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보다 사람, 걷고 싶은 광주(1) ‘걷고 싶은 거리’는 있나?
차보다 사람, 걷고 싶은 광주(1) ‘걷고 싶은 거리’는 있나?
  • 문상기,박용구 기자
  • 승인 2017.08.03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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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싶은 거리’가 도시 랜드마크로...관광문화자원으로
걷고 싶은 거리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고조되고 있다. 잘 만들어진 ‘걷고 싶은 거리’는 피곤한 도시민들에게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도 하거니와 지역의 랜드마크로 도시경쟁력을 제고할 수도, 관광문화자원으로 외지 관광객들을 유인할 수도 있다. 그래서 최근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들어 홍보하는 지자체들이 하나둘씩 늘고 있다. 이에 <시민의소리>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알려진 서울 만리재로, 인천 자유공원길, 부산 근대 역사의 길, 경주 삼릉 가는 길, 대전 시청 앞 가로수길, 강릉 월화거리, 미국 롬바드 스트리트, 하이드 스트리트, 기어리 스트리트, 헐리우드 블루버드, 로데오 드라이브, 산타모니카 블루버드 등 국내외의 거리를 직접 현장 취재할 계획이다. 그래서 이들 사례의 장점과 단점을 비교하고 분석해 광주만의 특성을 담은 거리를 만드는데 일조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 잘 만들어진 ‘걷고 싶은 거리’는 피곤한 도시민들에게 삶의 휴식을 제공하기도 하거니와 지역의 랜드마크로 도시경쟁력을 제고할 수도, 관광문화자원으로 외지 관광객들을 유인할 수도 있다. 사진은 뉴욕 하이라인에서 산책과 휴식을 즐기고 있는 시민들 모습

자동차들로 가득 차있는 도로는 이제 더 이상 도시의 자랑거리가 되지 못한다. 그래서 차 없이도 살 수 있는 ‘워커블 시티’(Walkable city, 걸을 수 있는 도시)가 점점 더 살기 좋은 도시의 척도로 여겨지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워커블 시티’가 주목받고 있다.

이에 많은 지자체들은 도시 숲과 명품 길을 앞 다퉈 조성하고, 이를 ‘걷고 싶은 거리’로 여럿 선정해 대내외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거리를 잘 만들어서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다.

이처럼 ‘걷고 싶은 거리’는 1차적인 도로의 기능을 넘어 도심에 활력을 줄 뿐만 아니라 관광문화자원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중이다.

잘 만들어진 ‘걷고 싶은 거리’는 피곤한 도시민들에게 삶의 휴식을 제공하기도 하거니와 지역의 랜드마크로 도시경쟁력을 제고할 수도, 관광문화자원으로 외지 관광객들을 유인할 수도 있다.

푸른길, 양림동, 동명동 등은 성공 사례...외지인 발길 늘어

이러한 의미로 볼 때, 광주광역시에는 꽤 선도적인 모델이 있다. 한때 모범적인 성공사례로 다른 지자체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던 푸른길공원이 그것이다. 도심 폐선부지가 시민들의 염원이 반영돼 10년 4개월여 만인 2013년 2월, 푸른길공원으로 탄생했다. 현재 이곳은 수많은 광주시민들의 산책로로, 휴식공간으로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 도심 폐선부지가 시민들의 염원이 반영돼 10년 4개월여 만인 2013년 2월, 푸른길공원으로 탄생했다. 전국적으로 벤치마킹 대상이었던 이곳은 지금도 수많은 광주시민들의 산책로로, 휴식공간으로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독특하고 흥미로운 콘텐츠의 유입이 더디다는 점은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광주에는 걷고 싶은 거리로 외지인들에게 입소문으로 알려진 양림동 근대역사문화마을과 젊은이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먹거리와 카페들이 늘어나면서 요즘 뜨고 있는 동명동 카페거리도 있다. 이곳들은 차별화된 콘텐츠를 가진 새로운 공간들이 계속 만들어지면서 외지인들의 발길도 늘어나는 추세다.

▲ 젊은이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먹거리와 카페들이 늘어나면서 양림동과 동명동에 외지인들의 발길이 늘어나는 추세다.

반면 광주시에는 ‘걷고 싶은 거리’가 갖는 다의적 의미와는 다르게 추진된 사례들도 다수다. 이는 광주의 상징인 금남로와 ‘명품 가로 숲 길 조성 프로젝트’에서 찾아볼 수 있다.

광주시는 2013년부터 금남로를 ‘걷고 싶은 거리’로 만드는 사업에 착수했다.

당시 광주시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관에 대비해 민주․인권․평화도시로서 다양한 문화 활동과 축제, 행사의 마당으로 조성하는 5‧18민주광장과 더불어 이 일대의 보행로를 모두가 편리하고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명품 거리로 만들 계획이다”고 밝혔다.

금남로는 아직은 미지수

이후 광주시는 2015년, 금남로를 ‘파리 샹제리제 거리’와 같이 사람들이 걷고 싶고, 찾고 싶은 광주만의 도심 명품 길로 만들겠다며 총 42억 원의 사업비를 투여했다. 금남로에 꽃의 거리, 빛의 거리를 조성해 낮이나 밤이나 사람들이 찾아오고 싶은, 보고 싶은 광주만의 도심 명품 길 조성을 추진했다. 특히, 빛의 거리에는 미디어 아트를 반영하고 장기적으로는 문화전당에서부터 금남로를 통해 사직공원, 양림동 역사문화마을로 확장시켜 광주만의 특색 있는 자산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사업을 통해 현재 금남로는 차로가 축소됐고, 한쪽 보행로가 1.5~2m 확장돼 보행환경이 개선됐다. 또 기존에 혼재된 공공지장물과 조형물이 통폐합되어 이설 정비되었고, 경관조명도 설치되었다.

