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항 ‘광주형 일자리’ 정책, 문제는 올바른 철학의 부재(不在)다
난항 ‘광주형 일자리’ 정책, 문제는 올바른 철학의 부재(不在)다
  • 강경민 전 광주경실련 기획부장
  • 승인 2016.04.2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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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경민 전 광주경실련 기획부장

최근 광주광역시가 발송한 협조 공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시가 자동차 100만대 사업과 관련하여 친환경 자동차 선도도시 구축을 위한 대규모 시민 서명 운동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100만 인 서명 운동’ 관련 협조 공문을 발송했는데, 공문 안에 서명의 대상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면서 사실상 서명을 강제하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시가 추진하고 있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존재한다. 시가 자동차 100만대 사업을 정부 제출용 사업으로 만들면서 이에 대한 용역을 광주형 일자리 사업과 연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형 일자리’는 윤장현 시장이 2016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한 청년 일자리 창출을 뒷받침하기 위해 도입한 모델이다. 노사가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회사를 만들어 이를 공동으로 경영하고, 시와 시민들이 해당 회사의 주주로 참여하여 중재와 지원 그리고 감시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골자로, 노사 관계 안정을 통해 회사는 생산력을 끌어올리고 근로자는 양질의 일자리를 얻는 일종의 상생 모델이다.

언뜻 보면 상당히 그럴싸하게 보이지만, 그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러 문제들이 보인다. 우선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사회적 인식 자체가 부족하다. 특히 광주형 일자리와 함께 항상 언급하는 부분이 미래 먹거리인데, 광주라는 지역사회 내에서 미래 먹거리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나 사회적 공감대가 전혀 형성되어 있지 않다.

여기에 광주형 일자리 모델의 핵심인 상생을 위한 전제 조건 역시 상당히 비현실적이다. 특히 적게 일하고 덜 받는 임금, 노조의 분쟁 합의조정 약속, 사측의 노조 경영 참여 수용이라는 세 가지 전제 조건 중 첫 번째 조건은 사회적 인식 없이는 성립이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노동자는 더 많은 임금을 원한다. 노동자의 입장에서 가장 이상적인 것은 당연히 적은 노동시간과 많은 임금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노동과 임금은 비례하기 때문에, 노동자는 더 많은 임금을 위해 노동 시간이 증가하는 것을 언제든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 ‘적게 일하고 덜 받는 임금’은 노동자가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 노동자 개인의 노동시간을 줄여 전체 일자리 수를 늘린다는 사회적 인식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광주형 일자리를 추진하는 유관 기관 간의 불협화음이다. 시 위탁으로 관련 조사·연구 및 교육·홍보를 맡고 있는 전남대 사회통합지원센터가 이달 초 광주시의 사업 추진 의지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시에 협약 해지를 요청했고, 시청 내에서 관련 정책을 추진하는 사회통합추진단 역시 팀장이 사직하는 등 내부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두고 전체적으로 기관 간 내부 의견 조율이 실패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나, 연구용역 과 교육홍보 사업에 20억원의 비용이 투입된 상황을 고려해 보면, 무엇보다 사업에 대한 전망 자체가 불투명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현재의 정부는 취업난을 해결하기 위해 무턱대고 일자리 수만 늘리는 정책을 시행하고, 지자체 역시 그에 발맞추어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에만 온통 집중하고 있다. 지역 사회의 발전과 지역 경제의 활성화는 일자리와 취업에 뒷전으로 한참 밀려있다. 지금 광주광역시의 상황이 이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 곧 철학의 부재(不在) 상태인 것이다.

일자리는 단순히 수요에 따른 필요성에 따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다. 지역산업 및 지역경제 발전이라는 커다란 그림 속에서 적합한 양질의 일자리를 체계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정책과 사업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언제나 그 배경에 철학이 있어야 한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공정함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합리성을 바탕으로 지역 사회 모두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의식적 사고가 필요하다. 올바른 철학이 근본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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