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 김병욱 충남대 국문과 명예교수 ․ 문학평론가
  • 승인 2016.06.16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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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욱 충남대 국문과 명예교수 ․ 문학평론가

테세우스는 헤라클레스에 버금가는 영웅이었다. 그는 아테네의 왕 아이게우스와 트로이젠의 왕녀 아이트라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이게우스는 결혼하고 곧바로 귀국했는데 아이트라는 열달후 사내아이를 낳았다. 이 아이가 테세우스다. 아이게우스는 아테네로 귀국하면서 바닷가 커다란 바위 밑에 자기의 샌들과 칼을 묻어 놓고 만약 사내아이가 태어나 성인이 되면 이 바위 밑에서 신표를 찾아 아테네로 자기를 찾아 올 것을 당부하였다.

테세우스는 씩씩한 사내아이로 성장하여 16살이 되었을 때 어머니 아이트라는 해변으로 데려가 아버지가 귀국할 때 묻어둔 바위를 들어 신표를 찾도록 했다. 바위를 들어 올려 샌들과 칼을 찾은 테세우스는 안전한 뱃길을 마다하고 위험이 곳곳에 도사린 육로를 택하여 아테네를 향하여 떠났다. 헤라클레스가 많은 악당을 퇴치한 것과 마찬가지로 테세우스도 여행 중 많은 악당을 징벌했다.

다마스테스도 많은 악당들 중 하나였는데 그의 별명은 프로크루스테스였다. 이 악당은 길가는 나그네를 재워준다고 유인하여 키가 작은 사람은 큰 침대에 눕혀 사지를 잡아당겨 늘려 죽이고 키가 큰 사람은 작은 침대에 뉘어서 맞지 않는다고 다리를 잘라 죽였다. 이로부터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는 독단적 재단을 뜻하게 되었다. 우리에게도 ‘이현령 비현령(耳懸鈴 鼻懸鈴)’, ‘녹비(鹿皮)에 가로왈(曰)’이라는 말이 있다. 문자 그대로 ‘자기 마음대로다’는 뜻이다.

조선조 후기 탐관오리의 행태를 보면 이런 나라는 망해야 마땅하다는 생각이 든다. 각종 민란과 동학혁명의 원인도 총체적 부패로 말미암은 가렴주구에 있는 것이다. 오늘날에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상상을 뛰어 넘는 비리가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누가 테세우스처럼 망나니 프로크루스테스를 그의 침대에 눕혀 찢어 죽여 줄 수 있을 것인가. 한줌밖에 안 되는 소수 특권층의 횡포가 우리 사회를 망하게 한다. 그들은 누구인가. 우리는 그들의 정체를 안다. 그런데도 그들을 징치하지 못한다. 오죽하면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비아냥대는 말이 생겨났을까. 이런 사회에서는 정의가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어떤 혁명적 결단이 필요하다. 비판이 사라진 사회는 죽은 사회다. 우리나라 언론은 참다운 언론이 아니다. 기득권 세력에 빌붙어 공생하는 언론은 없느니만 못하다. 언론이 참다운 언론이 되지 못하도록 길들인 자 누구인가. 우리는 안다, 그들이 누구인가를. 그러나 우리는 벙어리처럼 말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비겁하기 때문에 우리는 4.19혁명과 5.18광주민주화운동, 6.10 민주화항쟁을 이루어 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권력에 무서워하고 있다. 무엇이 두려워 무서워하는가.

말도 안 되는 논리로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그들은 과연 역사를 알기나 하는가. 권력에 빌붙는 지식인은 역사적 죄인이다. 집필진을 밝히지 못하는 한국사 국정교과서는 당장 그만 두어야 한다. 누가 국론을 분열시키려드는가. 국론분열은 이적행위다. 북한보다 몇 십배에 달하는 국방비를 쓰면서도 항상 패배감에 젖어 있는 당국자들을 보면 언제쯤 자신감을 갖게 될 것인가. 그렇다면 그들의 엄살은 무엇을 노리고 있는가. 그것은 다름아닌 대국민 공작용이다.

그리스 신화 속의 테세우스 이야기가 아직도 그 생명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그 은유적 수사법 때문이다. 실은 테세우스 이야기의 핵심은 성년식 절차에 있다. 온갖 고난을 물리치고 탐색의 과정을 거쳐 비로소 진정한 영웅으로 탄생하는 이야기는 2500년이 지난 이 시점에도 여전히 우리를 감동시킨다. 그리고 테세우스의 이야기를 통하여 우리에게 권선징악과 같은 교훈을 준다. 신화는 결코 역사는 아니다. 신화는 역사라는 말뚝보다 훨씬 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인은 썩은 말뚝에 매달린다. 역사는 일회적 사건의 이야기이지만 신화는 영원회귀적 이야기다. 그래서 테세우스 신화는 언제나 새로운 생명을 가지고 우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또한 악당은 반드시 징벌을 받는다고 가르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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