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가 상대적으로 적은 광주
2015년 6월 행정자치부 자료에 의하면 전국 인구 4,960만명 가운데, 광주광역시 143만명, 전라남도 192만명이다. 광주전남의 인구는 전국의 6.8%이다. 일자리는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2015년 자사 사이트에 등록된 기업들의 신규 채용공고 650만건을 근무 지역별로 분석한 결과, 전체 채용공고의 73.3%가 수도권 지역에 몰려 있다. 광주 1.8%, 전남 0.8%, 광주전남은 모두 2.6%이다. 이렇게 광주전남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인구 비례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적다.
학생들이 서울로 서울로 간다. 광주에서 대학을 나와도 가능하면 서울로 가려고 한다. 일자리가 많고 취업 조건이 좋기 때문이다. 다행히 수도권에 있는 대학에 들어가 졸업했다고 하자. 이젠 서울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다 되는 것이 아니다. 서울로 가는 것이 대안의 전부가 아니다. 이런 인식이 학생들 가운데 상당히 퍼져있다.
대학생은 대기업 정규직과 공무원, 사(士)자 일자리를 바란다. 대학생 80%가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고 있다. 모든 학생이 대기업과 공무원이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많은 학생이 비정규직으로, 시급 알바로 전전한다. 지식사회가 진전되고 인공지능이 발달하면 절반이 무업자가 될 것이다.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법은 외부의 기업을 유치하는 방법, 노동시간 나누기 등이 있지만, 지역내 자원을 결합해 만들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 현재 광주가 자동차산업에 크게 의존하는데 이것 말고 자생적인 것이 필요하다.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일자리 창출을 생각해 본다.
예술과 패션을 더해 일자리 마련
나는 충청도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활동하고 주말에는 충청도에서 산다. 서정민 열사 자결 이후 광주에 오가면서 광주의 예술을 실감한다. 가게 간판을 보면서, 건물 거리에서 예술을 느낀다. 광주는 여성만 옷을 잘 입는 것이 아니라 남성도 옷을 잘 입는다. 서울 학생도 광주출신 남학생을 두고 그렇게 말한다. 광주는 보는 예술보다 듣는 예술이 더 좋다고 하는데 나는 이를 느끼지 못한다. 아마 광주 출신이 아니라 그런가 보다.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광주에서 사서 입는 옷은 누가 만들었을까? 인터넷에 공개된 (주문받는) 광주의 패션회사는 한 군데 뿐이었다. 택시기사의 말로는 광주 옷가게 주인이 저녁에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 동대문 야시장에 가 물건을 사가지고 새벽에 광주에 내려와 아침에 가게에 진열한다고 했다. 광주의 옷가게 주인과 소비자가 옷을 고르는 안목이 뛰어난 것이지 광주 사람이 옷을 잘 만드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동대문에는 디자인이 없다고 한다. 그러면 동대문의 디자인은 어디서 왔을까? 교수가 논문 표절하고 대필하듯이 서로 표절하고 대필한 것이 아닌가?
광주에서 패션회사를 만들어 광주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것이나 예술 눈높이가 높은 소비자가 자신이 입을 옷을 디자인해 주문하는 옷을 만들어 팔 수 없을까? 3D프린터까지 이용하면 어려운 일이 아닐 텐데. 이것을 키워 광주를 한국이나 중국에서도 유명한 패션 중심지로 만들 수 없을까? 그래서 젊은이들이 광주에서 일자리를 만들고, 갖게 할 수 없을까?
학생은 자신의 꿈을 갖고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일을 알고, 이 둘을 결합시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취미나 하고 싶은 일을 하는 학생의 비율은 높지 않다. 대체로 자신의 취미를 아는 학생은 3분의 1, 하고 싶은 일이 있는 학생은 절반 정도다. 사회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아는 학생도, 알려고 하는 학생도 많지 않다. 그저 학점, 스펙을 쌓으려는 학생들이 대다수이다.
