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장현 시장이 부끄럽다
윤장현 시장이 부끄럽다
  • 박용구 편집국장
  • 승인 2016.11.15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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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구 편집국장

윤장현 시장이 ‘세월오월’ 관련 최근 밝힌 때늦은 폭로가 씁쓸하다 못해 부끄럽다.

‘세월오월’은 홍성담 작가가 세월호 참사를 5ㆍ18민주화운동과 연계해 묘사한 가로 10.5m, 세로 2.5m 크기의 걸개그림으로 2014년 9월 5일부터 11월 9일까지 ‘터전을 불태우라’는 주제의 광주비엔날레 20주년 특별전인 ‘광주정신展’에 출품할 예정이었다. 당시 홍 작가는 이 그림에서 박 대통령을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의 조종을 받는 허수아비로 풍자했다가 논란이 일자 박 대통령 부분을 닭 모양으로 바꿔 다시 그렸지만 결국 전시되지 못했었다.

이와 관련 윤 시장은 2년을 훌쩍 넘긴 지난 14일 기자들과 만나 홍성담 작가의 세월오월 작품 전시가 무산된 데 대해 “2014년 8월 중국 출장 중 김종 문체부 제2차관한테서 전화를 한 번 받았고, 통화내용은 비엔날레 특별전에 예산(광주시비 5,000만원)이 들어가는 일에 대해 (세월오월 작품이 걸리는 게)적절한 지에 대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윤 시장은 또 김 전 차관의 전화 통화에 대해 전시를 철회하라는 무언의 압력으로 느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즉답을 피했지만 “김 전 차관과의 전화 통화가 전시 철회에 영향이 있었다고 본다”고 사실상 외압을 시인했다.

하지만 이 같은 윤 시장의 뒤늦은 외압 폭로가 국정농단의 희생양이어서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기 보다는 너무도 비굴해 보여 화가 치민다. 독재에 굴하지 않고 싸워왔던 저항의 도시, 광주의 대표자가 어떻게 김종 전 문체부 제2차관의 전화 한통에 굴복할 수 있었는지 도무지 납득이 안 돼 심한 자괴감이 들 뿐이다. 적어도 광주시장이라면 그때 당시 이 같은 사실을 폭로하고 광주시민들과 함께 싸웠어야 했다. 나아가 박근혜 퇴진이 대세인 지금에도 ‘박근혜 퇴진’을 당당하게 외치지 못하고 있는 윤 시장을 볼 때 ‘윤 시장은 광주시장으로서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구나’라는 생각까지 미친다.

가만히 되짚어보면 윤 시장은 ‘세월오월’뿐만 아니라 전국민적인 반대에 부딪쳤던 박근혜 정부의 정책에 대해 단 한 차례도 민심을 대변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나 한일위안부 졸속협상, 사드배치 등에 대해 윤 시장은 단 한 차례도 광주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않았다. ‘시민시장’이라면서도 시민들의 절규를 외면했다. 그저 정부 눈치보기에 급급했다. 윤 시장이 시민과 함께한 일이라곤 ‘옛 전남도청 보존 범시민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은 것뿐이다.

심지어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등 자치단체장들이 박근혜 퇴진을 외쳤을 때도 ‘광주정신’을 늘 강조했던 윤 시장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인도, 독일, 영국 등지에 나가 있었다. 돌아와서는 ‘박근혜 퇴진을 외치겠지’라는 시민들의 일말의 기대도 저버렸다.

앞서 터진 측근 외척비리에다가 이와 같은 윤 시장의 애매모호한 정체성 때문에 요즘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박근혜를 보면 윤장현 시장이 떠오른다”는 말들이 심심찮게 나온다. 또 “이쯤 되면 윤장현 시장도 스스로 물러나든지, 아니면 재선 포기 선언을 하고 남은 기간 시민과 함께 박근혜 퇴진을 위해 앞장서야 하지 않나”라는 말들도 나온다. 지금 당장 윤 시장이 곱씹어 봐야할 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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