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보다 사람, 걷고 싶은 광주(11) SF 기어리 스트리트
차보다 사람, 걷고 싶은 광주(11) SF 기어리 스트리트
  • 문상기, 박용구 기자
  • 승인 2017.11.02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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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이상의 숨결을 간직한 쇼핑과 관광의 중심

걷고 싶은 거리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고조되고 있다. 잘 만들어진 ‘걷고 싶은 거리’는 피곤한 도시민들에게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도 하거니와 지역의 랜드마크로 도시경쟁력을 제고할 수도, 관광문화자원으로 외지 관광객들을 유인할 수도 있다. 그래서 최근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들어 홍보하는 지자체들이 하나둘씩 늘고 있다. 이에 <시민의소리>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알려진 서울로7017, 인천 자유공원길, 부산 근대 역사의 길, 경주 삼릉 가는 길, 대전 시청 앞 가로수길, 강릉 월화거리, 미국 롬바드 스트리트, 하이드 스트리트, 기어리 스트리트, 헐리우드 블루버드, 로데오 드라이브, 산타모니카 블루버드 등 국내외의 거리를 직접 현장 취재할 계획이다. 그래서 이들 사례의 장점과 단점을 비교하고 분석해 광주만의 특성을 담은 거리를 만드는데 일조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 기어리 스트리트가 마켓 스트리트와 만나는 지점 정면으로 파이낸셜 디스트릭트가 위치하고 있다.

로스엔젤레스(이하 LA)의 거리 세 곳(할리우드 스타의 거리, 로데오 드라이브, 산타모니카 다운타운)의 취재를 끝내고 이제 남은 세 곳(기어리 스트리트, 롬바드 스트리트, 하이드 스트리트)을 취재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로 간다.

곡선이 많은 우리나라의 고속도로에 비해 LA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의 고속도로는 거의 일직선으로 단조로웠다. 약 80마일, 우리나라로 따지면 120Km의 속도로 6시간 30분가량을 달려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다. 중간에 두어 번 쉰 때문에 좀 더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도착한 샌프란시스코에는 어둠이 내려앉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우리 일행은 기어리 스트리트(Geary St.)로 향했다. 다운타운 쪽 기어리 스트리트엔 주차하기가 꽤 어려웠다. 그래서 다운타운 쪽이 아닌 리븐월스 스트리트(Leavenworth St.)에 가까운 쪽에 주차를 하고 기어리 스트리트를 따라 키어니 스트리트(Kearny St.)와 마켓 스트리트(Market St.)가 만나는 지점까지 걸어 내려갔다. 가서 보니 기어리 스트리트의 끝지점이다.

기어리 스트리트 정면으로 파이낸셜 디스트릭트 위치

이곳에서 해변 쪽으로 뻗은 마켓 스트리트를 바라보니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번화한 도심의 풍광이 한 눈에 들어온다. 정면에는 보이는 현대식 건물들이 밀집되어 있는 곳은 파이낸셜 디스트릭트(Financial District)라고 한다.

널리 알려진 페리 빌딩(Ferry Building)으로 가고자 한다면 여기서 마켓 스트리트를 따라 해변 쪽으로 쭉 가면 된다. 페리 빌딩은 12세기에 지어진 스페인 세비야의 지랄다(Giralda) 종탑을 본 딴 건물 꼭대기의 시계탑을 상징으로 하고 있는데, 연중 화요일과 토요일에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큰 야외시장이 선다고 한다.

또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San Francisco Chinatown)으로 가고자 하다면 키어니 스트리트를 따라 북쪽으로 조금만 가면 된다.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은 1848년부터 시작된 중국 광동의 이민자들 후손이 모인 곳으로, 북미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중국인 거리라고 한다.

여기에서부터 천천히 처음 차를 세워둔 리븐월스 스트리트까지 기어리 스트리트를 걸어볼 참이다.

▲ 122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는 중절모 가게

서쪽 방면으로 조금 걸으니 구린 브로스(Goorin Bros)란 상호의 중절모를 파는 가게가 유독 눈에 띈다. 1895년에 가게를 열었다고 입간판에 적혀 있다. 122년 동안 단일품목을 팔고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거리 좌우로는 MCM, YSL, 루이비통 등 명품 뷰티크, 브랜드숍, 쇼핑센터, 백화점 등이 위치하고 있으면서 샌프란시스코 쇼핑의 중심지임을 입증하고 있는 듯 보였다. 특히 미술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아트 갤러리가 많은 점도 이 거리의 한 특징을 이루고 있었다.

쇼핑과 관광의 출발점, 유니온 스퀘어

200여 미터 더 걸어가니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유니온 스퀘어(Union Square)가 나온다. 샌프란시스코의 중심지답게 유니온 스퀘어는 관광객들로 매우 붐비고 있었다. 또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의 중심지이자 샌프란시스코 관광의 출발점인 이곳엔 여러 대의 시티투어버스가 관광객들을 태우기 위해 이곳에 대기하고 있었다.

