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운 배
누운 배
  • 김병욱 충남대 명예교수/문학평론가
  • 승인 2017.04.20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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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욱 충남대 명예교수/문학평론가

배는 물에 떠 있어야 배다. 만약 배가 육지에 누워 있다면 그것은 이미 배가 아니다. 육지에 누워있는 배는 죽은 배다.

지난 4월11일 세월호는 팽목항 앞 바다에 침몰된 지 만 3년에서 5일 모자란 1091일만에 목포 신항 부두에 인양 완료되어 거치되었다. 이로써 세월호 인양 작업은 완료된 것이다. 물론 내부 수색을 통해서 미회수 시신 9구를 수습하는 일이 남았고, 왜 세월호가 침몰되었는지 그 원인 규명이 마지막 과제로 남았다. 미수습 시신의 수습에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예측하기 어려우나 최대한 시신 수습이 안전하고 신속히 이루어지기를 바랄 뿐이다.

지난 2015년 8월9일부터 인양 작업이 시작된 후 613일 만에 비운의 세월호 인양 작업은 일단은 성공적으로 완수되었다. 우리 국민들은 TV 생중계로 지난 3월23일 오전 3시 45분에 수면위로 인양되는 역사적 장면을 보았다. 여러 고비를 겪으며 반잠수선에 옆으로 누운 채 탑재되는 세월호를 보면서 우리 국민들은 만감이 교차되었을 것이다.

한편, 중국 인양업체의 기술력에도 우리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1만 4500톤이나 되는 선체를 훼손하지 않고 온전히 건져낸 것은 세계에서 처음이라니 이래저래 세월호는 국제적 뉴스의 표적이 되었다.

2016년 7월 발행된 이혁진의 장편소설 「누운 배」는 우리 조선업의 몰락을 다룬 소설이지만 「누운 배」는 우리 사회의 병든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누운 배」가 출간된 지 9개월 만에 인양된 '세월호'를 예시하는 것 같기도 하다. 우리는 삼풍백화점의 붕괴, 성수대교의 붕괴, 세월호 침몰 등 대형 재난사고가 있었음에도 여전히 인재에 가까운 또 다른 대형 재난사고가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는 점을 한 시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

목포 신항 부두에 누운 채 인양 거치된 '세월호'를 보면서 사람마다 그 감회가 다를 것이다. 나는 시간과 공간이 변하면 모든 것은 변한다는 것을 실감했다. 벌렁 누워버린 세월호는 더 이상 배가 아니다. 일견해서 누운 세월호는 구치소에 수감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많이 닮았다고 생각된다. 수감된 대통령과 인양되어 부두에 거치된 세월호는 그 모습이 흡사하다.

내가 1998년 6월 몽골 여행에서 '왜 몽골에는 비도 적게 오는데 댐을 막지 않는 거냐'고 가이드에게 물었더니 몽골 사람은 '강은 흘러야 강'이라고 생각해서 댐을 건설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이것이야 말로 우문현답이다. 사실 몽골의 강들은 바이칼호나 흑룡강으로 흘러간다. '강은 흘러야 강'이라는 말속에는 생태학적인 사고가 녹아 있고 몽골인들의 자연관이 스며 있다. 만약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이 말을 들었더라면 '4대강 사업'을 한다며 우리의 강하를 그렇게 난도질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음 정권에서는 4대강 사업의 비리를 철저히 조사해서 바로 잡아야 한다. 분명히 잘못된 정책인데 우리의 주요 언론은 맞장구를 쳤다. 그런 언론들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정부와 조선업계가 오늘날의 불황을 예견하지 못한 것은 큰 과오다. 이제 배는 조선소의 독에 더 이상 떠 있지 않으니 우리의 조선업은 사형 선고를 받은 것이다. 한 때 세계 제1의 조선국이 몰락해 간다는 소식은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정부가 이럴 때 연안 여객선을 많이 만들도록 하는 정책을 펴고 건실한 해운사를 육성하여 '누운 배'를 다시 일으켜 세워 바다에 띄워야 한다. 마찬가지로 인구가 급속도로 줄어드는 것도 시급하게 대책을 세워야 한다. 아이들이 사라진 골목을 상상해 보라. 아이들이 사라지면 우리의 도시들은 유령의 도시가 될 것이다. '누운 배'처럼 싸우려는 전의를 상실한 군대를 생각해 보라. 자주국방을 구두선처럼 외쳐대지만 전시작전권도 없는 군대를 가지고 어떻게 자주국방을 하겠다는 것인가. 이런 태도를 가진 보수세력이 무슨 안보를 논할 자격이 있는가. 정말 세월호만 벌렁 누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누운 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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