   
▲ 금남로는 보행환경개선사업을 통해 보행환경이 개선되었고, 거리가 깨끗하게 정비되었지만 너무 밋밋해서 재미가 없다는 평이다.
   
 

이 사업을 통해 보행환경이 개선되었고, 거리가 깨끗하게 정비되었다고 평가할 수는 있지만, 서울의 신명소로 부상하고 있는 ‘서울로7017’과 비교했을 때, ‘걷고 싶고, 다시 찾고 싶은 길’이라고 말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이와 관련 한 시민은 “예전에 비해 인도가 넓어졌고 많이 깨끗해졌지만, 너무 밋밋해서 재미가 없다”면서 “걷는 사람들에게 뭔가 재미를 줄 수 있는 요소가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아쉬워했다.

‘명품 가로 숲 길’은 가로정비사업의 다른 이름

아울러 올해부터 광주시는 시민이 걷고 싶은 가로 숲길을 만들기 위한 ‘명품 가로 숲 길 조성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대상지역은 동구 지호로, 서구 월드컵동로 등 10개 구간 16.4㎞다. 올 하반기부터 시작해 2018년 말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며, 20억 원이 투입된다.

전체 25개 구간 중 학계, 전문가, 공무원 등으로 대상지선정위원회를 구성해 최종 10곳을 선정했다. 서구는 월드컵동로, 마재로, 상무중앙로 등이고, 남구는 대남대로, 북구는 하서로, 우치로, 민주로 등이다. 광산구는 수완 임방울대로와 첨단 임방울대로다. 사업 내용은 주로 기존 숲길에 조성된 나무 수형 관리와 생육환경 개선, 가로수 사이 가로정원 조성, 벤치, 파고라 등 시설물 개선 등이다.

여기에 광주시는 우선 올해 4억 원을 들여 동구 지호로, 서구 월드컵동로, 북구 하서로, 광산구 임방울대로 등 4개 구간 3.0㎞를 조성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광주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광주시민들은 이를 명품 가로 숲길이라고 보지 않는다. 이유는 명품 가로 숲길 조성이라고 말만 바꿨을 뿐 기존에 추진되었던 가로정비 사업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 시민은 “가로수를 심고, 보도블럭을 바꾸고, 인도를 조금 넓히는 등의 사업은 단언컨대 명품 길 조성과 거리가 멀다”면서 “안하는 것보다는 낫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거리로는 외지인들을 유인할 수도 없다”고 꼬집었다.

이를 통해 광주시가 ‘워커블 시티’에 대한 정확한 개념이 없이 그동안 형식적으로 걷고 싶은 거리 조성사업을 추진해 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 개념이 명확하게 서있지 않기 때문에 사업의 방향과 내용이 엇나가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걷고 싶은 거리’에 대한 방향을 세우자

한 언론사 기자는 “‘워커블 시티’에 대한 정확한 개념이 부재한 상태에서 사업이 추진되다 보니 어디에 내놓을 수 없을 정도로 초라하기 그지없다”면서 “‘걷고 싶은 거리’를 하나의 관광자원으로 내세우고 있는 다른 지자체에 비해 훨씬 뒤쳐져 있다는 방증이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광주시 관계자는 “예전에 비해 디자인적 요소가 많이 가미가 돼 추진되고 있다. 금남로도 완성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다”면서 “앞으로 미디어아트 등을 접목해 새로운 볼거리를 만들 계획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워킹 그룹을 만들어 광주시의 걷고 싶은 거리를 공유하고, 보완할 점도 경청해 시정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계획에 대해 그는 “공무원 아이디어 컨퍼런스에서 나온 것인데, 월산동 수박등에서부터 양동 발산마을까지 이어지는 공원에 산책로를 조성하는 것과 예산이 문제겠지만 천변로를 걷고 싶은 거리로 조성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외 사례 통해 방향 제시할 것

‘워커블 시티’를 지향하며 현재 국내에서 조성된 ‘걷고 싶은 거리’의 사례로는 서울특별시 ‘만리재로’, 부산광역시 ‘근대 역사의 길’, 대전광역시 ‘대전시청 앞 가로수길’, 강릉시 ‘월화거리’, 인천광역시 ‘자유공원길’, 경주시 ‘삼릉 가는 길’ 등을 들 수 있다.

▲ 개장 한 달 만에 방문객 203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진 '서울로 7017' 사진=서울시 제공

이에 <시민의소리>는 먼저 이들 국내 사례를 중심으로 현장 취재를 통해 실태를 분석해 보고자 한다. 어떤 점이 잘 됐고, 어떤 점이 문제인지 진단할 계획이다.

다음으로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이름 난 거리인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롬바드 스트리트, 하이드 스트리트, 기어리 스트리트 등과 로스앤젤레스의 헐리우드 블루버드, 로데오 드라이브, 산타모니카 블루버드 등의 취재를 통해 그 특징과 콘텐츠를 면밀히 검토할 것이다. 덧붙여 관광객들을 유인하는 요소가 무엇인지도 알아볼 예정이다.

그래서 현재 많이 미흡하다고 평가받고 있는 광주의 걷고 싶은 거리 조성사업에 방향성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나아가 광주가 명실상부한 ‘워커블 시티’로 거듭나는데 도움이 되도록 할 것이다.

광주에 제대로 된 ‘걷고 싶은 거리’가 조성되고, 이를 보러 오는 외지인들이 늘기를 기대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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