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롤로리스(슬픔의 인간)
호모롤로리스(슬픔의 인간)
  • 김병욱 충남대 국문과 명예교수․문학평론가
  • 승인 2017.02.09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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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악의 세력이 척결되지 않았기에
▲ 김병욱 충남대 국문과 명예교수․문학평론가

인간은 슬펐을 때 참모습을 드러낸다. 그 대표적인 것이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상’일 것이다. 수많은 피에타상이 있지만 미켈란젤로의 작품을 제일로 치는 것은 아들(예수)의 죽음을 가장 비통하게 그리면서 신비스러운 분위기마저 들게 하여, 그 상은 슬픔을 성화시키고 있다. 이 조각상은 미켈란젤로가 25세에 제작한 것이지만 불후의 명작으로 회자되고, 동시에 그를 예술가로서의 명성을 드높여준 작품이기도 하다.

나도 바티칸 성베드로 성당에서 특수유리에 싸여 있는 피에타상 앞에서 한참 동안 관람한 적이 있었는데, 신비한 광휘가 감도는 것을 느꼈다. 정말 이 피에상은 너무 아름다워 슬펐고, 슬픔에 잠긴 성모 마리아는 너무 슬퍼 아름다웠다.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렸던 안톤 슈낙은 끝내 자살로 생을 마감했지만 그의 수필은 그의 죽음을 예견한 성명서 또는 유언처럼 들린다.

그런데 요즈음 우리 현실을 보면 가증스러운 슬픔을 느끼게 하는 군상들이 우리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어마어마한 국정 농단을 저지른 죄인인 박근혜 대통령이 눈물을 흘리며 슬픈 표정으로 두 차례나 대국민 사과를 해 놓고 설날 모 인터넷방송과 인터뷰를 통해서 자기의 잘못을 적반하장 격으로 뒤집고 뻔뻔하게 변명하는 것을 보고 불쌍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아마 박근혜 대통령은 어려서부터 막무가내식의 떼를 부리며 성장해 왔으리라. 흔히 말도 안 되는 떼를 우리는 생떼 또는 왕떼라고 한다. 올바른 의식을 가진 국민들이라면 그녀가 “누군가 오래 전부터 엮은 것”이라는 말에 속아 넘어가겠는가. 이제까지 자기 아버지와 그녀가 수없는 사람들을 엮어서 죄인으로 만들지 않았는가. 길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권력이 없는 사람이 최고의 권력자인 대통령을 엮는다는 말을 믿느냐고 묻는다면 무슨 엉뚱한 소리냐고 핀잔을 들을 것이다. 말이라고 입에서 마구 뱉으면 그것은 말 대접을 받지 못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말 아닌 말을 하니 우리를 슬프게 한다.

이 나라를 국정 중단의 혼란으로 몰고 간 최순실이 특검의 비민주성을 성토한답시고 재판정으로 들어가며 외치는 그녀의 뻔뻔스러움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이 나라 국격을 떨어뜨리고 실제로 수백조원에 달하는 손해를 끼친 중죄인인 최순실이 만인중시속에서 ‘비민주적 운운’하며 발악을 하는 장면을 본 사람들은 진저리를 쳤을 것이다.

저런 말도 안 되는 궤변으로 이 나라를 유린해 놓고도 반성은커녕 발악을 해대는 것을 보니 박근혜 대통령은 한참 모자라는 대통령이란 생각이 든다. 유유상종이란 사자성어는 바로 이럴 때를 상정하여 만들어진 말인 것 같다.

모든 죄상이 TV로 시시콜콜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태극기를 흔들며 관제 데모를 하는 사람들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거기다가 새누리당 국회의원들 상당수가 여기에 동조하니 우리를 또한 슬프게 한다. 이제까지 악의 세력이 척결되지 않았기에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제까지 강탈한 권력에 빌붙어 호의호식한 사람들이 너무나도 뻔뻔한 언설을 말이랍시고 뱉어내니 우리를 슬프게 한다. ‘염치’를 안다는 것은 인간의 기본 윤리다. 그런데 염치를 팽개쳐 버린 사람들이 우리의 지도자라고 자처했으니 이 얼마나 슬픈 현실인가. 몰염치한 사람들은 짐승이나 마찬가지다. 짐승들에게 지배당했다는 것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그런데 소위 백성들에 올바른 교육을 하도록 하는 교육부가 백성을 비교육적으로 몰아 가니, 이 아니 슬픈 일이 아니고 무엇인가. 정권이 바뀌면 교육부부터 없애야 한다. 알량한 정부 지원금을 미끼삼아 대학을 초토화시킨 교육부를 생각하면 우리는 저절로 슬퍼진다.

가진 자에게 절대 유리하게 짜놓은 현행 대학 입시는 우리 사회를 야금야금 파괴시켜왔다. 자기모멸적인 ‘흙수저’라는 말이 사람들 입에 거슬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쓰이는 현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우리에게는 슬픔을 이겨낼 어떤 명랑제는 없단말인가. 여러가지 생각들이 새록새록 우리를 슬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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