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 이재열 S&Lee 컨설팅 대표
  • 승인 2016.08.11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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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열 S&Lee 컨설팅 대표

‘김영란법’으로 흔히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이 다음 달인 9월 28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공직자와 언론인, 사립학교 교원이 부정한 방법으로 청탁을 받거나 금품을 받으면 안 되며, 직무관련자에게 받는 식사는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 이하로 제한된다. 또 한 사람에게서 1회 100만원, 연간 300만원 이상의 금품과 접대를 받으면 직무와 무관하더라도 처벌 대상이 된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는 법이니 이해 관계자에게서는 밥도 함부로 얻어 먹으면 안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하지만 ‘밥은 먹여 보낸다’는 우리 문화의 정을 감안해서 3만원하는 식사까지는 처벌하지 않겠다고 한다. 이는 최저임금 노동자가 5시간을 일해야 먹을 수 있는 금액이다. 이 법의 대상자가 우리 사회에서 저소득층도 아닐 진데, 누가 아무런 사심 없이 100만원 이상의 선물과 접대를 하겠는가?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매지 마라’는 옛 속담을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정상적인 양식을 가진 공직자라면 하지 않을 행동이다.

하지만 조선·중앙·동아일보를 비롯한 보수신문과 종합편성채널 등에서는 연일 부정적인 보도를 통해, 대다수 국민들이 이 법의 규제대상이 되고 대한민국 경제가 침체된다며 위기의식을 조장하고 있다. 전경련 산하의 한국경제연구원은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연간 11조 6천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지만, 보도자료만 있을 뿐 추정근거를 제시하는 보고서는 없다. 물론 이들의 주장처럼 일부 고급식당이나 골프장 등의 영업에 잠시 충격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부패한 이들이 흘리는 밥값, 선물값에 휘청할 정도로 우리 경제가 허약하지는 않다.

2010년의 스폰서에게 후원을 받던 검사와 2011년 벤츠 여검사 사건을 상기해 보자. 벤츠 차량과 수 천만원 대의 시계, 코트 등 고가의 선물을 받았음에도 대법원은 대가성이 성립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고, 이에 대한 국민적 분노에서 ‘김영란법’이 시작 되었다. 이 법의 무엇이 그리 두려워 반대하는 것인지, 국회 통과에도 우여곡절이 많았고, 헌법재판소의 위헌법률심판까지 거쳤다. 그 모든 과정을 거쳐 시행을 앞둔 지금 영광굴비와 한우를 예로 들며 농민을 핑계 삼아 아직도 야단법석이다. 부정부패의 가장 큰 피해자는 사회적 약자인 농민이고, 농민의 대표 조직인 ‘전국 농민회’에서는 당연히 환영하고 있는데 말이다.

2016년 현재에도 부정부패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공직을 이용해 126억 원의 차익을 챙긴 진경준 검사장, 그 뒤를 봐준 넥슨의 김병주회장과 청와대 우병우 민정수석과 관련된 각종 의혹들, 전관예우를 활용해 수 백억원을 벌어들인 홍만표 전 검사장과, 100억 수임료의 최유정 전 부장판사 등 고위층 ‘그들만의 관계’를 활용한 부패의 규모는 일반 서민들이 상상할 수 있는 금액을 넘어섰다. 떡값, 선물, 향응, 스폰서 접대에서 비상장 주식의 증여까지 부패 양상은 점점 은밀해지고 규모도 커지며 진화하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당장의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아무런 규제도 받지 않았다.

국제투명성 기구 등에서 밝히는 대한민국의 부패지수는 OECD 34개 회원국 중 27위로 경제규모를 감안해보면 최하위수준이다. 부정부패는 대다수 국민에게 피해를 주고, ‘신뢰’를 파괴해 경제발전을 저해한다. 경제의 활력과 부패방지는 전혀 모순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부패지수가 OECD 평균수준으로만 개선돼도,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0.65% 상승할 것이라는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도 있다.

정직하고 올바른 직업의식을 가진 공무원, 교직원, 기자에게 김영란법의 시행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부정한 청탁 및 그 시도를 규제하는 것은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의 시작일 뿐이다. 이 법의 사회적 합함의를 훼손하려는 어떤 움직임에도 반대한다. 갈수록 지능화되는 고위층의 부패를 담당하기 위해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하루 속히 신설하고, 김영란법은 원안 그대로 시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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