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유감
청문회 유감
  • 김병욱 충남대 국문과 명예교수․문학평론가
  • 승인 2016.12.22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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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컨테스트장...거짓 독백 뿐인 청문회
▲ 김병욱 충남대 국문과 명예교수․문학평론가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를 보면서 수많은 증인들이 나와 증언하는 것을 보면 이런 청문회가 필요한 것인지 회의감이 든다. 특히 세인의 주목을 받았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모릅니다'로 일관했고 우병우 전 민정수석 역시 '모른다'고 잡아땠다.

고위직을 지낸 사람들의 도덕적 불감증은 비단 이들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지만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모르쇠'로 버티는 것을 볼 때 청문회가 무슨 거짓말 컨테스트장 같기도 하다.

하기야 수백명이 죽고 수천명이 다친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5공 청문회'도 거짓말로 일관되었다.전두환 노태우를 중심으로 한 신군부의 권력 찬탈은 광주의 수많은 무고한 시민을 희생양 삼아 가능했다.

천인공노할 범죄를 저질러 놓고도 반복되는 부정으로 청문회를 시종일관 희화화한 5공 실세들에서 우리는 무엇을 깨달았는가. 더군다나 수구 언론들은 그들의 사주들을 청문회장으로 불러내어 망신을 주었다고 앙심을 품고 극우적으로 돌아선 것은 그들 신문들이 이 땅의 민주주의를 후퇴하게 했다는 치욕적 증거가 된다.

아마 우리의 언론이 정도를 걸었다면 박근혜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도 없었을 것이다. 보수라는 미명 아래 무조건 감싸들려 했던 우리의 주요 언론은 오히려 건전한 보수마저도 몰락시킨 셈이다.

청문회는 문자 그대로 묻고 대답하는 것이다. 지금의 7분짜리 질문은 비리를 파헤치는데 시간이 너무 짧다. 최소한 질문 시간이 12분 정도는 되어야 한다. 그리고 질문하는 의원들도 충분히 연구하고 팀웤을 해야 한다. TV로 중계가 되니 인기에 영합하는 질문을 하는데 국민(시청자)은 묻는 의원들의 수준을 다 판가름 할줄 안다.

이번 청문회의 핵심 증인인 최순실의 청문회 불출석은 청문회마저 농단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공황장애라고 핑계를 대지만 분명 그것은 거짓말이다. 핵심 증인이 빠진 청문회는 하나마나인 것이다. 성질급한 국민들은 소위 인민재판식으로라도 몰고 가고 싶겠지만 민주국가에서는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

이번 청문회 대로라면 우리나라는 붕괴되지 않은 것이 요행인 셈이다. 일개 욕심많은 강남 아줌마에 불과한 최순실에게 농락당한 박근혜 대통령은 하루 빨리 국민에게 사죄하고 선선하게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이번 국정농단 사건이 우리나라에 입힌 손해를 따지자면 일년 국가 예산인 400조원에 다다를 것이다. 그리고 우리 국민이 받은 정신적 피해는 금액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천문학적 숫자일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 국민이 참회를 하는 종교에 길들여지지 않아서 아무 죄책감없이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물론 이 말에도 일리가 있지만 거짓말을 하면 불이익이 주어진다면 거짓말은 훨씬 줄 것이다. 하기야 거짓말을 참말인양 강변해대는 것이 영웅인양 받들어지는 사회에서는 거짓말은 계속 양산될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 출마에서부터 거짓말을 해왔고, 최순실 국정농단도 자기 책임이 없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으니 끝까지 거짓말로 몰락할 것이다. 나는 청문회에 박근혜 대통령을 내세운다면 어떤 거짓 답변을 할지 자못 궁금하다.

모르고 하는 거짓말은 유머가 될 수 있지만 작정하고 하는 거짓말은 섬뜩한 느낌마저 든다. 이런 거짓말을 양산하는 청문회가 계속된다면 국민의 윤리의식이 땅에 떨어질 것이고, 거짓말을 잘 해야 돈도 벌고 지위도 차지한다고 국민이 믿는다면 우리의 장래는 암담할 뿐이다.

김기춘이나 우병우는 수재중의 수재라 일컬어 진다. 그러나 그들의 재주는 간지에 불과하다. 좋은 머리를 좋은데 써야지 악의 집단에 이용하게 되면 또 다른 엄청난 악을 낳는다. 묻고 대답하는 것도 결국 대화다. 대화는 대화하는 두 주체가 점차 대화를 통해 하나로 합치되어 가는 과정이다.

그런데 이번 5차까지의 청문회를 보면 대화는 커녕 일방적 거짓 독백 뿐이다. 제발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진지하게 묻고 이에 대한 전국민적 노력이 없이는 이 사회는 치유불능의 상태에 빠지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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