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소리> '길 위에서 역사를 만나다' 토론회
<시민의소리> '길 위에서 역사를 만나다' 토론회
  • 정선아 기자
  • 승인 2016.11.14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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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성, 적정성, 시대적 편중, 지역민과의 소통부재가 문제"

<시민의소리> ‘길 위에서 역사를 만나다’ 토론회가 지난 11일 광주시의회 1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광주시 역사적 인물 도로명의 문제점과 관광자원화 방안 모색’을 주제로 진행되었다.

이날 토론회는 안태기 광주대 호텔경영학과 교수의 사회로 노성태 국제고 수석교사가 ‘광주 인물 도로명의 현황과 문제’를 주제로, 해양관광자원연구소 신임수 박사가  ‘길 스토리문화를 관광을 담다’를 주제로 발제했다. 지정토론에는 김보현 광주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위원장, 이상걸 전 광주경제고용진흥원장, 김경수 향토지리연구소 소장, 이순호 광주시 관광진흥과 관광기획담당 등이 참여했다. 

토론회에 앞서 박용구 편집국장은 “도로명 주소가 시행이 됐는데 너무 어색하더라. 그래서 도로명을 시민들에게 알리는 작업을 지난 해 하여 광주의 옛 길과 새 길이란 책을 냈었다”며 “올해는 그것에 대한 연차사업이다. 막상 도로명주소를 취재하다보니 광주시에 역사적 인물의 이름이나 호를 따서 명명한 도로가 30여개더라. 이중 올해 20개를 선정해서 이미 보도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명명이 제대로 됐는지 검증할 수 없었고, 명명만 해놓고 시민들에게 알리는 게 전혀 부재 하더라”라며 “시민들에게 알리는 일을 방치할거냐. 방안은 없는 거냐. 이런 걸 모색하기 위해 토론회를 열게 됐다. 작지만 강한 토론회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광주 인물 도로명의 현황과 문제’를 주제로 첫 발제에 나선 노성태 국제고 역사교사는 “30개 도로명 인물 중 20명은 광주, 8명은 전남 출신이다. 광주 출신이 아님에도 광주에 도로명이 된 경우는 광주와의 인연 때문일 것이다”면서 “하지만 지역과의 연고성이 약한 인물들도 보인다. 탁영로의 김일손, 하서로의 김인후, 면앙로의 송순, 그리고 나대용과 김천일도 광주와의 관련성을 찾기 힘들다”고 밝혔다.

도로명 주인공들의 시대 및 직업별 분류에 대해 그는 “가장 많은 인물이 집중된 시기는 조선시대로 30명 중 18명이나 된다. 대한제국(1897~1910)부터 일제 강점기(1910~1945)까지 활동한 인물은 6명이고, 해방 이후 현대 인물로는 5명이다”며 “이들의 직업으로 보면, 문인은 14명, 무인은 10명, 예술인 5명, 종교인 1명이다”고 말했다.

문제점으로 그는 “지역성이 턱없이 떨어지는 것, 인물의 시대적 편중, 인물의 적정성 여부, 도로명 선정 시에 지역민과의 소통 부재가 문제이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그는 “지역민들의 논의가 일어날 수 있도록 소통 구조를 개선할 필요성이 있고, 역사성과 지역성, 적정성을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며 “광주 정신을 구현한 현대의 인물이 다수 포함되어야 하며, 도로명 선정에 특정 집단의 영향력을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으로 해양관광자원연구소 신임수 박사가 ‘길 스토리문화를 관광을 담다’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신 박사는 “최근엔 문화콘텐츠란 개념이 유행을 하며 스토리텔링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스토리텔링은 콘텐츠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방식이자 요소로 디지털 시대의 미디어는 그 스토리가 좀 더 다양한 형태로 분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부여 한다”고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에 대해 말했다.

