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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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병욱 충남대학교 명예교수․문학평론가
  • 승인 2016.05.04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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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욱 충남대학교 명예교수․문학평론가

나르키소스(나르시스), 시시포스(시지포스), 프로메테우스, 이 세 신들의 공통점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선뜻 대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궁금증을 해소 시키는 뜻으로 정답을 말하면 ‘반항’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이 글은 이 궁금증을 해결해줄 것이다.

알베르 까뮈의 『시지프의 신화』 때문에 시시포스의 형벌로 바윗돌을 산 정상으로 끌어 올리는 행위가 자기 존재를 증명하는 반항적 행위라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리고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가 인간으로부터 빼앗아간 불을 갈대에 숨겨 인간에게 다시 가져다준 죄로 코카서스 산 정상의 바위에 묶여 낮에는 독수리들이 간을 쪼아 먹고, 밤에 간이 다시 길어나 다음날 낮에 독수리가 다시 쪼아 먹는 반복된 형벌을 받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그의 반항적 행위를 이해 할 수 있다 치자.

그러나 나르키소스와 반항은 통 이해할 수가 없다. 바로 여기에 우리의 상상력이 필요한 것이다. 시시포스도 까뮈 이전에는 그의 반항적 행위를 많은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하였다. 나르키소스는 님프 에코의 구애를 끝내 거절하자 에코의 저주로 물웅덩이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자신의 갈망을 채울 수 없자 절망 속에서 죽어 갔다. 그런데 이러한 나르키소스에게서 반항적 행위를 찾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의 일상은 다람쥐 쳇바퀴 돌리는 것과도 같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는 정말 그 끝이 죽음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열심히 살아간다. 우리가 날마다 살아가는 것이 바로 조물주에 대한 반항적 행위라고 나는 해석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대부분의 신들은 자신의 뜻을 거스르면 반드시 응징한다. 그래서 나는 서양 귀신은 동양 귀신보다 훨씬 잔인하다고 생각한다. 나르키소스는 에코의 저주로 자기애에 빠져 죽게 된다. 나르키소스를 우리에게 새롭게 해석해준 사람은 지그문트 프로이드다. 소위 ‘나르시시즘’은 근원적인 병적인 자기 사랑이다.

그러나 나는 신의 유혹을 떨쳐내고 자기에의 성찰에 빠진 나르키소스의 행위를 신의 질서에 대한 반항적 행위로 해석할 수 있다. 르네상스 시대에 일기 시작한 인본주의 역시 신에 대한 반항에서 비롯된 것이다. 물웅덩이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빠진 나르키소스는 결국 죽었지만 현대인에게 ‘나는 무엇이며 왜 존재하는가’라는 명제를 되살려 놓았다. ‘나’를 감옥에서 해방시킨 나에 대한 성찰이야말로 우리 존재의 새로운 인식이 아닐 수 없다.

어떤 사람들은 프로메테우스의 반항에 좀 더 마음이 쏠리게 될 것이다. 프로메테우스를 해방시켜 준 신은 헤라클레스다. 우리를 해방시켜 준 헤라클레스는 누구인가. 광주 시민에게 위의 세 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무엇이라 대답할 것인가. 어떤 사람은 “오메 우리는 아직도 시시포스처럼 바위덩어리를 굴리고 있는 것 아녀?”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또 어떤 사람은 “우리가 민주의 불을 이 땅에 가져다 주었는디 왜 내 가슴은 쓰리냐. 누가 내 가슴을 쪼아대는 독수를 콱 때려 잡아준다냐”라고 말할 수 있다. 이번 총선의 결과로 가슴이 뻥 뚫렸는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나르키소스처럼 우리 자신에 대한 객관적 응시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공통된 명제는 알베르 까뮈를 패러디하여 “나는 반항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로 통일되기를 바란다. 장님 코끼리 만지는 우화처럼 우리 인간은 동일한 것도 각양각색으로 인식한다. 나는 이 명제를 1958년에 처음 알았는데 “운명아 내 칼을 받아라”라는 말로 나를 채찍질하며 살아왔다. 사실 내 한평생 “반항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를 나의 삶의 지표로 삼았다. 나는 한 번도 불의의 세력에 타협한 적 없고 소위 역사에 비추어 부끄럽게 처신하지 않았다. 그래도 내가 깨끗하게 벌어 밥 세끼 굶지 않고 오늘날까지 잘 살고 있으니 “나는 반항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는 내 삶의 그루터기요, 마음의 고향이다. 인생이란 별것이 아녀. 이 악물고 바르게 살면 그게 인생인 것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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