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이야기들로 가슴 적신다(1)
어머니 이야기들로 가슴 적신다(1)
  • 이홍길 고문
  • 승인 2016.04.12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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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길 고문
오늘의 한국을 살아가려면, 세월호 사건이 아니더라도 참담함에 익숙해야 한다. 후줄근한 잉여인간의 몰골로 소외가 절절한 뒤안길에서 불평객으로서, 마냥 채이지 않으려거든, 붉은 유니폼도 빛나는 대통령의 선거운동에도 침묵해야 한다. 아니 감동 먹은 눈빛으로 찬양해야 제격이다. 내우외환, 막장에 몰린 이 나라의 현실이 아무리 절망스럽더라도, 변혁의 불안과 고통을 감내하기 보다는 서서히 추락하는 즐거움을 누리면서, 그래도 결코 버림받지 않을 것이라는 하느님의 보우를 기다리는 희망을 갖자. 혹여 참고 견디며 살아가는 모습들이 너무 처절하다 느끼거든, 우리 조상들도 어버이들도 그렇게, 그렇게 살아왔노라고 변명을 준비하자.

진화를 거듭하여 종편 황금시대를 일군 TV세상은 우리들의 5감을 갖가지로 어루만져 당신 이성이 부산떠는 수고로움을 덜어준다. 행여 개떡 같은 프로라고 무시하지 말고, 즐거움 속에 배움이 있다고 함께 키들거리면서 동조하는 시간 속에 조국 근대화를 훌쩍 뛰어넘는 새 유신의 아침이 밝아오는 것을 기다리자. 먹먹한 가슴이 뚫릴세라 갖가지로 이죽거려 보아도 막힌 체증이 여전한 것은 투표를 끝냈어도 마찬가지다.

2등 정당을 자임하면서 들러리의 애교가 익숙한 정당과 새정치를 말하면서도 막장을 돌파할 용기를 추스르기 보다는 정치 입지 마련에 골몰하여 선거 연대마저 거부한 신생 정당이 이 지역의 정치적 소외와 낙후를 책임지겠다고 벌이는 진흙탕 싸움은 칼자루를 쥔 세력의 너스레와 엄살만 부추기니 오히려 저들은 북풍몰이와 안보장사에 신명을 낸다. 그 엄살이 과반을 넘지 못하면 식물정권이 된다는 지경에 이르면, 이제 정치라 하지 말고 차라리 개그판이라고 이름 해야겠다.

지난 시절의 어느 대통령은 어렵고 속상하면 고향의 부자 아버지 찾아 머리 맞대고 위로 받았다지만, 귀거래사도 못하는 그냥 백성은 그동안의 불효와 그 회한을 엮고 묶어 죄스러움을 삭이다 보면, 어머님들의 모정은 그 다사로움으로 우리들의 아픈 가슴을 적셔 줄 성 싶다. 100세 어머니가 80세 아들을 항상 걱정한다는 옛말은 결코 빈말이 아님은 우리 모든 아들들이 안다. 아리고 피곤하고 곤죽이 된 아들들의 심신은 어머니 곁에서 회복하고 부활한다.

우리들에게는 생소할지 모르지만 포석 조명희 시인은 ‘돌아오지 않는 낙동강’으로 과거 조선 문학계에 불멸의 공적을 남긴 사람임을 1946년 해방일보가 알려주고 있다. 그의 영향은 정지용, 한설야, 이기영에 미치고 있는데, 그가 1923년 귀국하여 발표한 ‘봄 잔디밭 위에’의 한 대목을 감상해 본다.

내가 이 잔디밭 위에 뛰노닐 적에 우리 어머니가 이 모양을 보아주실 수 없을까
어린 아기가 어머니 젖가슴에 안겨 어리광 함 같이
내가 이 잔디밭 위에 짓둥굴 적에
우리 어머니가 이 모양을 참으로 보아 주실 수 없을까
미칠듯한 마음을 견디지 못하여
엄마! 엄마! 소리를 내었더니
땅이 우에! 하고 하늘이 우에! 하오메
어느 것이 나의 어머니인지 알 수 없어라

엄마를 부르는 아들들의 소리에 땅도 하늘도 우에! 우에!하고 화답하니 어머니는 이제 천지와 일체가 된다. 어머니 품에 행복한 아들들의 미소와 천지간에 평안하게 널부러진 아들들의 자태가 빛난다.

필자는 수 년 전에 돌아가신 형님의 임종을 지킨 조카가 전하는 형님의 마지막 말씀을 떠올릴 때마다 어머니를 찾는 무력한 자식의 모정에 가슴이 저민다. 형님은 “안 되겠구나”하고 깊은 숨을 쉬고 난 후 “엄니, 엄니, 엄니”를 세 번 부르고 영면 하셨다고 한다. 어찌해 볼 수 없는 무력함 속에서도 어머니를 찾는 것이 어찌 내 형님 뿐일 것인가.

이곳 출신인 시인 김남주는 그가 옥중에서 쓴 ‘편지’에서 어머니를 사모하는 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다시는 동구 밖을 나서지 마세요
수수떡 옷가지 보자기에 싸들고
다시는 신작로 가엘 나서지 마세요
꿈에라도 못 보시면 한시라도 못 살세라
먼 길 팍팍한 길 다시는 나서지 마세요

감옥살이 하는 시인 아들의 사모곡 또한 우리들의 가슴을 저민다. 그 또한 나라 걱정 백성 걱정 속에 진즉 고인이 되었는데, 살아남은 우리들의 부끄러움만 소리 없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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