이런 흐름을 바꾸려면 대학 강의실이 바뀌어야 한다. 강의실은 연구, 교육, 현실, 미래에 대한 지향이 하나로 녹아있는 곳이다. 거기서 학생은 자신의 취미, 특기, 장기,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 전공의 특성, 가계의 전통 그리고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일이나, 해서는 곤란한 일을 교수(강사)의 강의와 학생의 질문을 잇는 토론을 통해 알고, 새로운 일자리를 구상하고 새로운 직업을 찾을 수 있다. 그러면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은 무엇인가?
첫째, 대학에 비판적인 연구와 교육이 있어야 한다. 강사가 교원지위를 회복하면 제도적으로 강사가 비판적인 연구와 교육을 할 수 있다. 젊고 새로운 학문을 이룬 강사는 젊은 학생들과 감성을 나누며 교유할 것이다. 강사는 대필하지 않아도 된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교수는 스스로 연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면서 교수(강사)는 자신이 연구한 것을 가르치고 학생은 배울 것이 있게 된다.
둘째, 강의가 다양해지고 수강인원이 적어져야 학생이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울 수 있다. 교수 1인당 법정 학생수는 인문사회계열이 25명, 자연 이공 예체능계열이 20명, 치·의·한의계열이 8명이다. 현재 권장 법정정원교수 충원률은 61%이고 겸임교원 등을 빼면 40%대다. 이러니 콩나물 강의실이 생긴다. 성균관대 장기비전2020을 시작으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한국비정규교수노조가 추진하는 연구강의교수제, 즉 교수비정규화를 완성하면 법정정원교수 충원률은 0%대로 내려갈 수 있다. 대학은 완전히 기능대학이 된다. 법정정원교수 100% 충원은 강의실을 정상화하는데 중요한 조건이다.
셋째, 학생수업을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전환해야 한다. 5.18광주민주화운동 뒤 정체성 부재에 시달린 전두환 정권은 대학졸업정원제와 아울러 상대평가를 도입했다. 상대평가는 정권의 입장에서 학생을 강의실에 묶어 학생운동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지만 강의실을 경쟁 분위기로 바꾼다. 절대평가하면 학생은 학점 경쟁이 필요 없어 강의실은 협동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토론이 활발해지고 집단지성이 나타난다. 광주전남지역사회에서 무슨 일이 필요하고 학생들이 무슨 일을 할 수 있는가를 집단지성으로 토론할 수 있다.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연세대 의대, 고려대가 절대평가를 이미 도입했다. 광주전남지역이라고 이를 도입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교육부도 대학평가에서 상대평가 도입 항목을 빼야 한다.
지역 대학 강의실을 살리면 수도권에 비해 유리한 점이 있다. 교수 학생에게 지역사회의 장점과 단점이 한눈에 들어온다. 대안 마련이 용이하다. 학생들은 지방이라 정보가 부족하다고 하지만 지금은 정보화 사회이므로 이전과 다르다.
이런 조건 아래 대학생활 4,5년을 지낸다면 학생은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사회가 무엇을 원하는지, 현실에서 자신의 일와 직업이 무엇이어야 할지를 알 수 있다. 그 결과 실례로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예술과 패션을 결합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례를 만들 수 있다. 다른 사례들도 나타날 것이다.
아울러 넷째, 대학가기를 원하는 사람은 대학에 갈 수 있어야 한다. 40대 가장에게도 이런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비싼 등록금 제도는 미국, 일본, 한국에만 있는 제도이다. 최근 남미 칠레는 학생들의 요구를 들어 대학 무상교육으로 전환했다. 먼저 서울시립대처럼 반값등록금을 실현하고, 나아가 대학 무상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광주·전남지역에서 먼저 국·공립대부터 무상교육을 시행하고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있다.
다섯째, 존립이 어려운 대학을 시·도립대로 전환해야 한다. 대학구조조정법안은 이런 대학의 재산을 구조조정위원회가 지정하는 개인에게 대학 재산을 넘겨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것은 대학 설립의 공익목적과 위배된다. 예를 들어 분쟁이 많은 조선대를 광주·전남 시·도립대로 전환한다. 이것은 민립 조선대의 설립 취지와도 맞는다. 광주시의회와 전남도의회가 합동으로 시·도립대 전환을 결의하고 수순을 밟으면 된다. 최근 일본 어느 현 의회에서 지역내 사립대학을 인수해 공립대로 전환하기로 결의한 사례가 있다.
