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피고인 신분으로 첫 공식재판에 등장해 40년지기 최순실 씨와 마주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구치소에서도 반입이 가능한 플라스틱 집게핀을 이용해 스스로 올림머리를 하고 등장했다.
23일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에 도착한 박 전 대통령은 수갑이 채워진 채 사복을 입고, 503 수임번호가 적힌 배찌를 달고 나타났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은 비선실세 최순실과 같은 417호 재판정에서 이경재 변호사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앉아 재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단 한 번도 최순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또 피고인의 신분을 확인하는 ‘인정신문’ 절차에서 박 전 대통령은 “무직입니다”, 주소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입니다”라고 침착하게 대답했다.
반면 최순실 씨는 울먹이는 모습을 보이며 “40여년 지켜본 대통령님을 재판정에 나오게 한 제가 죄인이다”고 흐느끼며 박 전 대통령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이 뇌물이나 이런 범죄를 했다고 보지 않는다. 검찰이 몰고 가고 있다”며 “이 재판이 정말 진정으로 박 전 대통령의 허물을 벗겨주고, 나라를 위해 살아온 대통령으로 남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초미의 관심이었던 만큼 첫 재판에 박 전 대통령의 동생인 박근령 씨와 남편인 신동욱 공화당 총재가 법원에 찾아왔지만 사전에 방청신청을 하지 않아 법정에 들어갈 수 없었다.
박근령 씨는 “민낯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 흉악범도 아니고 중죄인도 아닌데 너무 잔인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머리라도 하실 수 있도록 허락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