이어 그는 “사람들의 삶 속에서 탄생하는 이러한 스토리는 그들의 삶의 터전인 ‘길’ 위에 있다. 도시개발사업 등을 통하여 길의 과거 모습은 사라졌지만 적어도 길 이름에는 그 길에 대한 기억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며 “길이란 것이 생기기 위해서는 사회구성원 간의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 합의가 필요하다. 누군가 인위적으로 길을 만들지 않아도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이 다닌 경로는 어느덧 길이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혹은 인위적으로 형성된 길에 이름을 붙인다. 이렇게 생긴 길과 길 이름은 수십 년, 길게는 수백 년에 걸쳐 사람들의 문화기억을 형성하고, 그 위에 스토리를 쌓아나간다”고 설명했다.

국외의 길에 담긴 문화 거리 사례로 그는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작은 도시 코르도바에는 벽에 화분으로 장식이 된 좁은 골목의 유대인 거리, 서민적인 잡화점과 거리 예술가 등 여유롭고 평화로운 유럽 바르셀로나의 ‘라 람블라’거리, 전설적인 록그룹 비틀즈 멤버 4명이 줄지어 건너는 사진으로 유명한 영국 런던의 ‘애비로드’, 파리 시내 최대 번화가로 유명하고 브랜드 상점 및 고급레스토랑과 카페가 많은 프랑스 파리의 대표적인 문화공간 ‘샹젤리제 거리’, 연예 중심지로 유명해진 미국 뉴욕의 ‘브로드웨이’, 라이브 재즈가 울려 퍼지는 카페와 술집으로 즐비한 미국 뉴올리언스의 ‘버번 스트리트’, 로스앤젤레스의 할리우드 유명스타 문화거리 등을 예로 들었다.

그는 또 국내 우리나라의 길 관광지 사례로 대구의 ‘김광석길’, 종로2가에서 낙원상가 ‘송해길’, 공예품전문 쇼핑몰로 관광명소가 되고 있는 인사동의 ‘쌈지길’, 여수의 ‘큰 샘골길’ 등을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소중한 길은 희로애락이 있고 각각의 길에 문화가 있다. 하지만 길에 담는 문화가 매우 중요할 것이며, 디지털 콘텐츠를 적극 활용하여 지역 주민들에게는 지역발전, 관광객들에게는 새로운 이미지로 기억되게 해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길의 역사적 문화를 잘 보존하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므로 스페이스적 문화와 관광의 시대를 맞은 21세기 대한민국에게 안겨진 또 하나의 과제이기도 하다”라고 덧붙이며 발제를 마쳤다.

발제에 이은 지정토론에서 이상걸 전 광주경제고용진흥원장은 “이제 와서 도로명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 같으며, 중요한 것은 우리 시민들이 알 수 있게 홍보하고 교육하는 일을 해야 할 것 같다”면서 “지금 있는 길 뿐만 아니라 새로운 길을 제대로 시민들과 함께 공유하고 결정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예컨대, 광주출신 가수 김정호라든가, 5·18시민군 대변인 윤상원 등 현대사의 인물들에 대해서도 그들의 자취와 추억이 깃든 길을 새로 만들고, 스토리를 만들어 가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는 “광주라는 도시에도 근대 문화의 숨결이 살아있는 양림동길이나, 이 땅에 사는 서민들의 삶의 애환이 담긴 학동 8거리 길, 5·18과 6월항쟁의 현장인 금남로길, 7~80년대 추억의 충장로길 등 스토리가 있는 길들이 많이 있다”면서 “이를 문화자원화하는 사업이 뒷 따라야 할 것이다. <시민의소리>에서 꾸준히 이슈화 하여 혼자서도 좋고, 친구와 애인과 가족 등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걷고 싶은 길이 더 많아졌으면 싶다”고 당부했다.