이 다섯 가지 조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첫 번째 비판의 자유를 보장하는 강사의 교원지위 회복이다.
대학은 시민이 바꿔야
이런 조건을 만들어야 하는데 누가 풀 수 있을까? 앞에서 말한 것처럼 교수나 강사에게 기대하기 어렵다. 나는 이런 가능성을 학생, 대학원생에게 열어두는 입장이지만 이것은 시간이 걸린다. 이들에게 대학의 본질에 관한 정보가 워낙 빈약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이 해결할 수 있을까? 서정민 열사의 원을 풀어달라고 7년째 국회앞과 광주에서 일인시위를 하면서 광주지역 출신 국회의원들에게 호소했다. 아직 자기가 나서보겠다는 사람은 없다. 대학교육을 관장하는 국회 교육문화위원회 위원장이고 조선대가 있는 동구 출신인 박주선 국회의원은 문제를 해결해야 할 위치에 있었지만 현실은 오히려 반대였다. 그가 조선대 논문 대필 사건을 해결하려면 법원에서 대필은 안된다는 판결이 있고, 또 강사가 교원지위를 회복해 대필을 근본적으로 막을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4월 7일 김동애 대학강사투본장이 조선대 본관 앞에서 논문대필 사건을 재조사하라고 일인시위하다가 정의화 의장과 마주쳤다. 조선대 명예정치학박사인 정 의장은 ‘청년의 꿈이 나라의 미래를 바꾼다’는 주제로 강연하려 온 것이었다. 악수를 청하는 그에게 김동애 선생은 “강사법 시행을 일주일 앞두고 유예한 것은 잘못이고, 서정민 열사 사건을 국회 차원에서 해결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19대 국회 회기가 두달밖에 남아 어렵지만 방법을 찾아보겠다. 문서로 적어 달라”고 했다. 이런 발언이 실효성이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그는 문제를 있는 그대로 보려 했다.
결국 이 문제는 ‘중이 제 머리 못 깍는다’는 속담처럼 대학에 맡겨 해결될 일이 아니다. 여러해동안 국회앞 강사 농성장을 지켰고 강사 교원지위를 회복을 요구하며 국회앞에서 일인시위를 시작한 어느 대학생은 “강사는 싸움을 하면 해고되므로 학습권의 수요자인 자신이 나섰다”고 했다. 대학교육의 수요자인 대학생, 대학원생, 학부모인 시민이 나서야 한다. 광주·전남 지역사회가 나서야 된다는 이야기이다.
당장 해결할 문제로 먼저 광주고법이 서정민 열사가 조○행 교수와 조선대에게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게 대필은 안 된다는 취지로 판결하는 일이다. 이렇게 되면 대필논문의 필자를 서정민 열사로 바꾸는 길이 열린다. 이런 판결이 나면 강사, 대학원생이 논문 대필 요구에 시달리지 않아 대필이 크게 줄 것이다.
둘째, 조선대는 이 논문대필 사건을 재조사해 바로잡아야 한다. 조선대를 비롯해 전국의 대학이 영향력을 발휘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판결을 이끌 수는 있다. 이렇게 된다면 1977년 ‘우리의 교육지표’ 사건 관련 교수 등이 35년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명예를 회복한 것처럼 대학이 민주화될 때까지 기나긴 싸움이 될 것이다.
셋째, 박주선 국회 교육문화위원장은 19대 회기 내에 강사법 시행 유예를 풀어 바로 시행하는데 나서야 한다. 강사법 유예의 구실인 강사 대량해고는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6조에 따라 주당 강의시수를 전임교수는 9시간으로, 강사는 6시간으로 한정하면 해결할 수 있다. 그가 4.13총선에서 자신을 크게 써달라고 호소했는데, 이 문제 보다 더 큰 일이 있겠는가?
이런 노력의 결과 광주전남지역사회가 예술이 발달한 지역의 특성을 살려 청년들이 일자리를 만들고 서울·중앙에 예속된 소비도시를 벗어나 독창적인 사회를 구성할 수 있다. 이는 7년 동안 광주를 오가면서 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