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이야기들로 가슴 적신다(8)
어머니 이야기들로 가슴 적신다(8)
  • 이홍길 고문
  • 승인 2016.07.18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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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홍길 고문

어머니는 모든 남성들의 영원한 고향이다. 모성에 대한 은덕을 기리고 또 기려도 좋을 만큼 그 은혜는 가슴 벅차다. 자식들의 어머니에 대한 자연스러운 감정은 인지상정으로 치부해서 감사의 마음과 보은의 다짐으로 자식 도리를 다한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여성인 어머니들도 생존 주체인 것을 고려하고 보면, 자식들이 보내는 애정이 현실에서는 아름다운 희생을 담보해야 하는 피할 수 없는 짐이 될 수도 있다.

더구나 정치적 목적을 국가권력이 모성애를 미화하고 이를 제도화하기에까지 이르다 보면, 스스로 자아 상실을 당연시하기에 이른다. ‘어머니 마음의 본질은 사랑이다. 모든 이해를 초월한 사랑, 모든 수고를 즐겨 참고 받는 사랑, 자기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을지라도 자녀의 빛나는 생을 위하여는 자기 몸을 초개처럼 내던질 수 있는 사랑, 얼마나 위대한가? 우리는 먼저 좋은 어머니가 되어야겠다. 우리 자신의 인격을 닦아서 자녀의 좋은 모범이 되어야 착하고 깨끗한 좋은 인재를 사회에 내어 보낼 수 있다.’ 1955년 9월 6일자에 어느 어머니가 ⌜경향신문⌟에 기고한 글이다.

1955년 8월 30일 국무회의에서 5월 8일을 어머니날로 제정한 것에 감명 받아 쓴 글인 성 싶다. 갓 전쟁이 끝난 2년차에 모두가 전후 복구에 매진해야 할 때, 정부는 재건의 동력을 모으는 구심점을 어머니에게서 찾았다. 어머니날의 제정과 행사를 통해 끊임없는 희생과 인내가 어머니의 미덕임을 국가 차원에서 각인시키는 계기로 삼았다. 공동체의 생존을 위해서, 국민들의 희생과 노고를 동원하기 위해서 희생의 상징인 어머니라는 지향점을 드러내는 것은 필요한 국가전력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로해서 가중되는 여성과 어머니들의 노고는 겹치고 또 겹치게 되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전통시대의 남존여비 사상과 농경사회의 다산 장려가 가져다주는 질곡과 그러한 사회에서 양육된 자식들의 요구에다 전후 재건의 무거운 짐마저 미사여구로 덮어씌우는 국가권력, 그 권력은 부패로 악명을 떨친 이승만의 자유당 정권이었다. 우리 모두 다 함께 분투하자고, 모두 다 함께 행복할 민주공화국을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 친일파 떨거지들의 추악한 냄새나는 기득권을 온존시키기 위해서, 성스러운 모성의 이미지를 전략적으로 동원한 저간의 사정을 인지하고 보면, 고소를 금할 수 없다.

역사가 본디 그런 것이라고, 어머니는 본디 희생의 대명사이고, 한반도는 본디 반도로 대륙에서 보면 해양 진출의 창끝이고 해양에서 보면 대륙 진출의 교두보로, 몽고의 일본 침략과 임진년의 일본의 명나라 정복전쟁과 미·소 각축의 한국전쟁의 역사가 이루어진 땅, 그 땅에 살았던 우리 어머니들의 눈물과 아우성과 한숨, 그리고 잠 못 이루며 전전반측했던 지아비 걱정, 자식걱정의 스냅들을 어찌 다 헤일 수 있을 것인가?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긴 휴전 끝에 평화가 오고 통일이 오는 것이 자연스러운 논리일 것인데, 한국전쟁을 초래한 동·서냉전의 구도가 21세기에 새롭게 위용을 갖추면서 그 모습을 드러내려 한다.

평양정권의 끝없는 또 집요한 핵 개발 거동, 미국의 북한 압박과 중국 포위, 덩달아 신명난 일본의 재무장 거동, 경제로 국민을 현혹시켜 청와대로 귀환한 박정희의 딸 박근혜 대통령은 한국경제의 상승축을, 재벌경제를 감싸기 위해 훼손시키더니만, 미국의 한국에 대한 사드 진입을 앞장서서 향도하면서 나라사랑 홀로 하는 저 기맥힌 거동, 이 몹쓸 거동들이 일궈내는 종국적 영상은 어떤 것이 될까? 미·일·한과 북·중·러의 세계적 규모의 전투대형이 마련되고 그 선봉에는 다 같이 한국말이 유창한 김정은과 박근혜의 썰전으로 시작할까, 열전으로 시작될까, 혈전으로 엉켜갈까 하고 궁금해 할 수도 없으니, 남북한 합쳐 얼마나 많은 생령들이 유린될까 하는 두려움에 가슴이 떨린다. 그 사이에 이 땅의 어머니들은? 중국과 러시아는 전쟁시에는 한반도의 사드 기지를 일차적으로 타격할 것을 경고하고 있다. 한반도가 화약고가 된다.

전란의 역사가 재연되어 그 운명의 궤적을 따라가니, 운명을 사랑하라. 아모르 파티! 잘못된 운명은 벗어나야 한다. 스스로 벗어나야지 내 운명에 동참하는 이웃은 없다. 성주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사드 반대 전선에 용약 궐기해야 한다. 빛고을 반사드 전사들의 건투를 격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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