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연기에서 관치·집권형 사회의 한계를 본다
수능연기에서 관치·집권형 사회의 한계를 본다
  • 이상걸 시민의소리 이사
  • 승인 2017.11.16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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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걸 시민의소리 이사

작년 경주지진에 이어 우리나라 역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자 정부가 16일로 예정됐던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일주일 연기했다. 이는 시험을 강행했다가는 자칫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것을 우려한 것으로 읽힌다.

어제 경북 포항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으로 포항지역의 수능 시험장 등 상당수 학교가 적지 않은 피해를 입은 데다 수능 당일에 여진이 발생할 경우 시험 차질은 물론 인명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학생 안전이 중요하다는 점과 시험 시행의 형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능을 일주일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정부의 결정이 불가피한 조치였음을 이해한다. 그나마 학생의 안전과 형평성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다니 사람이 먼저라는 정책적 관점의 전환으로 보여 다행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일부 지역의 문제로 인해 전국의 모든 수험생과 가족이 충격과 혼란에 빠지는 상황을 보면서, 그리고 일주일의 연기 기간에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또 다른 재난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뭔가 다른 대책이 없었을까하는 아쉽고 답답함을 지울 수 없다.

그렇다.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 원인은 관치·집권형 국가운영시스템 때문이다. 중앙집중적 제도의 한계로부터 많은 문제가 파생되고 있고, 돌발사태의 해결도 중앙집중적 시스템 속에서 찾을 수밖에 없는 한계로부터 발생한다.

그러나 이대로는 안 된다. 시민 개개인의 자율과 창의가 만발한 시대에, 중앙집중적이고 관치적인 해결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이대로 두어서는 더 이상 국가 운영의 효율성도 기대할 수 없고, 현대사회의 불확실한 재난상황에 대처하는 재난 대비 안전행정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자치형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행정자치뿐만 아니라 교육자치도 급선무이다. 자치교육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전국 일제고사 방식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중앙집중형 관치의 표본이다. 기본적으로 입시제도를 대학자율에 맡기고, 대학별 본고사와 내신으로만 평가하도록 하며, 지역별 특성에 맞게 자치교육을 시행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에서도 경험했듯이 재난관리를 둘러싸고 관료조직의 병리가 작용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어제의 강진과 같은 대규모 재난사태가 발생했을 때. 현지 사정에 밝은 기초 자치단체와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로부터 지역사회가 자율적인 책임을 지는 것이 불가결하다.

관치·집권형 사회의 문제 상황에 대해 시민으로부터 출발하는 자치·분권형의 정치시스템을 창출하지 않으면 정치·행정 자체가 정체되는 것이 시간문제임을 보고 있지 않는가?

자치분권형 사회가 답이다. 이제라도 국가의 시스템을 지역사회의 자치분권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지금이 기회이다. 구체제의 적폐를 청산하는 과업이 한창인 가운데, 대통령과 정치권으로부터 개헌의 약속이 거듭 확인되고 있는 이 차제에 국민주도의 개헌으로 나라의 틀을 자치분권형 사회로 개조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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