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다스의 손
미다스의 손
  • 김병욱 충남대학교 명예교수․문학평론가
  • 승인 2016.06.30 13: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병욱 충남대학교 명예교수․문학평론가

미다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소아시아에 있는 프리기아의 왕이다. 디오니소스를 훈육했던 술에 취한 실레노스를 맞이해 성대한 연회를 베풀어 주고 디오니소스에게 데려다 주었다. 디오니소스는 이에 대한 보답으로 미다스왕에게 무슨 소원이든 하나를 들어주겠다고 약속하자 미다스는 자기가 만지는 모든 것을 황금으로 변하게 해달라고 청했다. 그래서 디오니소스는 그 소원을 들어주었다. 그런데 미다스왕은 음식을 먹고 마시려 할 때에야 자신이 어리석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다시 디오니소스에게 모든 것을 황금으로 만드는 손의 능력을 다시 거두어달라고 간청했다. 그러자 디오니소스는 팍플로스 강에서 몸을 씼으라 했고, 그랬더니 그 마법이 풀리게 되었다. 그 후로 이 강의 조약돌에서는 자그마한 황금 알맹이들이 발견되었다고 전한다.

한편 미다스는 나중에 아폴론과 판의 음악 경연에 관여해 산의 신인 늙은 트몰로즈의 판결에 이의를 달았는데 그 벌로 아폴론은 그의 귀를 당나귀 귀로 만들어버렸고, 이에 미다스는 터번을 써서 이 사실을 감추려하였다. 그러나 미다스의 이발사만은 왕의 귀가 당나귀 귀같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러나 이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발사는 어디서든 그 왕의 비밀을 털어놓고 싶었다. 그는 땅에 구멍을 파고 그 안에 대고 ‘미다스 임금의 귀는 당나귀’라고 속삭인 다음 그 구멍을 메워 버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자리에 갈대가 자라기 시작했고 바람이 불 때면 갈대가 서걱거리며 이발사가 묻어 놓고 간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소리가 났다. 이 이야기는「삼국유사」기이편 제2에 나오는 신라 48대 왕인 ‘경문대왕’조에 나오는 이야기와 비슷하다.

우리 인간은 황금을 중요시해왔다. 이 미다스왕의 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각자에 따라 그 의미의 해석은 다를 것이다. 하늘에서 돈 벼락이나 떨어지지나 않을까 하고 하늘을 바라보는 사람에게는 귀가 번쩍할 말이다. 그러나 “황금을 보기를 돌처럼 하라”는 교훈에 따라 사는 사람들에게는 ‘거 봐 내가 뭐랬어’하면서 경각심을 다시 되새길 것이다.

우리 주변엔 돈에 환장한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그대들이여 아는가, 황금독엔 그 어떤 해독제가 없다는 것을. 오직 몸에 지닌 황금을 다 버려야 그 황금독에서 풀려난다는 진리를 그대들은 아는가, 황금으로 일어선 자 황금으로 망한다는 사실을.

천박한 자본주의를 우리는 천민자본주의라 한다. 이 천민자본주의가 인류의 재앙인 것이다. 이 세상의 혼란은 가진 자들이 더 갖겠다고 욕심을 더 부릴 때 생기는 법이다. 최첨단 컴퓨터로 중무장한 미국의 월가는 세계 재앙의 진원지이다. 빈익빈 부익부를 부추기는 천민자본주의는 인간의 영혼을 앗아가는 흉물일 것이다. 언젠가 우리 인류는 그 요물같은 현대의 금융시스템 때문에 파멸에 빠질지도 모른다. 그래서 2015년 월가를 반대하는 시위가 대대적으로 벌어졌던 것이다. 지금이라도 미다스가 팍플로스 강에서 손을 씻었듯이 인류가 황금의 손을 씻지 않으면 정말 어느날 돈벼락에 맞아 죽을지도 모른다.

문학작품에서도 이 미다스 신화의 주제를 극에서나 소설에서 형상화하곤 한다. 그 중에서도 항가리 소설가 졸탄이 쓴 『미다스 왕』(1891)이 가장 유명한데 오랜 가난 끝에 벼락부자가 된 한 예술가의 삶을 묘사한 것으로 이 예술가는 자신의 부를 올바르게 향유할 수 없어 결국 자살하고 만다. 이러한 주제는 우리나라 소설에서도 많이 나타난다. 이 세상의 쇠붙이를 마구 먹어치우며 몸집을 불리던 ‘불가사리’가 결국 그 몸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쓸어져 일어나지 못했다는 불가사리 이야기에서 우리는 천박한 자본주의에 대해 반성해야 할 것이다.

21세기 약육강식의 천민자본주의가 그 윤리를 다시 찾지 않는 한 인류의 장래는 없다. 어떻게 보면 미친 자본주의는 핵무기와 같은 대재앙인 것이다. 인류는 묘하게도 전쟁의 폐허 속에서 평화의 비둘기를 찾아내곤 했다. 그래서 손을 씻지 않은 미다스의 후예들에게도 희망을 걸어본다.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