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닷컴]막말하던 이회창 총재의 '톤' 낮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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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7.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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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근서 기자
   
이회창 한나라당총재의 27일 광주 시국강연회를 두고 말들이 많다. 전국을 순회하며 '막말'을 해오던 그가 갑자기 톤을 죽였기 때문이다. "가짜법과 가짜정의가 판을 친다"며 원색적 용어로 김대중정권을 비난했던 것이 불과 엊그제인데, '화해와 상생의 정치'를 얘기하고 '보복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날 대구에서 열린 민주당 대구.경북지역 국정홍보대회의 한나라당 성토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던지 언론도 이점에 주목했다.

하지만 광주시민들은 '이총재에게 두번 실망했다'는 푸념들이 있어 흥미롭다. 특히 이날 복더위에도 시국강연장을 찾은 사람들이 더욱 그렇다. 한 아주머니는 당원이 아닌데도 친구들과 일부러 이총재를 보기 위해 강연장을 찾았다. "전라도사람들하고 DJ를 욕하는데, 대체 얼마나 잘하는지 보고 싶어" 왔던 것이다. 물론 이 말이 민주당에 대한 광주시민들의 민심이반의 한 사례인지, 아니면 말그대로 이총재의 독설을 직접 보고 듣기 위한 것인지는 굳이 확인하지 않았다.

아무튼 얼마안가 이들의 얼굴에는 실망하는 표정이 스쳐갔다. 이총재의 강연내용 어디에서도 막가파식 강경한 비난을 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정권의 경제및 교육실정을 비판하기도 했지만, 차분하고 절제된 억양이었다. 세무조사와 관련해 '언론탄압'이라고 목청을 돋구었지만, 이 역시 기대이하의 강도였다. 주변에서는 "그래도 젊잖하네…"라는 말들이 흘러나왔다. 잔뜩 뭔가 독설을 기대했던 실망감은 곧 이총재의 젊잖은(?) 풍모에 대한 호감으로 반전되는 듯 했다.

그러나 이같은 시각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이총재에 이어 연단에 나선 당직자들이 잇따라 고강도의 비난세례를 퍼부었기 때문이다. 마치, 이총재가 못한 말을 대신하기라도 하듯 거친 말들을 쏟아냈다. 며칠전 인천에서 "DJ의 경제정책 집행은 의사 대신 정육점 아저씨가 심장수술한 것 같다"고 주워담기 힘든 비난을 내뱉은 김만제정책위의장은 이번에도 "DJ가신과 실세들은 목포 앞바다에 빠져야 된다"고 주장했다.

송영대 전통일원 차관은 DJ의 햇볕정책을 비난하며 "우리 사회가 불그스름하게 변하고 있다"며 색깔론을 들먹였다. 확 바뀐 연설 분위기에 이들 시민들이 또다시 놀란 것은 당연지사.

이총재의 시국강연회는 이렇게 끝이 났다. 당원을 제외한 방청객들은 기대했던 독설이 안나오자 실망했고, 포기했던 독설이 튀어나오자 또 실망했다.

두번의 실망이 모두 이총재에 대한 것인 이유는 간단하다. 누구나 독설을 퍼부은 수행 측근들이 이총재의 가려운 입을 대신했다고 밖에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차라리 원래 스타일대로 '막' 나갈 것을, 괜히 정치적 수사로 립서비스를 하다갉"

이총재가 광주시국강연회에 대해 표계산을 하면서 혹시 이같은 후회를 하지 않았을까 자뭇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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