감동이었다"는 것이다.

이제 이들에겐 "우리 아이가 나보다 나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보다 훨씬 바른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바람이다. 그래서 선생이 실행한 '사랑의 빵 나누기'를 제자들의 가족이 함께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바른 사람 닮기'로 이어가는 것이다.


='사랑의 빵 나누기'란?=

이영의 선생의 제자들이 말하는 '바른 사람 닮기'는 우선 '사랑의 빵 나누기'에 동참하는 것이다. 사랑의 빵 나누기는 이영의 선생의 책으로부터 비롯된다.

선생은 지금까지 9권의 책을 내면서 8권의 책을 비매품으로 냈고 단 1권만 값을 붙여 판매했다. 그 책이 '디오게네스를 기다리는 할아버지'(1993·도서출판 보람).

"'사랑의 빵'(당시 한국선명회 사업)을 보내고 싶었다. 형편이 넉넉지 않다. 아내는 따로 돈을 만들어 보내자며 책값을 붙이는데 반대했다. 그러나 의미가 다르다. 나 혼자 빵을 보내는 것이 아니고, 내 책을 사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보내고 싶다. 책이 많이 팔리면 제법 도움이 될 것이다. 몇 권만 팔려도 몇 개의 빵을 보낼 수 있다. 이것이 죽음에 빠진 어린이들의 목구멍을 넘는다면 얼마나 다행인가." 책 말미에 선생이 붙여놓은 뒷이야기다.

이 책은 선생의 손자 손녀들을 가르치는 이야기로, 여러 모로 교육적인 의미가 깊다. '나는 내 손자, 손녀들 속에서 알렉산더가 나오는 것보다 디오게네스가 나오는 것을 소망한다.'

포켓북으로 당시 매긴 책값이 2천원. 1천권씩 3쇄를 했으니 3천권 판매했다. 그동안 펴낸 다른 책들은 편당 100권 이상 찍지 않았다. 꼭 필요한 사람만 돌려본다는 뜻에서다. 그리고 책을 내는데 드는 비용은 모두 다섯 자녀가 분담했다. 올해 나온 '∼바른 사람 만들기'는 선생의 제자들이 이를 간곡히 자청하여 내게 됐다.

선생에게 '드릴 책값'을 물으면, 3가지를 주문한다. 하나는 책을 꼼꼼히 읽어 주라, 둘은 읽고 난 뒤 도움말을 돌려 달라, 셋은 '나도 이렇게 만들었는데, 너라고 못하랴'는 지침으로, 되울림을 보고 싶다. 세 번째 주문은 깊이 새겨들어야 할, 또 다른 교육의 의미 아닐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