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 이전을 가로막는 자들은 누구인가?
도청 이전을 가로막는 자들은 누구인가?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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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재 조선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도청이전 문제는 이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풀어야 할 과제다. 이 문제가 전국적인 이슈가 되었다는 것 자체가 지방자치를 소망하는 의식 있는 사람들에게 자괴감을 안겨준다. 지방의 현안을 중앙정부에 의존하여 해결하려는 종의식 (從意識)은 자치권의 포기를 의미한다. 도청이전 결정 과정이 잘못되었다면 그 당시에 시시비비를 가렸어야 했다. 새 도청 소재지가 결정되고 토지매입까지 끝난 마당에 다시 이전 반대를 주장하는 것은 버스 지나간 후에 손 흔드는 무능력한 수구세력의 망령과 같다.

광주와 전남의 미래지향적·균형적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기득권 세력의 노욕(老欲)이 가증스럽다. 특히 지방선거를 눈앞에 두고 도청이전 백지화를 공론화 하려는 정치가나 정치지망생들의 얄팍한 득표전략이 눈에 거슬린다.

군사와 교육 도시로 성장한 인구 130만의 대도시 광주가 안고 있는 문제는 한둘이 아니다. 광주의 대인구가 초래한 교통난, 무등산에서 도시를 조망할 수 없을 정도로 짙게 낀 매연공해, 저 비용의 선박운송 수단의 부재로 인한 높은 물류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내륙 도시, 대단위 아파트 단지들이 초래한 삶의 질 파괴, 변변한 녹지공원 하나 없는 삭막한 콘크리트 도시가 바로 오늘의 광주다. 광주가 살만한 도시가 되려면 인구 분산이 시급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전남을 둘러보자. 해양도시 여수시와 광양시를 제외하고 어디에 변변한 산업기반 시설이 존재하는가? 나머지 지역은 아직도 전근대적 농경사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도청 이전을 통한 신도시의 건설은 낙후된 전남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도청이 이전될 무안의 남악 신도시는 목포항과 인접해 있어 여수와 더불어 전남의 동서 해양도시로서 균형 있는 양축이 될 수 있다. 지구상의 거의 모든 나라에서 중요한 도시는 선박이 드나들 수 있는 하천이나 바다를 끼고 있다. 전남 도청 소재지가 여수가 되건 목포가 되건 지방자치단체에서 결정하면 그 결정에 따라 도청 이전이 이루어지면 된다.

그렇다면 열악해진 광주의 도시환경 개선과 전남의 균형적 발전에는 관심이 없고 돈과 권력욕에 찌든 자들은 누구인가? 우리는 광주와 전남 발전을 방해하는 자들을 밝혀내고 널리 알림으로써 견제해야 한다. 이들은 권위주의적 관료조직처럼 피라미드형 구조를 가지고 있다. 피라미드의 정상에는 소위 '도심 공동화'의 이데올로기를 들고 나온 현 도청 앞 금남로 상권의 몇몇 지방토호, 차기 도지사와 광주시장을 겨냥한 정치가들이다. 그 밑에는 인구 및 세수감소에 따른 권력의 약화를 걱정하는 현 도청 소재지 지역구 국회의원과 구의원들이 포진하고 있다. 그 다음에는 도청 이전에 따른 주거이전 (자녀 교육 때문?)을 두려워하는 전남도청의 공무원들이다. 맨 아래 피라미드의 기저를 이루고 있는 자들은 현 도청 소재에 생존기반을 두고 있는 상인들이다.

구조는 이렇게 간단해 보이지만 정치적·경제적 이해관계는 복잡하다. 우선 전남 도지사를 겨냥한 정치가들은 새 도청이 들어설 주민이 아닌 주민들의 표를 계산하고 있다. 무안, 신안, 영암, 목포 주민들의 표는 나머지 지자체 주민들 (모두 도청이전 반대자들)의 표에 비하면 매우 적다. 전남의 발전과 득표는 별개의 것이기 때문에 다수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그 다음으로 광주 시장에 뜻을 둔 자들은 금남로 일대의 (도청이전 반대를 가장 먼저 공론론화한) 지방언론사를 포함해 지방토호의 눈치를 보아야 하고 현 도청 소재지 주민의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현 도청 소재지 지역구 국회의원과 구의원들 역시 이 지역민의 표에 가장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광주에 생활터전을 잡은 도청 공무원들도 주택, 자녀교육, 문화생활 등의 이유로 광주를 떠나기 싫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도청 때문에 먹고사는 금남로 상권을 포함해 주변 상인들의 도청이전 반대 이유는 더 이상 거론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장기적 안목에서 볼 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광주시민의 삶의 질 향상과 전남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서 도청이전은 반드시 도의회에서 결정된 대로 실행되어야 한다. 표만을 의식한 비전 없는 정치인들과 구시대적 이데올로기로 재산을 지키려는 수구세력은 광주·전남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 '노욕의 망령들'이다. 돈과 권력이 아직도 이 망령들에게 집중되어 있다는 것은 이 지역민의 불행이다. 우리는 젊고 신선하며 비전 있는 정치인을 원한다. 우리는 있는 재산을 지키기 위해 단말마적 몸부림을 치는 지방토호들의 천박한 노욕을 혐오한다. 이미 흘러간 물로는 물레방아를 돌릴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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