김경수 향토지리연구소 소장은 “어느 사회든지 평등은 존재하지 않다. 객관화 한다곤 하지만 길 이름도 권력이 개입하게 되어 있다”라면서 “도로명으로 명명된 과거 급제자, 장원급제자, 영의정, 좌의정 등, 이들이 광주에 가지고 있는 재산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이들이 시를 쓰고 훌륭한 일을 많이 했더라도 어떻게 이렇게 많은 재산을 축적할 수 있었는지는 불투명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의병도 마찬가지이다"면서 "중기에 일어난 의병과 한말에 일어난 의병이 있는데 의병이라는 것은 돈이 아니곤 절대 사람들을 동원할 수 없다. 누가 밥을 먹이고 옷을 입혀주었을 것인가”라고 묻고, “이런 것들을 보면 부와 권력이 개입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일본사람들이 우리나라에 도로명주소를 붙인 것도 많다. 광주 동구의 산수동이 바로 일본인들이 붙인 이름이다. 또한 일본인들이 국민학교라는 이름을 만들었다 하여 초등학교로 바꿨는데, 초등이라는 말도 우리말이 아니다”라면서 “도로명주소뿐만 아니라 이러한 모든 것을 통틀어서 우리는 변화해야할 이유가 있다. 정말 의미 있는 도로를 만들고 가꿔보자”라고 강조했다.

이순호 광주시 관광진흥과 관광기획담당은 “광주의 관광환경 및 여건이 많이 좋아졌다. 이러한 환경 변화에 맞추어 길 스토리의 개발은 도보관광이 지니는 문화콘텐츠로서 상징성이 높고 다양한 의미를 지니고 있어 좋은 소재라고 생각된다”라면서 “경관자원이 빈약한 광주로서는 스토리가 남아있는 길들의 설화, 유래 등 원초적 자료를 수집하여 도로가 가지고 있는 가치와 정체성 등을 최대한 활용하고, 스토리텔링하여 스토리에 맞는 경관 조성 등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앞서 살펴본 30개의 인물도로명은 도로명으로만 그치지 말고 관련 유적지와 함께 도로명의 주인공들을 소개하는 도로명 관광안내 사이트 제작이 필요할 것 같다. 각 길의 시작과 끝에 스토리텔링된 안내 시설물 및 인물의 형상을 세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길이 가지고 있는 스토리 속에 관광객들을 끌어 들이기 위해서는 문화관광해설사 양성이 필요하다”며 “광주가 문화예술의 도시를 지향하고 있는 만큼, 이 길들 위에서 잠들어 있는 이야기에 생명을 불어넣는 스토리텔링 사업과 다양한 문화 활동이 일어나고 문화적 볼거리를 제공할 때 길을 통한 관광산업이 활성화 될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덧붙였다.

김보현 광주시의회 행정자치위원장은 “두 발제문을 읽어보고 심각한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다. 일본이 우리의 정체성을 아주 성공적으로 훼손시켜 놓은 것 같다. 각 도시의 성곽들이 해체되고 나니 우리의 역사성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우리 광주에 읍성이 존재하고, 서울에 사대문이 있고 성벽으로 연결된 도시였다면, 얼마나 전 세계에서 아름다운 도시였겠느냐”라고 아쉬워했다.

이어서 그는 “인물 도로명의 문제가 역사성과의 문제뿐 만 아니라 해당 지역에 연관성이 필요하다”라며 “예를 들어 ‘면앙로’라고 하면 그 지역이 떠올라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다. 광주에 수십 년간 살아온 사람에게도 하서로 몇 번이라고 쥐어주면 어느 누가 찾아올 수 있겠는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그는 “왜 아호나 시호를 썼는지 알 수 없다. 아호나 시호만 듣고는 이 인물이 누군지 알 수도 없다”면서 “편의성과 효율성, 정체성과 역사성에 모두 실패하고 있다. 모든지 결정하긴 쉬우나 되돌리기엔 엄청난 일이 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오늘 <시민의소리>가 우리에게 정말 의미 있는 화두를 우리 지역사회에 던져 준 것 같고, 우리 스스로의 도로명과 동네이름에 대한 정체성과 역사성을 찾고 출발을 다시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안태기 교수는 토론회를 정리하며 “통영에 ‘동피랑’이란 곳이 있다. 똥을 언덕에 뿌리는 곳이다. 우리 전라도 말로는 ‘똥피랑’이라 부르는데 철거 직전인 그 어려운 환경에서 주민들과 유대관계로 지내며 벽화를 그려나가는 일을 했다”면서 “소문을 타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하니 새로운 명소로 발전하게 되었다. 우리도 조금씩 기초적인 것부터 시작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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