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적 발언한 보훈처 과장, "사실 인정하고 사과하라"
성추행적 발언한 보훈처 과장, "사실 인정하고 사과하라"
  • 정선아 수습기자
  • 승인 2016.05.23 1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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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어머니집, "보훈처 태도를 보고 요구사항 발표하겠다"
▲ 국가보훈처 과장이 행한 성추행적 발언을 규탄하는 오월어머니집의 기자회견

오월어머니집은 24일 오후 광역시의회 기자실에서 5.18 36주년 기념식장에서 국가보훈처 과장이 행한 성추행적 발언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당시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자행된 국가보훈처 과장의 발언과 행동은 오월어머니들에게 치욕을 안긴 것으로 온 시민사회를 경악케 하고 있다.

5.18기념식 당일 오월 어머니집 노영숙 관장과 회원들은 4.3항쟁 관계자 추모단 50여명을 일반, 학생과 같은 맨 뒤 자리에 배치한 것에 대해 “멀리서 손님으로 오셨는데 4.3 대표자분들을 이렇게 모시면 되느냐”고 오월 3단체 회장단에게 물었다.

오월 3단체 회장단들은 "좌석 배치 문제는 국가보훈처 쪽에서 한 것으로 자신들은 잘 모르는 일이지만 큰 결례를 한 것 같다"며 "행사준비 팀에 문의해 자리를 배치토록 하자"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오월어머니집 노영숙 관장이 국가보훈처 과장에게 4.3항쟁 대표자들의 좌석배치를 요구하자 해당 과장은 “자리가 없는데 제 무릎에라도 앉으라”는 성추행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날 오월어머니집 회원들은 “국가 기념일의 행사에는 정치인을 포함한 많은 내외빈들이 참석하고 또한 4.19 관계자, 제주도 4.3 관계자 등 민간의 보훈단체 대표들도 참석하는 것이 상례이다”며 “제주도의 4.3추도식이나 서울 수유리 4.19국립묘지의 추도식 행사에 5.18민주화운동 단체의 대표들이 해마다 참석하였지만 좌석배치 문제로 얼굴을 붉힌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훈처에서는 정치인들이나 그들이 모시는 대한민국 정부 대표인 국무총리나 관계자는 신주단지 모시듯 예의를 갖춘다”고 꼬집고, “사실상 국가기념일 행사의 주빈격인 민간단체의 관계자에게는 오히려 귀찮은 것들이 참석하여 일만 복잡하게 만든다고 여기지는 않냐”며 “미리 유관단체 관계자의 추도식 참석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보훈처에서 할 일이 아니냐”고 질타했다.

또한 “우리 오월어머니집의 관장 이하 어떤 어머니를 무릎에 앉히고 싶은지, 아니면 멀리 바다를 건너오신 제주도의 4.3항쟁 여성회장님을 앉히고 싶었는지 묻고 싶다”며 “우리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보훈청으로 쫒아가 어떤 이유로 그런 말을 한 것인지 한번 묻고 싶다”고 따져 물었다.

이와 관련 오월어머니집 한 관계자는 “만약 자리가 없었다면 ‘제 자리를 내어드릴까요‘가 옳습니까? 아니면 ’제 무릎에라도 앉아라‘가 맞습니까? 개인적인 자리도 술자리도 아닌 추모현장에서 ’무릎에 앉으라‘고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울분을 토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국가보훈처에 요구사항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들은 “보훈처에서 하는 태도를 보고 요구사항을 발표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면서 마무리됐다.

이에 대해 광주지방보훈청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해당과장은 기념식 내부 안내반장으로서 어떻게든 자리를 만들겠다는 뜻으로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관장님 자리를 찾아 보겠습니다. 좌석이 없으면 저희 무릎이라도 내어 드려야죠'라고 말했다”고 해명했다.

또 “이에 노 관장이 이의를 제기하자 그 자리에서 해당과장은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한 뒤, 자리마련에 나섰고, 5.22 오후에 오월어머니 집을 방문하여 노 관장에게 재차 정중히 사과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광주지방보훈청은 “이번 일에 대하여 다시 한번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기념식과 관련하여 5.18단체와 사전 협조를 통해 지정좌석 문제를 적즉 검토하고, 앞으로 이와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직원교육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월어머니집 관계자는 “광주지방보훈청의 입장이라는 것이 지난 일요일과 전혀 변함이 없이 거짓말로 일관하고 있다. 과장의 말도 각색을 했고, 그 자리에서 사과도 하지 않았으면서 사과를 했다고 하고, 5월 단체들 간 자리다툼인 양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사과를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다가 기자회견을 한다고 하니 그제야 찾아온 것은 진정성이 없는 것”이라며 "이는 오월과 오월어머니들을 무시하고 있는 국가보훈처의 근본적인 사고와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그는 "이러한 국가보훈처의 태도를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면서 "오월어머니집을 비롯해 5월 단체들, 광주시민협,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광주전남민주화운동동지회 등과 대책회의를 구성해 향후 대책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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