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화 큰 맥' 삶·정신 -먹의 세계는 천심
'남도화 큰 맥' 삶·정신 -먹의 세계는 천심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8.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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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조방원선생 화업에서 남도화 정신 읽는다>

소치, 미산, 남농을 이어 남도화의 한 산으로 맥을 이어 가고 있는 아산 조방원(76)화백의 반세기에 걸친 화업을 한데 모은 '아산 조방원선생 화집'(열화당 간)이 발간됐다.

아산 선생이 평생 그려온 먹산수 99점과 서예 6점 등 모두 105점을 담은 화집에서 선생의 회화관과 생활관을 함께 만날 수 있다.

'먹의 세계는 곧 하늘이네. 먹의 세계는 천심인 거지. 자네가 먹그림을 좋아하자면 앞으로 많은 시간이 필요할 걸세. 먼저 노장(老莊)을 읽게. 그래야 먹그림이 보이지."

문순태교수(광주대·소설가)는 화집 발문 '크고 아름다운 산, 아산'에서 평소 아산이 이렇게 툭툭 던진 말을 인용하면서 '선생이 그린 먹그림의 산에서 인간 아산을 보았다'고 말했다. 먹색이야 말로 모든 것을 포용할 줄도 알고 버릴 줄도 안다고 생각한 아산의 수묵 세계는 내성, 즉 정신세계를 추구하는 회화라는 신념을 갖게 한다.

아산은 자신의 산수를 '먹산수'라고 이름했다. 아산의 산수는 선으로 되어 있다. 검은 선들은 무위로부터 시작하여 산을, 나무를, 바위를, 강을 그린다. 무위를 드러내는 표현수단이다.


먹산수의 단아한 여백…남도화 정신의 결정체

'연우(煙雨)' 45.6 X 65.8cm 수묵담채
화집에서 '먹산수와 여백의 사상'이란 글로 아산의 작품 세계를 인도하는
최하림 시인은 '아산은 전통산수로부터 출발했으며 그로부터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전통산수의 틀을 오히려 굳건히 지키고 그것을 존중했다. 전통 위에서 그것을 새롭게 하고, 깊이 개간하며, 그 공간을 소요하고 싶어한다'며 '여기서 선생의 그림은 여백의 세계로 들어간다'고 풀고 있다.

이렇게 단아하게 살아오면서 추구한 아산의 작품세계는 화집 편찬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화집 제작에 참여한 최준호관장(옥과미술관·화가)은 "평소 아산 선생은 99라는 숫자를 좋아하신다"며 그래서 먹산수 99점을 선택했다고 한다. '100'하면 뭔가 일단락 되어버리는 느낌이 강하지만 '99'라는 숫자는 '아직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짐'을 뜻한다.

또 불교사상에 이해가 깊었던 아산은 불교를 철학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그래서 당초 수록작품을 108점(백팔번뇌의 뜻)으로 잡았는데 추경산수 9점이 먹산수 99점과 색깔 톤이 달라서 9점을 빼고 재편집했다. 그만큼 화집 전체 흐름과 아산이 추구한 회화세계 조화에 신경을 쓴 것이다.

아산을 이 시대 남도화의 마지막 거장, 남도화 정신의 결정체라 일컫기도 한다. 사라져가는 남도화의 맥을 걱정하는 예술인들의 입을 통해서다. 그런 그의 작품에서 삶을 돌아보게 된다.

지난해 노화백 아산은 회고전을 열면서 "지금은 원도 한도 없다. 조금은 오래 살고 싶을 뿐이다. 이제부터 그림을 그릴 수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제야 알게 된 것도 있고 지금도 모르는 것이 많다. 앞으로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 '예술은 영원하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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