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 지역경제를 살리고 우리가 사는 길이다
지역화폐, 지역경제를 살리고 우리가 사는 길이다
  • 김영록 시민의소리 감사
  • 승인 2017.10.19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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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록 시민의소리 감사

함평에서 유일한 항구이고 광주 광산에서 가장 가까운 바닷가, 주포(酒浦)를 풀이하면 술항개다. 빨리 말해서 들리는 말로 ‘수랑개’에서 쌀농사 짓는 논 한 평도 없는 집에서, 매주 사야하는 쌀 한 되는 가장이신 아버지의 자존심을 살려주기 위해 밥그릇 위에 일주일 동안 조금씩 놓아드릴 수 있는 양이었다.

“셋째야, 쌀집에 가서 쌀 한 되 팔아와라!” 초등학교 시절, 어머니는 저에게 쌀사오라는 말씀을 꼭 이렇게 말씀하셨다.

‘쌀을 사오라는 것이 아니고 쌀 팔아오라’는 것이다. 당시 쌀집에는 나보다 한 살 어린 예쁜 여자아이가 있어 ‘쌀 한 되 팔아오라’하시는 심부름은 여간 창피한 일이어서 쌀사러 가는 것은 고역이었다.

그런데 최근 글을 쓰면서 어머니 말씀을 되새김하게 되었다. 어머니는 쌀사오라는 말 대신에 왜? ‘쌀 팔아오라 했을까’이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끝에 이러한 말은 바로 과거부터 내려온 온 농업교환경제의 전통이 담긴 말임을 깨달았다.

‘셋째야, 쌀집에 가서 집에 있는 거 가지고 가서 팔고 쌀 한대 사와라!’라고. 어머니의 말씀은 적당한 주어와 동사, 주체와 객체가 바뀌고 생략된 것이다.

화폐, 즉 돈이 개인의 능력과 낙후된 지역경제 사정에 따라 화폐가 부족한 경우에 가지고 있거나 수렵이나 농사 등으로 채취하고 잡은 무엇인가를 팔고 필요한 물건을 사오라는 의미였을 것이다. 이제부터 그렇게 필요하고 없으면 불편한 화폐에 대해 얘기하려고 한다.

자본주의 및 시장경제를 골간으로 하는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가장 많이 듣는 단어는 ‘돈’이다. 이것이 얼마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자본주의 사회는 물론 돈을 사용하는 지구상의 마지막 사회주의 체제인 북한에서조차도 때로는 사람의 가치가 달라지고 때로는 운명이 달라진다.

단언컨대 게임은 끝났다!

평범한 사람이 돈을 가지고 승부를 하려 한다면 그건 무모한 일이다. 이건 21세기 금융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숙명이다.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원화와 다르게, 세계적 기축통화인 달러, 유로, 엔화는 자국민의 이익을 위해 무한 발행되고 금융시장에서 핫머니로 들어오고 나가면서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원화가치를 순간 바꿔버린다.

최근 사드 국내배치로 경제보복을 하는 중국이 통화스와프, 즉 우리에게 수십조 원의 위안화 마이너스 계좌를 만들어주는 협정을 왜 연장하였겠는가. 물론 우리나라를 위해서도 아니고, 2017년 9월 현재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3800억 달러가 있어서도 물론 아니다. 다만, 미국이 일본만 인정하고 중국은 인정하지 않는 위안화 양적완화, 바로 자국 통화 세계화 확대전략 목적 때문이다.

국내 대기업과 수많은 자본가들 역시 국내외 홍콩항셍, 미국 다우존스, 나스닥, 국내외 선물거래소 등을 통해 우리가 잠든 사이에도 수천억 원의 자본을 이동하고 확충하고 있다. 또 달러의 불안전성이 야기한 인터넷 기반의 새로운 화폐시스템과 비트코인도 등장했다. 만약 이들이 법정화폐와 같은 권위를 가지게 되면 먼저 들어간 자와 나중 들어간 자의 차이는 자전거와 자동차와의 대결 그 이상이다. 중앙정부도 고민하는 것이지만 가상유사화폐가 빠른 속도로 급성장한다면 4차 산업혁명 이상의 신세계를 만들 것이라는 우려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반 시민이 돈을 가지고 기존 게임을 하려 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다. 우리는 오늘 주식시황이 좋아 설령 수억 원을 벌었다고 해도 내일은 마이너스로 돌아가기 쉬운 금융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살고 있다. 분명한 것은 향후 카카오페이, 삼성페이 등과 같이 화폐를 창조할 수 있는 자들이 비온 뒤 죽순처럼 많아질 것이다.

그리고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상대적으로 돈이 없어 삶의 행복 수치가 떨어지고, 인구와 산업면에서 타 지역에 비교하여 기울어진 운동장인 우리 지역이다. 향후 우리 지역의 지방자치단체는 지방세와 세외수입인 자체재원이 부족해 더욱더 어려워진다.

결국 지방자치와 재정분권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 하에서 매칭(matching) 재원부족으로 복지는 물론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는 어떠한 사업도 진행할 수 없는 형국에 이를 것이다.

그래서 말인데, 만약 지역만의 재원이 있다면? 차라리 지역만의 은행이 있다면? 그래서 지역만의 새로운 금융시스템을 마련한다면? 그래서 지역에서 발행하는 화폐가 국가가 찍어내는 중앙 법정화폐로 교환될 수 있다는 것이 보장되면서 다른 물품과 교환되고 가치를 가질 수 있다면? 이로써 만들어진 지역화폐가 지역에서 신용화폐의 지위를 획득할 수 있다면?

지금부터 그 방법을 말하려 한다. 처음 화폐는 국제적인 문제에서 출발했다. 이후 사회와 지역적 시각에서 보게 되었다. 정치권력은 물론 금융자본권력도 녹록하지 않은 우리 지역의 경우 꼭 필요한 것이 지역화폐다. 이는 지역경제를 살리고 우리가 사는 길이다.

만약 행동으로 옮겨,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이 어우러진 새로운 금융제도가 창조된다면 서민경제 주최인 여러분들의 삶이 개선되어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질 것이고, 그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 그리고 중앙정부에서 돈을 내려주기만 기다리지 않고, 지역의 돈으로 지역의 일자리와 복지사업을 해결해 더 이상 지역차별 따위의 자조 섞인 단어를 말하지 않을 수 있지 않겠는가. 이 글과 주장이 우리 지역의 새로운 길, 즉 사는 길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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