통역의 말에 따르면 시티투어버스는 다운타운, 골든 게이트 공원, 골든 게이트 다리(금문교), 피셔맨스 워프, 파인아트 궁전, 포트 메이슨, 씨빅 센터 등을 4코스로 나눠 운행하고 있다. 대략 오전 9시 30분에 시작해서 오후 5시 30분에 끝난다고 한다. 요금은 코스에 따라 다르지만 35~50달러 정도에 형성되고 있었다.

▲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의 중심지이자 샌프란시스코 관광의 출발점인 유니온 스퀘어

유니온 스퀘어는 남북전쟁 당시 연방정부(Union)를 지지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린 데서 이름이 유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니언 스퀘어는 파웰 스트리트(Powell St.), 스탁톤 스트리트(Stockton St.), 포스트 스트리트(Post St.), 기어리 스트리트 등으로 둘러싸인 1만m²의 광장이다.

광장에서는 수시로 패션쇼, 정오 콘서트, 시위 등 각종 행사가 열리고 주말에는 인물화를 그려주는 거리 화가들과 그림을 파는 노점이 늘어서 다양한 예술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 일행이 찾은 날은 작가들이 자신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아트 마켓이 열리고 있었다.

▲ 우리 일행이 찾은 날, 유니온 스퀘어에서는 작가들이 자신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아트 마켓이 열리고 있었다.

이곳에서 아트 마켓에 참여하고 있는 작가인 존 크래프트(John Kraft)를 만났다. 그에게 기어리 스트리트의 이미지에 대해 물었다. 그는 “기어리 스트리트는 아트 갤러리, 브랜드숍, 레스토랑 등이 한꺼번에 갖춰져 있다”면서 “한 마디로 샌프란시스코의 심장이라고 느낀다”고 답했다.

또 유니언 스퀘어 인근엔 전면이 통유리로 되어 있는 대형 백화점을 볼 수 있는데, 메이시스(Macy's)라고 한다. 메이시스는 동관과 서관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동관은 주로 남성복 매장이 입점해 있으며, 서관은 여성복 매장이 입점해 있다. 저녁이면 화려한 조명으로 장식되어 낮과는 다른 모습을 느낄 수 있다고 전한다.

파웰 스트리트는 케이블카로 아주 유명

여기에서 기어리 스트리트는 파웰 스트리트와 만난다. 파웰 스트리트는 케이블카로 아주 유명하다. 이곳에서 케이블카를 볼 수 있었는데, 처음엔 오래된 트램인 줄 알았다. 그런데 몸체에 케이블카라고 적혀 있다. 케이블카라고 이름을 지은 이유야 어떻든 땅으로 달리는 케이블카를 처음으로 보게 됐다.

▲ 샌프란시스코의 명물 케이블카는 1873년 처음 운행을 시작해 예나 지금이나 관광객의 발이 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이 명물 케이블카는 1873년 처음 운행을 시작해 예나 지금이나 관광객의 발이 되고 있다. 144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는 3개의 노선이 운행되고 있었다. 파웰/하이드 라인은 파웰역에서부터 피셔맨스 워프(Fisherman's Wharf)까지, 파웰/메이스 라인은 베이 프란시스코(Bay Francisco)까지 남북을 가로질러 운행한다, 캘리포니아 라인은 파이낸셜 디스트릭트(Financial District) 쪽 마켓 스트리트에서 캘리포니아 스트리트(California St.)를 따라 반 네스 스트리트(Van Ness St.)까지 동서로 운행한다.

재미있어 보이는 케이블카 구경을 끝내고, 다시 리븐월스 스트리트를 향해 걸었다. 이 구간에서는 아주 오래돼 보이는 건축물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전통이 있는 유럽의 어느 한 도시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현지인에게 물으니 “대부분 100년이 넘었거나 그에 가까울 것이다”고 한다. 샌프란시스코 100년의 숨결을 느낄 수 있어 기분이 좋았다.

아울러 유서가 깊어 보이는 호텔들도 꽤 많았다. 이는 기어리 스트리트의 또 다른 특징을 이루고 있었다. 이들 중 1915년부터 호텔이었다는 어느 한 호텔은 자신의 호텔을 방문한 유명 고객들의 핸드 프린팅을 인도에 설치해 두기도 했다.

▲ 1915년부터 호텔이었다는 어느 한 호텔은 자신의 호텔을 방문한 유명 고객들의 핸드 프린팅을 인도에 설치해 두기도 했다.

지저분한 거리는 아쉬운 대목

이렇게 약 1Km가량 걸어 처음 출발했던 곳으로 되돌아왔다. 기어리 스트리트는 샌프란시스코의 중심 도로 중 하나로 초기 도심의 원형을 엿볼 수 있는 건축물들이 많아 걸어볼 가치가 충분했다. 게다가 명품과 브랜드숍뿐만 아니라 레스토랑 등이 즐비해 쇼핑과 관광이라는 두 마라 토끼도 함께 잡을 수 있는 길이었고, 아울러 주변의 다운타운 거리와도 가까워 함께 걸어볼 수 있는 길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다만 거리가 너무 지저분하다는 점은 몹시 아쉬운 대목으로 남았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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