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명의 대학원생들의 시선으로 본 ‘강사법’
천 명의 대학원생들의 시선으로 본 ‘강사법’
  • 강태경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장
  • 승인 2016.07.07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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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태경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장

한국의 시간강사는 ‘교원’이 아니다. 즉 가르치는 사람으로서의 권리와 지위가 법률적으로 보장되지 않는다. 물론 현실에서 강사는 강단에 올라 수업은 한다. 하지만 매학기 재계약을 기다려야만 하는, 4대 보험도 들지 못하는 비정규직이다.

이런 상황을 대학원생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대학원생은 교육의 당사자이자, 미래의 연구자이고, 향후 강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관찰자이자 당사자인 그들을 상대로 설문조사가 진행되었다.

전국대학원총학생회협의회에 소속된 고려대, 서강대, 동국대, 서울과기대, 한양대, 서울대, 연세대, 중앙대의 일반대학원 총학생회들이 공동으로 박사과정 대학원생과 수료생 1034명을 대상으로 ‘강사법’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박사과정 혹은 박사수료생은 대학원생 중에서도 강사를 지망하거나 혹은 현재 강사일 확률이 높다.

설문조사를 통해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강사제도에서 대학원생은 무엇을 고치길 원하는지 확인하였다. 응답 중 강조하고 싶은 점들을 추려서 소개하고자 한다.(자세한 응답내용은 http://krgs.org/index.php?mid=data&document_srl=6315 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선, 강사에게 교원의 지위가 확보되어야 한다는 응답이 90.3%라는 압도적인 수를 차지했다. 1977년 유신정권의 탄압으로 박탈당한 강사의 교원 지위가 다시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 신진 연구자들의 공통된 의사임을 분명하게 확인했다. 그 동안 대학본부 측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는 강사의 교원 지위 부여를 반대하였다. 그들은 마치 강사가 교원의 지위 대신 처우개선을 더 요구한다는 식으로 여론의 초점을 흐리기도 하였다. 하지만 급여인상과 고용안정이란 것 역시 결국 교원으로서의 지위의 내용 중 일부분이다. 강사에게 교원의 지위를 인정하는 것을 시작으로 강사에게 합당한 처우를 논해야 한다는 것이 이번 설문조사에서 재차 확인되었다.

둘째로 강사의 경제적 처우가 매우 열악하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강의 유경험자의 경우 ‘강의 수입이 생계유지의 적절한 수준’이 아니라는 부정적 응답이 86.9%에 달했다(아니다 44.5%, 매우 아니다 42.4%). 적절한 강의료의 수준에 대하여 상당수의 응답자가 국공립대 수준의 임금이 적절하다고 응답하였다. 전국 대학의 약 80%가 사립대학임을 고려하면 앞으로 사립대학의 강사료가 인상될 필요성이 절실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셋째로 강의 자리를 얻을 수 없다는 불안감과 단기 계약직의 고용불안을 절실하게 볼 수 있었다. ‘신진연구자로서 걱정거리(복수응답 가능)’로 “안정적 연구 환경이 보장되어있지 않다”는 응답과 “강의할 수 있는 일자리를 얻기가 어렵다”는 응답이 각각 52.9%와 54.7%에 달했다. 과반 이상이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설문지의 마지막 질문에 대한 응답으로 결론을 대신하고자 한다. “강사문제를 비롯한 한국 고등교육의 다양한 문제를 유발하는 근본적인 원인(복수선택 가능)”을 물었다. ‘사학비리와 대학재단의 독단적 운영’(51.5%)과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고등교육정책 부재’(51.7%)가 나란히 가장 많은 응답을 얻었다. 강의의 질 하락과 열악한 강사의 처우를 비용절감으로만 접근한 사립대학과, 정권 유지를 위해 대학을 망친 뒤 수수방관한 행정부에 대한 질책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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